문성모 한국찬송가개발원 원장
“‘고요한 밤…’ 등 대부분이 서양곡
韓 개신교 140년, 떠오르는 곡 없어
광복절 등 기리는 찬송가도 있어야”
문성모 목사는 “우리 가락, 우리 악기, 우리말로 된,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지원하는 것은 한국 교회의 미룰 수 없는 사명”이라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처럼, 세계에서 불리는 ‘한국적 캐럴’도 나와야지요.”
언제나 이맘때면 마음을 설레게 하는 크리스마스캐럴. 1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만난 문성모 한국찬송가개발원장(목사)은 “원래 초대 교회에선 부활절을 지키는 문화는 있었지만 성탄절 문화는 없었다”고 전했다. 서울대 국악과를 나온 문 목사는 목사 안수 뒤 대전신학대 총장, 서울장신대 총장 등을 지냈다.
―초대 교회는 성탄절 문화가 없었다고요.
“성탄일 전 4주를 대림(待臨·그리스도 강림을 기다림)절이라 하는데 엄숙하게 보냈습니다. 교인들은 금식하고, 교회는 기쁨과 찬양의 노래를 부르지 않았지요. 우리를 위해 십자가를 지러 내려오신 분을 기다리는 시간이니까요. 지금도 유럽 교회는 요란한 행사를 하지 않고 경건하게 보냅니다.”
―캐럴(Carol)이 원래 춤곡이라고요.
“유럽에서 여러 명이 돌아가며 추는 춤을 뜻하는 ‘카롤라(Carola)’에서 나온 말이에요. 4세기 기독교가 공인되며 그리스도 탄생을 경축하는 문화가 생겼고, 민요처럼 민간에서 유래한 노래들이 구전되고 변형되며 지금 모습이 된 거죠. 크리스마스가 떠들썩한 날이 된 건 미국 문화 탓이 큽니다. 유럽에선 ‘고요한 밤, 거룩한 밤’도 처음엔 대중성 짙다는 비판을 받았으니까요.” ―이젠 한국적 캐럴도 나와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개신교가 이 땅에 온 지 140년인데, 한국 교회의 캐럴 하면 떠오르는 게 없지요. 독일권은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영어권은 ‘기쁘다 구주 오셨네’가 있잖아요. 캐럴은 물론이고 찬송가도 70% 이상 서양 것이죠. 한국 사람이 곡과 가사를 쓴 노래도 ‘한국적 찬송가’라 하긴 어려워요.” ―한국적 캐럴, 한국적 찬송가란 뭔가요.
“한국 교회는 광복절, 3·1절, 6·25전쟁 등을 기리고 기념하는 행사를 엽니다. 그런데 그때 부를 노래가 없어요. 연관 없는 외국 찬송가를 부르지요. 독일 유학 때 첫 예배에서 충격을 받았는데, 독일 찬송가는 독일 교회사(史)였어요. 루터의 종교개혁부터 계몽주의 시대 시인과 작곡가들이 만든 찬송이 담겼습니다. 광복절 예배에 광복의 기쁨을 담은 찬송가가 없다는 건 부끄러운 일 아니겠습니까.” ―파이프오르간에 오케스트라도 있는 대형 교회가 수두룩합니다.
“한국 교회가 양적 팽창에 몰두해 한국적 교회 문화 형성에 별 의식이 없었어요. 교회에 가면 피아노와 드럼, 키보드 등만 있죠. 가야금, 장구 같은 국악기는 없지요. 국악풍 찬송가, 캐럴이 안 될 이유가 있습니까. 성탄절에 우리 정서와 혼이 담긴 캐럴이 울린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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