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

이진구 기자

동아일보 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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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이진구 기자의 대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딱딱하고 가식적인 형식보다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 떠는 듯한 편안한 인터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sys1201@donga.com

취재분야

2025-06-12~2025-07-12
종교61%
문학/출판17%
역사10%
인사일반3%
문화 일반3%
사회일반3%
사고3%
  • [책의 향기]‘가벼운 더위’의 무서움… 폭염보다 사망자 더 많다

    대중을 위해 쓰인 기후 변화 관련 책들은 분야와 주제를 가리지 않고 대부분 이런 형식이다. ①야! 기후 위기가 오고 있어. ②곳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 알아? ③정신 차려, 안 그러면 큰일 나. ④그래도 아직 늦지 않았어. 다 함께 나서자! 세월이 흐르면서 ①의 ‘오고 있다’가 ‘왔다’로 달라졌을 뿐 나머지 패턴은 비슷하다. 그런데 암울한 생각이지만, 이미 파국은 왔고 돌이킬 방법도 없는데 기후 관련 전문가나 연구자란 사람들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일말의 희망에 기대어 허망한 동아줄을 놓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개미들이 열심히 분리수거하고, 에어컨 끄고, 일회용품을 자제하면 뭐 하나. 분리수거라는 개념도 없는,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지구 평균 기온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5도 이내 상승으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파리협약을 보란 듯이 탈퇴하는데.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공공정책대학원 및 와튼스쿨 교수인 저자가 기후 변화가 초래하는 피해의 ‘숨겨진 비용’을 지적한 점이 눈길을 끈다.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피해 규모를 제대로 파악해야 하는데 지구온난화, 생태계 파괴, 해수면 상승 등 눈에 보이는 것 너머에 보이지 않는 더 방대한 피해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기온이 35.0도를 넘는 날 사망률이 가장 가파르게 증가했지만, 26.6∼35.0도의 날씨에도 사망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연구팀 추정에 따르면 높아진 기온으로 늘어난 노령 사망자의 3분의 2 이상이 이렇게 가벼운 더위 때문에 발생했으며, 이 가운데 뉴스에서 다룰 만한 폭염으로 분류된 더위는 없었다.’(5장 ‘폭염은 어떻게 삶을 무너뜨리는가’에서) 전문가가 아니라면, ‘가벼운 더위’로 인한 사망을 기후 변화와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더욱이 ‘가벼운 더위’는 폭염보다 온도는 낮지만, 훨씬 더 많이 자주 발생해 사망자의 총량은 ‘폭염’ 때보다 훨씬 많다. 하지만 저자는 우리가 그 ‘가벼운’이란 용어 때문에 이를 기후 변화의 피해로 잘 느끼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또 이렇게 덜 극단적이지만, 더 자주 발생하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기상 현상의 한계 효과를 우리가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진심으로 그렇게 믿기 때문인지, 환경경제학자로서의 정체성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저자도 “아직 늦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유럽연합(EU) 내 이산화탄소 총배출량의 감소, 의미 있을 정도의 전기차 판매와 태양광, 풍력 발전소의 증가 등을 근거로 든다. 저자는 2021년 노르웨이에서 판매된 새 승용차 중 약 80%가 순수 전기차였다고 말한다. 아직 충분하지는 않지만, 그리고 갈 길이 멀지만, 세계는 본격적으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정말, 열심히만 한다면 우리의 작은 등으로 구멍 난 독을 메울 수 있을까. 자기와 자기 나라 이익을 위해서라면 “이렇게 추운데 지구온난화가 웬 말?” 이런 무지막지한 말도 서슴지 않는 사람이 옆에서 독을 ‘팡팡’ 깨는데, 우리의 작은 등으로 구멍을 메울 수 있을까. 지구온난화가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의 수장(水葬)을 일으킨다고나 해야 관심을 가질지…. 콩쥐야! 우리 이미 ‘O’된 거 아냐? 원제 ‘Slow Burn: The Hidden Costs of a Warming World’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10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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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교구 보좌주교에 최광희 신부 임명

    레오 14세 교황은 8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보좌주교에 최광희 마태오 신부(47·사진)를 임명했다. 2004년 사제품을 받은 최 보좌주교는 2013~2020년 가톨릭 청년성서모임 담당 사제로 사목했다. 2023년부터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대변인으로 일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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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이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천년 숲, 여기가 극락일세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에서 주인공 뫼르소는 “태양이 눈부셔서” 권총을 들지만, 실은 “뜨거워서”가 아니었을까. 손에 총이 있었다면, 태양을 향해 쏘고 싶을 정도. 태양이 화살처럼 작열해 내리꽂힌다는 게 이런 걸지도. 이런 날씨는 중간에 차가 고장 났다고 거짓말이라도 하고 돌아가고 싶을 정도다. 가만히 있어도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가장 싫어하는 상사와 단둘이 여름휴가를 떠난 느낌이랄까. 그렇게 짜증 반, 화 반으로 도착한 강원 평창군 오대산 월정사(주지 퇴우 정념 스님) 선재길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렸는데…, 상사가 갑자기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짜증과 화, 폭염을 모두 데리고.지난달 30일 찾은 오대산 선재길은 월정사 일주문 전나무숲길부터 월정사를 지나 상원사까지 계곡을 끼고 걷는 약 9km의 순례길이다. 아름드리 전나무가 울창한 산림 속을 폭포처럼 쏟아지는 계곡물에 취해 걷다 보면 폭염, 무더위, 열대야는 딴 나라 이야기가 돼버린다. 이런 인기가 더해져 ‘오대산 천년 숲 선재길 걷기 행사’는 2004년부터 매년 여름 열리고 있다. 한눈팔지 않고 걷기만 하면 보통 4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일주문에 서니 장대한 전나무 숲이 펼쳐진다. 약 1km에 걸쳐 1700여 그루가 있다는데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 황톳길을 조성해 일주문 앞에서 신발을 벗는 이가 많은데, 짙은 피톤치드 향과 함께 걷는 내내 절로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 먹이만 보여주면 쪼르르 다가오는 다람쥐와 함께 걷는 즐거움은 덤. 선재길의 또 다른 장점은 순례길을 걸으며 중간중간 볼거리가 풍부하다는 점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월정사에는 팔각구층석탑(국보)과 석조보살좌상(국보), 목조문수동자좌상(국보), 현존하는 한국 종 중 가장 오래된 상원사 동종(국보) 등 안 보면 후회할 문화유산이 즐비하다. 적광전 앞 팔각구층석탑 앞에 서니 탑에 달린 수십 개의 풍경(風磬)이 바람에 흔들려 청아한 ‘화음’을 낸다. 폭염도 없고, 스트레스도 없고…극락이 따로 없다. 금강연(金剛淵), 월정사 부도군, 반야연(般若淵)을 지나 상원사로 오른다. 금강연은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물이 휘돌아 모여서 못이 되는데, 용이 숨어 있다는 말이 전해온다. 봄이면 열목어가 천 마리, 백 마리씩 무리 지어서 물을 거슬러 올라온다”고 묘사됐던 장소. 반야연의 물이 내려와 모이는 곳이다. 코스에선 다소 떨어져 있지만,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오대산 사고를 들러보는 것도 좋다. 한번 가보면, 왜 이곳에 실록을 보관했는지 느낌이 확 온다. 왜군, 청군, 북한군조차 알고 오지 않는다면 도저히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꼭꼭 숨어 있다. 상원사는 세조가 이곳에 와 피부병이 나았다는 일화가 있다. 국사 교과서에 나오는 상원사 동종이 있는 그곳이다. 그런데 사찰 입구가 계단 꼭대기에 있다. 너무 가팔라 하늘을 쳐다볼 정도로 고개를 들어야 문이 보인다. 계단 양쪽은 군데군데 단풍이 붉게 물들어 있다. 벌써 이곳은 가을이 시작된 것일까. 왜 폭염이 여기서는 맥을 못 추는지 실감이 난다. 내려오는 길은 오를 때와는 또 다른 맛. ‘걸어야 한다, 봐야 한다’는 생각이 없으니 오를 때는 안 보였던 게 눈에 들어온다. “들꽃이 저렇게 많았나?” 아쉽지만 모든 것은 끝이 있다. 일주문 앞, 세워둔 차에 올랐는데 사라졌던 상사가 나타났다. 폭염도 다시 시작됐다.평창=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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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염이 바람과 함께 사라진 곳…오대산 월정사 선재길 걸어보니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에서 주인공 뫼르소는 “태양이 눈 부셔서” 권총을 들지만, 실은 “뜨거워서”가 아니었을까. 손에 총이 있었다면, 태양을 향해 쏘고 싶을 정도. 태양이 화살처럼 작열해 내리꽂힌다는 게 이런 걸지도. 이런 날씨는 중간에 차가 고장 났다고 거짓말이라도 하고 돌아가고 싶을 정도다. 가만히 있어도 화가 치밀어 오르는데, 가장 싫어하는 상사와 단둘이 여름휴가를 떠난 느낌이랄까. 그렇게 짜증 반, 화 반으로 도착한 강원 평창군 오대산 월정사(주지 퇴우 정념 스님) 선재길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내렸는데…, 상사가 갑자기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짜증과 화, 폭염을 모두 데리고.지난달 30일 찾은 오대산 선재길은 월정사 일주문 전나무숲길부터 월정사를 지나 상원사까지 계곡을 끼고 걷는 약 9㎞의 순례길이다. 아름드리 전나무가 울창한 산림 속을 폭포처럼 쏟아지는 계곡물에 취해 걷다 보면 폭염, 무더위, 열대야는 딴 나라 이야기가 되버린다. 이런 인기가 더해져 ‘오대산 천년 숲 선재길 걷기 행사’는 2004년부터 매년 여름 열리고 있다. 한눈팔지 않고 걷기만 하면 보통 약 4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일주문에 서니 장대한 전나무숲이 펼쳐진다. 약 1㎞에 걸쳐 1700여 그루가 있다는데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 황토로 길을 조성해 일주문 앞에서 신발을 벗는 이가 많은데, 짙은 피톤치드 향과 함께 걷는 내내 절로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 먹이만 보여주면 쪼르르 다가오는 다람쥐와 함께 걷는 즐거움은 덤. 선재길의 또 다른 장점은 순례길을 걸으며 중간중간 볼거리가 풍부하다.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인 월정사에는 팔각구층석탑(국보)과 석조보살좌상(국보), 목조문수동자좌상(국보), 현존하는 한국 종 중 가장 오래된 상원사 동종(국보) 등 안 보면 후회할 문화유산이 즐비하다. 적광전 앞 팔각구층석탑 앞에 서니 탑에 달린 수십 개의 풍경(風磬)이 바람에 흔들려 청아한 ‘화음’을 낸다. 폭염도 없고, 스트레스도 없고… 극락이 따로 없다.금강연(金剛淵), 월정사 부도군, 반야연(般若淵)을 지나 상원사로 오른다. 금강연은 ‘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 “물이 휘돌아 모여서 못이 되는데, 용이 숨어 있다는 말이 전해온다. 봄이면 열목어가 천 마리, 백 마리씩 무리 지어서 물을 거슬러 올라온다”라고 묘사됐던 장소. 반야연의 물이 내려와 모이는 곳이다. 코스에선 다소 떨어져 있지만, 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오대산 사고를 들러보는 것도 좋다. 한 번 가보면, 왜 이곳에 실록을 보관했는지 느낌이 확 온다. 왜군, 청군, 북한군조차 알고 오지 않는다면 도저히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꼭꼭 숨어 있다.상원사는 세조가 이곳에 와 피부병이 나았다는 일화가 있다. 국사 교과서에 나오는 상원사 동종이 있는 그곳이다. 그런데 사찰이 계단 꼭대기에 입구가 있다. 너무 가팔라 하늘을 쳐다볼 정도로 고개를 들어야 문이 보인다.계단 양쪽은 군데군데 단풍이 붉게 물들어 있다. 벌써 이곳은 가을이 시작된 것일까. 왜 폭염이 여기서는 맥을 못 추는지 실감이 난다. 내려오는 길은 오를 때와는 또 다른 맛. ‘걸어야 한다, 봐야 한다’는 생각이 없으니 오를 때는 안 보였던 게 눈에 들어온다. “들꽃이 저렇게 많았나?”아쉽지만 모든 것은 끝이 있다. 일주문 앞, 세워둔 차에 올랐는데 사라졌던 상사가 나타났다. 폭염도 다시 시작됐다. 평창=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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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베이징 택배기사의 ‘길거리 다큐’

    하루 일을 마치고 집에 와서 책을 펴는 것은 쉽지 않다. 아니, 어렵다! 그것도 어쩌다 한 번이 아니라 매일 해야 한다면 더더욱. 그래서 우리 같은 범인(凡人)들은 이런저런 핑계로 TV를 켜고,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낸다. ‘오늘도 수고한 나에게 선물을….’ 이런 어디서 주워들은 힐링 어록으로 자신을 다독이며. 이 책의 저자는 그와는 정반대 인생을 살았다. 20년간 19개의 직업을 전전하며, 보고 경험하고 느낀 ‘삶’이라는 횟감을 변두리 횟집 할머니의 ‘투박한 칼질’로 썰었다. ‘OO상 수상작’ ‘세계적인 석학의 날카로운 통찰’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은’ 같은 현학적 수식어구에 혹해 책을 선택하는 우리에게 “이봐! 원래 글이란 그렇게 요란스러운 것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이런 식으로 일하면 곤란하지. 고객이 왕이라는 말도 오르나?” 나는 멈칫했다가 본능적으로 변명했다. “하지만 왕이 한 명이라야 말이지요. 저는 매일 엄청 많은 왕을 섬겨야 하는 걸요.” 그러자 노인은 웃음을 터뜨렸다. 애당초 화가 난 게 아니라 화난 척하며 나를 놀렸던 것이다.’(‘정식 팀원이 되었지만’에서) 20년간 19개 직업을 거친 사람, 4분에 한 개꼴로 배달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 일(택배)을 하는 사람이 쓴 글이라면 불만과 냉소, 우울함 등이 배어 있어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전편에 흐르는 저자의 감성은 긍정과 유머다. 그렇다고 대놓고 유머나 우스개를 소개하는 방식은 아니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세꼬시’처럼 뼈째 썰어 내놓는데, 그 안에 유머와 긍정이 자연스럽게 묻어 있다. 자신에게 벌어진 일, 자신이 본 것을 독자가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것처럼 써 내려가는 것을 보면, 정말 글쓰기를 배운 적이 없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제목만 보면 수많은 직업을 경험한 한 노동자의 고된 일터 경험 같지만, 그보다는 그 속에서 자신을 객관화하고 성찰해 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적은 인생 성장기에 가깝다. 원제 ‘我在北京送快递’.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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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李대통령 친서, 교황에 전달… 올해 두 분 만남 기대”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뒤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많은 추기경이 ‘한국은 괜찮냐’고 묻는데…, 참 많이 부끄러웠습니다.”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이 3일 서울 광진구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간담회를 개최했다. 유 추기경은 2021년 한국인 성직자 중 처음으로 교황청 장관으로 임명됐으며, 이듬해 한국인으로는 네 번째로 추기경에 서임됐다. 지난달 열린 교황 선출 추기경단 회의인 콘클라베에 한국인 추기경 중 유일하게 참가하기도 했다. 현재 여름 휴가를 맞아 한국을 방문 중이다.유 추기경은 “지난해 12월 7일 추기경 전체 회의가 열렸는데, 세계에서 온 추기경들로부터 ‘당신 집안은 무사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심지어 프란치스코 교황님마저 놀라서 ‘한국에서 계엄이라고?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지지?’ 하고 묻는데, 괜찮다고 답하면서도 속으로 참 많이 부끄러웠다”고 떠올렸다.그는 올 3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와 관련해 담화문을 발표한 배경도 설명했다. 유 추기경은 당시 “위기의 대한민국을 위한 갈급한 마음을 가지고 헌법재판소에 호소한다”며 “우리 안에, 저 깊숙이 살아 있는 정의와 양심의 소리를 듣는다면 더 이상 지체할 이유가 없다. 우리 헌법이 말하는 정의의 판결을 해 달라”고 호소했다.“비상계엄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교회 안팎에서 목소리를 내 달라는 요청이 많았습니다. 종교인이고 한국을 떠나 있어 구체적인 상황을 파악하는 데 좀 늦어지긴 했는데, 주변에서도 이럴 때 한마디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많아 발표하게 됐어요. 그나마 요즘은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민주주의를) 바로잡았다고 말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유 추기경은 가까운 시일에 교황청을 방문하고 싶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친서를 자신이 직접 교황 레오 14세에게 전달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친서에는 ‘가까운 시일’이라고 돼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올해 안으로 해석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교황이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많은 만큼 2027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WYD) 등을 통해 남북 관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WYD는 세계에서 수십만 명의 청년이 참가하는 가톨릭계 큰 행사 중 하나. 2023년 포르투갈 리스본 대회에는 150만여 명이 참가했다. 이 때문에 북한의 참가 여부도 관심사다. 유 추기경은 “북한이 올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상대방의 처지를 생각하지 않고 우리가 먼저 나서서 얘기하는 건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서 열린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했을 때 북한에서도 올 수 있는지 백방으로 타진했지만, 답이 없었습니다. 노력은 해야 하지만, 상대가 있는 만큼 (무르익을 때까지) 겉으로 내색은 안 하는 지혜가 필요해요.”유 추기경은 “교황 레오 14세와는 추기경 시절 같은 아파트 아래위층에 살아 매우 친하다”며 “교황은 직접 말하는 것보다 추기경, 장관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게 하고 자신은 끝까지 듣는 스타일”이라고 전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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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 伊 유학 한국인 부제 2명에 직접 사제품

    이탈리아 로마에서 유학 중이던 한국인 부제(副祭) 2명이 교황 레오 14세로부터 직접 사제품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 1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이 교구 소속 이재현 안젤로 부제(양천본당)와 함현준 프란치스코 부제(대치성모탄신본당)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레오 14세 교황 주례로 사제품을 받아 신부가 됐다. 원래 이 부제 등의 사제 서품식은 내년 2월 명동대성당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교황이 지난달 25∼27일 바티칸에서 열린 ‘사제들의 희년’ 행사 마지막 날에 로마에서 유학 중인 세계 부제들에게 직접 서품하기로 결정하며 예식이 열렸다. 이날 사제품을 받은 부제는 이 신부를 포함해 32명이다. 이 신부는 교황청립 우르바노대에서 성서신학을, 함 신부는 같은 학교에서 교의신학을 전공해 각각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교황으로부터 직접 사제품을 받아 신부가 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신부는 소속 교구에서 서품식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 가톨릭에서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처음 방한했던 1984년 5월 허영엽 당시 부제 등 38명이 교황으로부터 직접 사제품을 받은 적이 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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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 부제 2명, 레오 14세 교황에게 사제품 받았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유학 중이던 한국인 부제(副祭) 2명이 교황 레오 14세로부터 직접 사제품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1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지난달 27일(현지 시간) 이 교구 소속 이재현 안젤로(양천본당) 부제와 함현준 프란치스코(대치성모탄신본당) 부제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레오 14세 교황 주례로 사제 서품을 받아 신부가 됐다. 원래 이 부제 등의 사제 서품식은 내년 2월 명동대성당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교황이 지난달 25∼27일 바티칸에서 열린 ‘사제들의 희년’ 행사 마지막 날에 로마에서 유학 중인 세계 부제들에게 직접 서품하기로 결정하며 예식이 열렸다. 이날 사제 서품을 받은 부제는 이 신부를 포함해 32명이다. 이 신부는 교황청립 우르바노대학교에서 성서신학을, 함 신부는 같은 학교에서 교의신학을 전공해 각각 석사학위를 취득했다.교황으로부터 직접 서품을 받아 신부가 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신부는 소속 교구에서 서품식을 하기 때문이다. 한국 가톨릭에서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처음 방한했던 1984년 5월 허영엽 당시 부제 등 38명이 교황으로부터 직접 사제품을 받은 적이 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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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계총림 송광사 법흥 대종사 입적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총림 순천 송광사 동당 도연당(度然堂) 법흥(法興) 대종사(사진)가 1일 입적했다. 법랍 67년, 세수 95세.1931년 충북 괴산에서 출생한 법흥 대종사는 1959년 동화사에서 인곡 스님을 계사로, 효봉 스님은 은사로 사미계를 수지했다. 1961년 해인사에서 자운 스님을 계사로 보살계, 비구계를 수지했다. 조계종 제4, 7, 8대 종회의원을 지냈으며, 2008년 대종사 법계를 품수했다. 빈소는 송광사 선호당에 마련됐으며, 영결식은 5일 오후 2시 송광사에서 조계총림장으로 엄수된다. 061-755-0107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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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훈련으로 뇌 변화 이끄는 명상… 1만시간 수행자는 뇌 7, 8년 젊어”

    “명상할 때는 꼭 자신의 마음 상태와 행동 패턴을 기록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명상이 마음 훈련을 넘어 일상의 실천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지요.” 6월 17일 대전 KAIST 명상과학연구소에서 만난 김완두 소장(미산 스님)은 “명상은 단순한 휴식을 넘는, 마음 훈련을 통해 장기적으로 뇌의 구조적·기능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과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명상과학연구소는 전통 명상을 과학적으로 접근해 인공지능(AI), 뇌과학 등의 연구와 융합하는 연구를 한다. 2018년 3월 문을 열었으며, 현재 KAIST 뇌인지과학과 정재승, 박형동 교수 등이 공동 연구 책임자로 참여하고 있다. 김 소장은 “휴식과 명상은 과학적으로 확연한 차이가 있다”며 “휴식할 땐 뇌파에 주로 알파파(8∼13Hz)가 나타나지만, 깊은 명상 상태에서는 감마파(30∼100Hz)와 세타파(4∼8Hz)가 동시에 나타나는 특이한 패턴이 관찰된다”라고 했다. 알파파는 휴식 때, 세타파는 명상 등 조용히 집중할 때, 감마파는 일반적으로 집중 상태가 가장 깊을 때 나타나는 뇌파로 알려져 있다. 또 명상 전후의 호르몬을 비교 측정하면,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확연히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명상을 1만 시간 이상 수행한 사람의 경우 중추신경(뇌와 척수)에 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회백질 밀도가 증가하고, 뇌의 노화 정도가 비수행자보다 평균 7, 8년 젊게 나타난다고 한다. 그는 “요즘 명상이 인기를 끌다 보니 잘못 알거나 오해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라고 했다. 가장 큰 오해가 명상은 생각을 완전히 멈춰야 한다는 것.“흔히 명상 중에 생각이 떠오르면 실패했다고 느끼지만, 명상의 목적은 생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알아차리고 비판적으로 관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에요. 명상을 통해 특별한 경험이나 상태를 ‘추구’하려는 것도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는 “명상하는 도중 특별한 감각이나 상태를 경험할 수는 있지만, 이를 목표로 삼으면 명상의 본질에서 벗어난다”라며 “단기간에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며 강도 높게 오랫동안 하는 것보다 5∼10분 정도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조언했다.“흔히 명상을 편안하게 긴장을 풀기 위해 하는 것으로 아는 분이 많아요. 명상 수련의 주요한 목적 중 하나는 ‘내 마음 알아차리기’를 통해 자기 자신을 관리하는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에요. 이 과정에서 편안해질 수도 있지만 내 마음을 관찰하는 동안 불편함, 불쾌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수련 중에 어려움도 겪고요. 진정한 명상은 이런 과정을 모두 경험하며 얻는 것입니다.” 명상은 동양에서 시작됐는데도 현재는 미국과 유럽 등보다 개발 및 활용면에서 뒤처져 안타깝다고 김 소장은 말했다. 그는 “한국 등 동아시아에서는 그동안 명상이 궁극적인 깨달음을 추구하는 종교적 수행으로만 여겨져 대중화에 늦은 면이 많다”라며 “서구에서는 1970년대부터 일종의 정신건강 증진 방법으로 접근한 탓에 지금은 다양한 명상 기법이 개발되고 이를 정서, 인지, 사회적으로 다양하게 활용하는 중”이라고 말했다.대전=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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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상의 목적은 내 마음 알아차리기…단순휴식 넘어 뇌 변화 이끄는 훈련”

    “명상할 때는 꼭 자신의 마음 상태와 행동 패턴을 기록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야 명상이 마음 훈련을 넘어 일상의 실천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지요.”6월 17일 대전 KAIST 명상과학연구소에서 만난 김완두 소장(미산 스님)은 “명상은 단순한 휴식을 넘는, 마음 훈련을 통해 장기적으로 뇌의 구조적·기능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과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명상과학연구소는 전통 명상을 과학적으로 접근해 인공지능(AI), 뇌과학 등의 연구와 융합하는 연구를 한다. 2018년 3월 문을 열었으며, 현재 KAIST 뇌인지과학과 정재승, 박형동 교수 등이 공동 연구 책임자로 참여하고 있다.김 소장은 “휴식과 명상은 과학적으로 확연한 차이가 있다”며 “휴식할 땐 뇌파에 주로 알파파(8~13Hz)가 나타나지만, 깊은 명상 상태에서는 감마파(30~100Hz)와 세타파(4~8Hz)가 동시에 나타나는 특이한 패턴이 관찰된다”라고 했다. 알파파는 휴식 때, 세타파는 명상 등 조용히 집중할 때, 감마파는 일반적으로 집중 상태가 가장 깊을 때 나타나는 뇌파로 알려져 있다. 또 명상 전후의 호르몬을 비교 측정하면,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확연히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명상을 1만 시간 이상 수행한 사람의 경우 중추신경(뇌와 척수)에 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회백질 밀도가 증가하고, 뇌의 노화 정도가 비수행자보다 평균 7, 8년 젊게 나타난다고 한다.그는 “요즘 명상이 인기를 끌다 보니 잘못 알거나 오해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라고 했다. 가장 큰 오해가 명상은 생각을 완전히 멈춰야 한다는 것.“흔히 명상 중에 생각이 떠오르면 실패했다고 느끼지만, 명상의 목적은 생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알아차리고 비판적으로 관찰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에요. 명상을 통해 특별한 경험이나 상태를 ‘추구’하려는 것도 잘못된 생각입니다.”그는 “명상하는 도중 특별한 감각이나 상태를 경험할 수는 있지만, 이를 목표로 삼으면 명상의 본질에서 벗어난다”라며 “단기간에 극적인 변화를 기대하며 강도 높게 오랫동안 하는 것보다 5~10분 정도로 시작해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조언했다.“흔히 명상을 편안하게 긴장을 풀기 위해 하는 것으로 아는 분이 많아요. 명상 수련의 주요한 목적 중 하나는 ‘내 마음 알아차리기’를 통해 자기 자신을 관리하는 능력을 향상하는 것이에요. 이 과정에서 편안해질 수도 있지만, 내 마음을 관찰하는 동안 불편함, 불쾌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수련 중에 어려움도 겪고요. 진정한 명상은 이런 과정을 모두 경험하며 얻는 것입니다.”명상은 동양에서 시작됐는데도 현재는 미국과 유럽 등보다 개발 및 활용에서 뒤쳐진 것이 안타깝다고 김 소장은 말했다. 그는 “한국 등 동아시아에서는 그동안 명상이 궁극적인 깨달음을 추구하는 종교적 수행으로만 여겨져 대중화에 늦은 면이 많다”라며 “서구에서는 1970년대부터 일종의 정신건강 증진 방법으로 접근한 탓에 지금은 다양한 명상 기법이 개발되고 이를 정서, 인지, 사회적으로 다양하게 활용하는 중”이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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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편한 진실, AI는 진심 담은 얘기 못해… 교회가 시대 맞게 활용하는 지혜 알려야”

    최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 인공지능(AI)·빅데이터 관련 행사에서 AI를 이용한 기독교와 불교 기도문 작성 ‘키오스크’를 선보였다. 온라인에서도 AI로 쉽게 쓰는 대표 기도문과 설교 작성 요령 및 실전 팁까지 가르쳐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위기감 때문일까. 23∼25일 제주에서 미래목회포럼(대표 황덕영 목사) 주최로 ‘AI 혁신의 시대, 목회 리더십’ 콘퍼런스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목회 리더십’을 발표한 기독교대한감리회 김학중 목사(안산 꿈의교회)는 27일 “목사 대신 AI에 외로움과 자기 고민을 얘기하고 상담받는 사람이 점차 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AI에 고민을 상담한다니 놀랍습니다. “아무리 목사에게라도, 자신의 치부나 어려움을 털어놓기란 쉽지 않아요. 그런데 AI는 완벽하게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습니까. 듣는 쪽의 생각이나 반응을 걱정하거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요. 시간과 장소의 구애도 없지요. 또 ‘즉시성’도 AI를 찾는 이유 중 하나예요.” ―즉시성이라니요. “목사 등 종교인의 고민 상담은 보통 그 자리에서 답을 주기보다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고, 여러 상황을 고려하는 ‘숙성’ 과정을 거쳐요. 시간이 걸리는 거죠. 그런데 AI는 바로 피드백을 해주니까…. 더군다나 몇 번만 질문과 대답을 하다 보면 알고리즘에 의해 원하는 답, 듣고 싶은 말을 해주니까 점점 더 빠지는 거죠.” ―AI가 작성한 기도문이나 설교문은 수준이 어떻습니까. “제가 설교 원고를 작성한 뒤, AI에 ‘요즘 설교 트렌드랑 비교하면 어떤 것 같으냐’고 물어본 적 있어요. 어떤 비평가보다 놀랍도록 세세하게 평가해 주더군요. 국내외를 망라해 요즘 대중이 선호하는 목사들과 그들의 설교를 전부 분석해 비교해 주는 거죠. 그리고 사용자가 요구하는 형식으로 다시 재정리해 주고요. 설교를 듣는 사람들의 성향과 연령대, 시기, 사회적 이슈 등까지 고려해 작성해 주니….” ―한 번 빠지면 벗어나기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고민이죠. 설교는, 우리 표현으로 하면 하나님이 주시는 말씀을 받아서, 고민의 고민을 거듭해서 작성해 신도들에게 전하는 건데 AI는 그게 아니니까요. 말은 번드레하겠지만, 프롬프트를 읽는 것과 다를 게 뭐겠습니까. 이러다가 자칫 종교가 설 자리를 잃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러기 전에 우리부터 현실을 직시하고 대비하자는 취지에서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인 게 이번 콘퍼런스지요.” ―그렇다고 AI를 배척할 필요는 없다고 하셨더군요. “우리 교회에선 AI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외국에 보내주고 있어요. AI를 활용하면 제작은 물론 아프리카 오지 부족 언어로 더빙도 할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해 사람이 가기 힘들고 위험한 곳까지 선교가 가능하지요. AI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점점 더 빠지는 사람이 많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AI는 듣고 싶지 않은 진실을, 진심을 담아 얘기해 줄 수 없다는 점이지요. 슬기롭게, 시대에 맞게 활용하는 지혜를 교회가 나서서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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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는 듣고 싶지 않은 진실을, 진심을 담아 얘기해줄 수 없습니다”

    최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 인공지능(AI)·빅데이터 관련 행사에선 AI를 이용한 기독교와 불교 기도문 작성 ‘키오스크’가 선보였다. 온라인에서도 AI로 쉽게 쓰는 대표 기도문과 설교 작성 요령 및 실전 팁까지 가르쳐주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위기감 때문일까. 23~25일 제주에서 미래목회포럼(대표 황덕영 목사) 주최로 ‘AI 혁신의 시대, 목회 리더십’ 콘퍼런스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목회 리더십’을 발표한 기독교대한감리회 김학중 목사(안산 꿈의교회)는 27일 “목사 대신 AI에 외로움과 자기 고민을 얘기하고 상담받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AI에 고민을 상담한다니 놀랍습니다.“아무리 목사에게라도, 자신의 치부나 어려움을 털어놓기란 쉽지 않아요. 그런데 AI는 완벽하게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습니까. 듣는 쪽의 생각이나 반응을 걱정하거나 눈치를 볼 필요도 없고요. 시간과 장소의 구애도 없지요. 또 ‘즉시성’도 AI를 찾는 이유 중 하나에요.”―즉시성이라니요.“목사 등 종교인의 고민 상담은 보통 그 자리에서 답을 주기보다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고, 여러 상황을 고려하는 ‘숙성’ 과정을 거쳐요. 시간이 걸리는 거죠. 그런데 AI는 바로 피드백을 해주니까…. 더군다나 몇 번만 질문과 대답을 하다 보면 알고리즘에 의해 원하는 답, 듣고 싶은 말을 해주니까 점점 더 빠지는 거죠.”―AI가 작성한 기도문이나 설교문은 수준이 어떻습니까.“제가 설교 원고를 작성한 뒤, AI에 ‘요즘 설교 트렌드랑 비교하면 어떤 것 같으냐’고 물어본 적 있어요. 어떤 비평가보다 놀랍도록 세세하게 평가해주더군요. 국내외를 망라해 요즘 대중이 선호하는 목사들과 그들의 설교를 전부 분석해 비교해 주는 거죠. 그리고 사용자가 요구하는 형식으로 다시 재정리해 주고요. 설교를 듣는 사람들의 성향과 연령대, 시기, 사회적 이슈 등까지 고려해 작성해 주니….” ―한 번 빠지면 벗어나기 힘들 것 같습니다.“그래서 고민이죠. 설교는, 우리 표현으로 하면 하나님이 주시는 말씀을 받아서, 고민의 고민을 거듭해서 작성해 신도들에게 전하는 건데 AI는 그게 아니니까요. 말은 번드르르하겠지만, 프롬프트를 읽는 것과 다를 게 뭐겠습니까. 이러다가 자칫 종교가 설 자리를 잃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그러기 전에 우리부터 현실을 직시하고 대비하자는 취지에서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인 게 이번 콘퍼런스지요.”―그렇다고 AI를 배척할 필요는 없다고 하셨더군요.“우리 교회에선 AI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외국에 보내주고 있어요. AI를 활용하면 제작은 물론 아프리카 오지 부족 언어로 더빙도 할 수 있습니다. 그로 인해 사람이 가기 힘들고 위험한 곳까지 선교가 가능하지요. AI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점점 더 빠지는 사람이 많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AI는 듣고 싶지 않은 진실을, 진심을 담아 얘기해줄 수 없다는 점이지요. 슬기롭게, 시대에 맞게 활용하는 지혜를 교회가 나서서 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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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사람보다 일 더 잘하는 AI… 악몽일까 축복일까

    두려움을 한껏 고조시키다 갑자기 “그런데 괜찮을 수도 있어”라고 하면 이상하다. 반대도 마찬가지. 그래서 미래 전망을 다룬 책은 보통 한 방향으로 치우치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인공지능(AI) 등장 이후의 미래를 어둡게 본 것 같다. ‘악몽’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니 말이다. 이 책은 AI가 변화시킬 미래 모습을 2016년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로 ‘먼저’ 겪은 바둑계를 중심으로 들여다봤다. 저자의 지적대로 알파고 이후 프로기사들은 AI에 바둑을 배우는 처지가 됐다. 알파고 등장 이후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 AI를 이길 수 있는 프로기사는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런 모습이 앞으로 여러 업계에서 벌어질 것이며, 사람보다 일을 더 잘하는 AI가 ‘갑자기’ ‘싸게’ 보급되는 순간 우리는 AI가 만든 새로운 질서를 따라야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리고 일단 이 같은 변질이 여러 분야에서 시작되면, 그로 인해 수혜를 보는 그룹이 생기기에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소설을 쓰는 데 필요한 게 창의성이든 문학성이든 뭐든 간에, 그걸 인간만 가질 수 있다고 말할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 알파고가 주는 교훈이 바로 그것이다.’(2. ‘오만과 편견, 그리고 창의성’에서) 엄청난 변화가 대단히 빠르게 닥칠 것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 모습이 과연 ‘악몽’일지는 잘 모르겠다. 당연한 말이지만, 다른 전망도 얼마든지 많기 때문. 분명한 것은, 결과가 좋든 나쁘든 인류는 그 ‘빠르고 엄청난 변화’에 적응할 것이라는 점이다. 1903년 12월 17일 ‘무모한’ 두 젊은이가 안전장치 하나 없이 자신이 만든 물체에 ‘매달리는’ 모험을 감행했다. 비행시간은 불과 12초. 그리고 1969년 7월 20일 인류는 달에 착륙했다. 두 사건 사이의 시간은 불과 66년. 상상하기 어려운, 눈알이 ‘핑핑’ 돌 정도의 변화에 적응해 왔다고 생각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AI가 인간의 ‘상상력’ ‘무모함’ ‘계산 없음’ ‘모험심’, 심지어 상당히 많이 위대한 업적을 낳은 ‘뻘짓’과 ‘실수’ ‘실패’까지 장착할 수 있을까? 영화 터미네이터의 명대사(‘The future is not set’)처럼, 미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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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관 체험한 장병들 큰 울림 받고 가죠”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용사들 절대 나약하지 않아요. 믿고 주무셔도 됩니다.” 6·25전쟁 75주년을 앞두고 17일 충남 계룡시 계룡대 홍제사에서 만난 육군본부 군종실 지효 스님(소령·사진)은 “기성세대가 보기엔, 과거와 달리 요즘 장병들은 ‘너무 나약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 16년째 군법사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1980, 90년대 군 생활을 한 부모 세대가 보면 놀랄 정도로 지금 장병들은 과거와 다르다”고 했다. 부모 세대 시절에는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군 생활이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식이었다면, 요즘 장병들은 부대에서 자신이 맡은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한다는 것. 이는 여가 시간에 운동, 공부 등은 물론이고 피부 미용까지 자기 관리로 이어진다고 한다. 불교는 살생을 금하는데, 적을 죽일 수밖에 없는 ‘호국불교’라는 개념은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 걸까. 지효 스님은 “군은 타국을 침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국민, 우리 가족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라며 “서산대사, 사명당 같은 승군이 적을 죽인 것은 침략자들로부터 자행되는 더 큰 살생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불살생을 실천한 것”이라고 말했다. 승군 부대와 전투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명량해전의 경우 배에 탄 승병들은 다른 수군과 달리 봉 끝을 헝겊으로 말아 왜군이 배에 오르지 못하게 밀어내고 쳐내는 식으로 싸웠다고 그는 말했다. 현재 육군 내엔 군법사 1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종교 행사 외에도 장병 상담, 선도, 사생관(死生觀) 교육, 전장 윤리 등 정신교육 활동도 병행한다. 육군의 경우 아프리카 남수단 한빛부대, 레바논 동명부대에도 군법사가 파견돼 있다. 군승 제도 도입 뒤 지금까지 순국한 군법사만 13명. 대한불교조계종 군종교구는 해마다 서울과 대전 현충원을 찾아 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 있다. 지효 스님은 6월 호국의 달은 물론이고 시간이 날 때마다 불당을 찾는 장병들에게 가능하면 ‘입관 체험’을 시켜준다고 했다. 죽음이란 어떤 것인지 간접적으로라도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 관에 잠시 들어가 있다 나오게 한다. 생각보다 많은 장병들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큰 울림을 받는다고 한다. 그는 “죽음과 무상을 늘 가까이한다는 점에서 불교와 군은 닮은 점이 많다”라며 “군은 죽음과 늘 가까이 있을 수밖에 없는 곳이기에 의미 있는 삶과 죽음에 대한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계룡=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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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Z장병들 나약하지 않아…맡은 일에 의미부여하고 열심”

    “MZ세대(밀레니엄+Z세대) 용사들 절대 나약하지 않아요. 믿고 주무셔도 됩니다.”6·25전쟁 75주년을 앞두고 17일 충남 계룡시 계룡대 홍제사에서 만난 육군본부 군종실 지효 스님(소령)은 “기성세대가 보기엔, 과거와 달리 요즘 장병들은 ‘너무 나약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며 이렇게 말했다.16년째 군법사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1980, 90년대 군 생활을 한 부모 세대가 보면 놀랄 정도로 지금 장병들은 과거와 다르다”라고 했다. 부모 세대 시절에는 ‘거꾸로 매달아도 국방부 시계는 돌아간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군 생활이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식이었다면, 요즘 장병들은 부대에서 자신이 맡은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하나라도 더 배우려고 한다는 것. 이는 여가 시간에 운동, 공부 등은 물론이고 피부 미용까지 자기 관리로 이어진다고 한다.불교는 살생을 금하는데, 적을 죽일 수밖에 없는 ‘호국불교’라는 개념은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 걸까. 지효 스님은 “군은 타국을 침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국민, 우리 가족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조직”이라며 “서산대사, 사명당 같은 승군이 적을 죽인 것은 침략자들로부터 자행되는 더 큰 살생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불살생을 실천한 것”이라고 말했다. 승군 부대와 전투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명량해전의 경우 배에 탄 승병들은 다른 수군과 달리 봉 끝을 헝겊으로 말아 왜군이 배에 오르지 못하게 밀어내고 쳐내는 식으로 싸웠다고 그는 말했다.현재 육군 내엔 군법사 1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종교 행사 외에도 장병 상담, 선도, 사생관(死生觀) 교육, 전장 윤리 등 정신교육 활동도 병행한다. 육군의 경우 아프리카 남수단 한빛부대, 레바논 동명부대에도 군법사가 파견돼 있다. 군승 제도 도입 뒤 지금까지 순국한 군법사만 13명. 대한불교조계종 군종교구는 해마다 서울과 대전 현충원을 찾아 이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 있다.지효 스님은 6월 호국의 달은 물론이고 시간이 날 때마다 불당을 찾는 장병들에게 가능하면 ‘입관 체험’을 시켜준다고 했다. 죽음이란 어떤 것인지 간접적으로라도 느끼기 위해 관에 잠시 들어가 있다 나오게 한다. 생각보다 많은 장병들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큰 울림을 받는다고 한다.그는 “죽음과 무상을 늘 가까이한다는 점에서 불교와 군은 닮은 점이 많다”라며 “군은 죽음과 늘 가까이 있을 수밖에 없는 곳이기에 의미 있는 삶과 죽음에 대한 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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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황, ‘美 이란 공격’ 관련 외교적 해결 촉구

    레오 14세 교황이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과 관련해 국제사회에 중동 전쟁 확산을 막기 위한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결을 촉구했다. 바티칸뉴스에 따르면 교황은 22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열린 주일 삼종 기도에서 “오늘날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평화를 갈망하며 외치고 있다”라며 “국제사회의 모든 구성원은 전쟁의 비극을 막을 도덕적 책임이 있다”라고 말했다. 교황은 또 “전쟁은 문제를 증폭시키고 민족의 역사에 깊은 상처를 입힌다. 어떤 군사적 승리도 어머니의 고통, 아이의 두려움, 도둑맞은 미래를 보상할 수 없다”라면서 “폭력과 유혈 충돌이 아닌 외교를 통한 평화적인 노력으로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교황은 이어 “(미-이란) 중동 사태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포함해 가자 지구와 다른 지역 주민들이 겪는 일상적인 고통이 잊힐 위험이 있다”라며 “이들 지역에 대한 적절한 인도적 지원의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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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류 최초 사회복지사가 석가모니 부처… 그 가르침 따르는 것뿐”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대표이사 묘장 스님) 창립 30주년 기념 법회가 11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렸다. 1995년 ‘깨달음의 사회화’를 천명하며 산하 21개 시설, 종사자 300여 명으로 출범한 재단은 현재 181개 시설, 5600여 명으로 구내에서 가장 큰 복지재단 가운데 하나다. 한 해 예산만 4000억 원에 이른다. 18일 서울 동대문구 연화사에서 만난 묘장 스님은 “사실 인류 최초의 사회복지사가 석가모니 부처님”이라며 “그 가르침을 따르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석가모니가 현대에 태어났으면 사회복지사가 됐을 거라고요.“석가모니 부처님은 태어나자마자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라고 외치셨어요. 대부분 앞부분은 아는데 ‘삼계개고 아당안지’는 잘 모르지요. ‘내가 세상에 고통받는 모든 이들을 구제해 편안케 하겠다’라는 뜻이거든요. 요즘 직업으로 치면 사회복지사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깨달음의 사회화’란 무슨 의미입니까.“30년 전 당시 총무원장인 월주 스님이 ‘깨달음의 사회화’를 천명하며 재단을 설립하셨어요.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세상에서 나보다 잘난 사람은 없다’라는 교만한 의미가 아니에요. 생로병사에서 벗어나 영원한 존재가 된 자신처럼, 삼계에서 고통받는 모든 중생을 반드시 구제해 나처럼 만들겠다는 자신감이지요.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지 않는 깨달음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정부가 복지 지원에서 빛과 그림자를 모두 봐야 한다고 하셨습니다.“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습니다. 정부가 국민 복지를 챙기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만,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나서면 해당 분야의 민간 사회복지단체에는 기부와 후원이 안 들어오는 현상이 벌어져요. 지금 노인복지기관이나 장애인시설에 후원금이 안 들어오는 게 그런 까닭이지요. 촘촘한 복지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민간 영역이 성장해야 하거든요. 복지 제도를 설계할 때 양쪽을 모두 고려하는 폭넓은 시야를 가졌으면 하지요. 그리고 재난 지역에서 좀 혼자만 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해요.” ―혼자만 하려 한다니요.“재난 현장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민간 단체와 함께하려 하지 않거나, 기본적인 공지도 안 해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요. 2017년 경북 포항 지진 때 주민들이 홍해실내체육관에 있다가 다른 곳으로 잠시 옮겼어요. 그래서 다음 날 아침에 지자체에서 알려준 다른 장소로 지원 물품은 물론이고 밥차까지 모두 들고 찾아갔는데 아무도 없더라고요.” ―주소가 잘못됐습니까.“아니요. 새벽에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다 데리고 갔대요. 황당해서 다시 찾아가니, 이번에는 체육관 정문을 열어주지 않았어요. 들어오지 말라는 거죠. 이유는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나는 절로’에서 결혼 커플이 나왔다고요.“올 11월에 한 커플, 내년 5월에 한 커플이 결혼합니다. 2023년 저출산 극복을 위해 시작한 이후 커플은 30여 쌍이 나왔는데 결혼은 처음이지요. 미리 주례사도 써놨어요. 누구나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불행과 고난은 행복 뒤에 서서 늘 따라오지요. 살면서 기쁘고 행복한 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서로 의지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으면 합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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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 한분 남을때까지… ‘감사’ 멈추지 않겠습니다”

    “마지막 한 분이 남을 때까지 감사를 멈추지 않겠습니다.” 22일 경기 용인시 새에덴교회(담임목사 소강석)에서 열린 ‘제75주년 6·25전쟁 상기, 국군 참전용사 초청 보은행사’에서 소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날 행사엔 6·25전쟁 국군 참전용사 200여 명과 주민, 각계 인사 5000여 명이 참석했다. 2007년부터 시작된 새에덴교회의 보은행사는 그동안은 해외 참전용사까지 초청했다. 지난해부터는 참전용사들이 90세가 넘는 고령임을 고려해 국내외로 나눠 치르고 있다. 새에덴교회는 13, 1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300여 명의 미국 참전용사와 가족, 전사자와 실종자 가족 등을 초청해 보은행사를 가졌다. 19년째인 올해까지 초청된 국내외 참전용사와 가족, 실종자와 전사자 유가족은 모두 7300여 명에 이른다. 1부 예배에 이어 열린 2부 보훈 음악회에는 소프라노 서선영 신델라, 테너 박주옥, 남성 중창단 빅마우스 등이 출연해 ‘그리운 금강산’ ‘비목’ ‘전선을 간다’ 등을 참전용사들과 함께 불렀다. 소 목사는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우리를 지켜준 용사들에게 감사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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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불교조계종사회복지재단(대표이사 묘장 스님) 창립 30주년 기념 법회가 11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렸다. 1995년 ‘깨달음의 사회화’를 천명하며 산하 21개 시설, 종사자 300여 명으로 출범한 재단은 현재 181개 시설, 5600여 명으로 구내에서 가장 큰 복지재단 가운데 하나다. 한 해 예산만 4000억 원에 이른다. 18일 서울 동대문구 연화사에서 만난 묘장 스님은 “사실 인류 최초의 사회복지사가 석가모니 부처님”이라며 “그 가르침을 따르는 것뿐”이라고 말했다.―석가모니가 현대에 태어났으면 사회복지사가 됐을 거라고요.“석가모니 부처님은 태어나자마자 ‘천상천하 유아독존 삼계개고 아당안지(天上天下 唯我獨尊 三界皆苦 我當安之)’라고 외치셨어요. 대부분 앞부분은 아는데 ‘삼계개고 아당안지’는 잘 모르지요. ‘내가 세상에 고통받는 모든 이들을 구제해 편안케 하겠다’라는 뜻이거든요. 요즘 직업으로 치면 사회복지사 아니겠습니까. 하하하.”―‘깨달음의 사회화’란 무슨 의미입니까.“30년 전 당시 총무원장인 월주 스님이 ‘깨달음의 사회화’를 천명하며 재단을 설립하셨어요.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세상에서 나보다 잘난 사람은 없다’라는 교만한 의미가 아니에요. 생로병사에서 벗어나 영원한 존재가 된 자신처럼, 삼계에서 고통받는 모든 중생을 반드시 구제해 나처럼 만들겠다는 자신감이지요.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지 않는 깨달음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정부가 복지 지원에서 빛과 그림자를 모두 봐야 한다고 하셨습니다.“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습니다. 정부가 국민 복지를 챙기는 게 당연한 일입니다만,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나서면 해당 분야의 민간 사회복지단체에는 기부와 후원이 안 들어오는 현상이 벌어져요. 지금 노인복지기관이나 장애인시설에 후원금이 안 들어오는 게 그런 까닭이지요. 촘촘한 복지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민간 영역이 성장해야 하거든요. 복지 제도를 설계할 때 양쪽을 모두 고려하는 폭넓은 시야를 가졌으면 하지요. 그리고…재난 지역에서 좀 혼자만 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해요.”―혼자만 하려 한다니요?“재난 현장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민간 단체와 함께하려 하지 않거나, 기본적인 공지도 안 해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요. 2017년 포항 지진 때 주민들이 홍해실내체육관에 있다가 다른 곳으로 잠시 옮겼어요. 그래서 다음 날 아침에 지자체에서 알려준 다른 장소로 지원 물품은 물론이고 밥차까지 모두 들고 찾아갔는데 아무도 없더라고요.”―주소가 잘못됐습니까. “아니요. 새벽에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다 데리고 갔대요. 황당해서 다시 찾아가니, 이번에는 체육관 정문을 열어주지 않았어요. 들어오지 말라는 거죠. 이유는 지금도 모르겠습니다.”―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은 ‘나는 절로’에서 결혼 커플이 나왔다고요.“올 11월에 한 커플, 내년 5월에 한 커플이 결혼합니다. 2023년 저출산 극복을 위해 시작한 이후 커플은 30여 쌍이 나왔는데 결혼은 처음이지요. 미리 주례사도 써놨어요. 누구나 행복하기를 바라지만, 불행과 고난은 행복 뒤에 서서 늘 따라오지요. 살면서 기쁘고 행복한 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서로 의지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으면 합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2025-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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