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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부터 ‘이진구 기자의 대화’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딱딱하고 가식적인 형식보다 친구와 카페에서 수다 떠는 듯한 편안한 인터뷰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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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 화합시키려 꾸짖지만 잘안돼, 아전인수 해석할까 일갈도 조심스러워”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경주 남산 열암곡 마애불을 세우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지하에 통로를 만들어 관람객이 아래에서 쳐다보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우 스님은 총무원장 취임 1주년을 맞아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26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스님은 “행정 절차와 기술적 문제 등 여러 제약 때문에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일단은 마애불을 바로 세우는 게 목적이지만,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지하 통로 관람 방식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7년 5월 경주 남산 기슭에서 엎어진 채로 발견된 경주 마애불(약 80t)은 지형적, 기술적 어려움과 파손 우려 탓에 지금까지도 일으켜 세우지 못하고 있다. 조계종은 ‘마애불 바로 모시기’를 올해 종책 사업으로 정해 추진 중이다. 진우 스님은 최근 정치권의 극한 대립에 대해 안타까움도 표시했다. 스님은 “정치인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만날 때마다 화합시키려고 굉장히 꾸짖기도 하지만 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워낙 진영논리가 첨예하다 보니 종교 지도자로서 공개적으로 일갈하기도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며 “각자 아전인수로 해석해서 또 다른 논란이 발생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내년 상반기에 한국적 명상 프로그램인 ‘K명상’을 개발해 보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진우 스님은 “우리 사회가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불안감, 적대감 등 심리적 갈등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그 해소 방안으로 우리 정서에 맞는 ‘K명상’을 만들어 보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계획안이 마련되면 템플스테이와 연계해 전국적인 명상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킬 예정이다. 조계종 조직을 개편하기 위해 조계종 헌법에 해당하는 종헌과 종법도 이르면 내년 3월경 개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진우 스님은 “고통받는 국민에게 자비, 상생, 화쟁 등 불교 정신이 녹아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2023-09-27 03:00
성철스님 열반 30주기 맞아 학술 세미나-법회등 잇따라… ‘선림고경총서’ 무료 공개도성철(性徹·1912∼1993) 스님 열반 30주기를 맞아 학술 세미나, 퇴옹학술상 시상식, 법회 등이 열린다. 백련불교문화재단(이사장 원택 스님)은 25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림고경총서’(전 37권)를 11월 3일부터 재단 홈페이지(www.songchol.com)에서 무료로 공개한다고 밝혔다. 성철 스님은 옛 조사 스님들의 말씀 중 참선에 요긴하다고 생각되는 30여 종의 책을 골라 직접 ‘선림고경총서’라고 이름 짓고, 제자들에게 번역하도록 했다. ‘선림고경총서’ 간행은 돈오돈수를 표방하는 선종 정통의 목표를 널리 소개하는 것을 첫 번째 과업으로 여긴 성철 스님의 정신을 알리는 작업으로 평가받는다. 총서는 준비 기간을 포함해 약 10년에 걸친 작업 끝에 1993년 출간됐다. 다음 달 14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는 제6회 퇴옹학술상 시상식과 함께 ‘성철 스님의 불교 인식과 현대적 적용’을 주제로 학술 세미나가 열린다. 신규탁 연세대 교수의 ‘성철 선사의 선 문헌 속에 인용된 경전과 어록’ 등 성철 스님의 수행과 사상을 조명하는 논문 6편이 발표된다. 또 다음 달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경남 합천 해인사 백련암에서는 성철 스님 열반 30주기를 추모하며 4만8000배를 올리는 참회법회가 열린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2023-09-26 03:00
사찰 탐방 열풍 부른 ‘꽃스님’ 범정스님 “아름다운 모습 보여 드리는게 포교죠”최근 대한불교조계종 대화엄사(주지 덕문 스님)의 야간 사찰 탐방 프로그램인 ‘화야몽(華夜夢)’이 사전 접수를 시작한 지 3시간여 만에 모집 인원 22명이 마감됐다. 첫 시작일인 22일 함께하는 지도 스님이 일명 ‘꽃스님’ 범정 스님(30·사진)이란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 스님은 수려한 외모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남동생과 여동생도 출가해 삼남매 모두 스님이 됐다. 전남 구례 대화엄사 사성암에서 21일 만난 범정 스님(해군 진해기지사령부 해안사 주지·대위)은 “(불교와) 인연이 닿아 몸이 먼저 출가했을 뿐, 마음까지 스님이라 하기에는 많이 모자라는데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 군종 장교입니다. 두 번째 입대더군요. “육군 병장으로 제대하고 군종 장교로 자원 입대했어요. 부모님 권유로 15세에 초등학생인 남동생과 같이 출가했는데, 은사 스님(우석 스님)께서 수행과 공부도 필요하지만 젊을 때는 다른 젊은이들이 어떻게 사는지 아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25세에 일반병으로 입대했지요. 저는 군 생활이 재미있고 편했어요.” ―군 생활이 편했습니까? “하하하, 절에서는 매일 오전 3시 예불을 드리는데 군대는 6시까지 재워 주니까요. 제대할 때까지 아무도 제가 스님인지 몰랐어요. 머리도 똑같이 기르고, 제가 전혀 말을 안 했으니까요. 가끔 ‘공양하러 가자’는 절 말이 무심결에 튀어나온 적은 있지만 대충 얼버무리고 지나가서 안 들켰어요.” ―‘꽃스님’(인스타그램 아이디)은 법구경 ‘화향품(花香品)’을 생각해 지었다고요. “화향품은 꽃에 관한 이야기예요. 사람도 향기가 나는데, 평소 습관과 마음에서 우러나지요. 수행자로서 부처님의 법향처럼 좋은 기운을 많은 사람에게 전해 줄 수 있는 이름이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지었어요. 얼굴 때문에 지은 게 절대 아니에요.” ―실례지만 진짜 얼굴에서 광이 납니다. “고등학생 때는 여드름이 트라우마였어요. 몸도 감정과 음식에 민감한 편이고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머리까지 붉어질 정도였지요. 간혹 ‘스님, 감정을 어떻게 조절하면 좋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는데, 제 감정도 조절이 안 돼 티가 나는데 답하기가 부끄러운 거예요. 얼굴에서 티가 나면 안 되겠다 싶어서 그 뒤로 몸에 안 좋은 거 안 먹고, 운동을 했는데 그게 쌓이다 보니…. 세안을 좀 꼼꼼히 하고, 선크림은 바르지만 특별히 화장품은 쓰지 않아요. 제가 외모에 신경은 쓰지만 이유는 따로 있어요.” ―어떤 이유에서인가요. “백 마디 말보다 한 번 보이는 게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잖아요. 제가 나이도 그렇고 아직 설법할 정도는 아니에요.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수행자로서 아름답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지요. 그 향기가 전해져 사람들의 신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그것도 포교가 아닐까요?”구례=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2023-09-25 03:00
[책의 향기]“중화사상은 100여 년 전 발명된 개념이다”드라마와 영화에서 자기 확신이 지나치게 강하고, 자신이 세상의 중심이라고 여기는 인물을 종종 볼 수 있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다. 국제사회에서 이런 캐릭터와 가장 비슷한 나라를 찾는다면 아마 중국이 아닐까. 그리고 중국의 그런 행동 근간에 중화(中華) 이외에는 모두 이적(夷狄)이고, 따라서 중국의 천자가 모든 이민족을 교화하여 세상의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는 중화사상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영국 BBC 출신의 저널리스트가 철저하고 방대한 자료 조사를 토대로 중화사상의 실상과 허구를 파헤쳤다. 결론부터 말하면 중화사상과 중국(中國)이란 개념은 불과 100여 년 전 량치차오, 장빙린, 쑨원, 류스페이 등 혁명가와 개혁가들이 새로운 나라에 어울리는 국호와 사상을 고민하던 끝에 만들어낸 결과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이런 사상이 신장위구르자치구, 티베트, 대만, 남중국해, 홍콩에 얽힌 문제에 대해 지금 중국이 하는 행동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이라는 명칭이 아주 오래전에 사용되었고 오늘날 중국을 그렇게 부른다는 사실은 민족주의 역사학자들이 ‘중국’이 3000년, 아니 심지어 5000년을 가로질러 존재하는 연속적인 국가라는 것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주었다. 하지만 증거를 신중하게 살펴보면 사실 그렇지 않다.”(제1장 ‘외부인의 시선에서 탄생한 이름, 중국’ 중) 저자는 ‘중국’이란 단어가 상나라(기원전 1600년∼기원전 1000년경) 때부터 등장하기는 하지만 상시적으로 쓰인 게 아니라 3000여 년 동안 간헐적으로 사용됐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나마도 역사 속 어느 나라도 자신을 ‘중국’으로 부른 적은 없고 중국 안팎의 사람들, 즉 내부인과 이적이라 불리는 오랑캐를 구분하기 위해서만 썼다는 것이다. 청나라가 망한 뒤 지식인, 혁명가, 개혁가들은 새로운 나라의 이름을 정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고민 중의 고민이었다. 저자는 당시 중국이 유럽 각국과 일본 등 외세를 추방하자는 분위기 속에 건설됐기 때문에 이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자신들(내부인)과 오랑캐를 구분하는 ‘중화’가 유력한 개념으로 등장했다고 말한다. ‘중국’도 후보였는데, 일부에서 ‘국토의 경계를 사방으로 정할 때만 의미 있다’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중화민국(中華民國)’으로 정리됐는데, 후에 중국이 공산화되면서 지금의 중화인민공화국으로 정착됐지만 근본 개념은 같다. 저자에 따르면 중화사상은 타민족을 변화시키고 동화시킬 수 있다는 관념을 압축한 사상이다. 티베트, 신장위구르자치구 등 곳곳에서 벌어지는 분쟁이 불과 100여 년 전 ‘새로운 나라’를 갈망했던 이들이 뿌린 씨앗의 결과라니, 이름 함부로 지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2023-09-23 01:40
“스님-목사-신부-교무 4명 모이니 종교는 사라지고 포용이 남네요”조회수 132만 회(‘님과 함께―마음 읽어드립니다’ 풀버전 편)의 인기 유튜버. 각종 방송 프로그램을 넘나들더니 출연하는 것으로는 모자라 타 종교인들과 함께 중창단까지 만들어 포교하는 엉뚱한 스님. 이쯤 되면 스님이 왜 참선은 안 하고 밖으로 도는지 궁금할 만도 하다. 경기 남양주 대한불교조계종 성관사에서 18일 만난 이 절의 주지 성진 스님은 “늘 우리 품으로 오는 신도들만 만나다 보니 세상과 점점 괴리돼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상과 괴리됐다고 느낀 계기가 있습니까. “몇 년 전 우연히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TV 대담 프로그램을 하게 됐어요. 그런데 준비하면서 좀 놀란 게, 제가 쓰는 말이 대부분 일반적인 언어가 아니라 절 안에서 쓰는 말인 거예요. 생각해 보니 절에 오는 분들이 아니면 어느 순간부터 일반인을 만나 대화한 적이 거의 없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뭐가 고민이고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는지도 잘 몰랐고요.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적극적으로 뛰쳐나갔습니다.” ―타 종교인들과 함께한 유튜브 프로그램(‘님과 함께’)이 시즌 2를 찍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절 밖으로 뛰쳐나가고는 싶었는데 혼자 하는 건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평소 친분이 있던 홍창진 신부님께 같이 가자고 했지요. 처음에는 길에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 콘셉트였어요. 그런데 왠지 ‘도를 믿습니까’처럼 보일 것 같더라고요. 조금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터지고 해서 저희끼리 상대 종교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식으로 바꿨지요. 그런데 생각보다 재미있었던지 많이 좋아해 주셔서….” ―중창단도 만드셨더군요. “방송에서 타 종교인분들을 만나니 너무 좋은 거예요. 제가 모르던 것도 알게 되고. 그래서 제가 이렇게 방송에서만 만나지 말고 함께 세상에 선한 기운을 내보내는 일을 해보자고 제안했지요. 그래서 신부, 목사, 교무(원불교)님들과 함께 ‘만남 중창단’을 만들었어요.” ―노래 말고도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까. “우리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사람들과 먼저 공감을 하고 싶었지요. 우리 이야기를 하면 결국 또 종교 이야기를 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종교가 없는 분들과도 소통하고 대화하고 싶었거든요. 그러기에는 노래가 가장 좋은 방법이었지요. 그런데 막상 대중 앞에 서니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어요.” ―생각지도 못한 일요? “종교인 넷이 모여서 노래를 했더니 오히려 종교는 사라지고, 포용이 남더라고요.” ―의외입니다. “저희도 의외였어요. 만약 저 혼자 불렀다면 사람들은 제게서 불교를 봤겠지요. ‘스님이 포교하려고 그러나?’ 하고…. 그런데 넷이 함께 부르니 사람들이 우리에게서 종교 대신 화합과 포용을 보시더라고요. 잘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좋아해 주시는 이유를 그때 깨달았지요. ‘노래를 꼭 귀로만 듣는 것은 아니구나. 마음으로도 듣는구나. 마음이 기쁘면 좀 못 불러도 좋아하는구나. 나 정말 밖으로 잘 나왔구나’ 하는….”남양주=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2023-09-21 03:00
도포 입고 갓 쓴 예수…운보 김기창 성화집 ‘예수의 생애’ 출간운보 김기창(1914∼2001) 화백이 예수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 30점을 모은 성화집 ‘예수의 생애’(쿰란출판사)가 최근 출간됐다. 김 화백이 1952~1953년 그린 이 작품들은 예수의 탄생, 세례, 수난, 죽음, 부활 등을 한국 풍속화 방식으로 표현했다. 김 화백은 미국에서 파견된 선교사 앤더스 젠센 선교사의 제안으로 이 같은 독특한 스타일의 성화를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김 화백은 ‘예루살렘에 입성’이란 작품에서 갓을 쓰고 한복을 입은 예수가 조선의 성과 마을을 지나 입성하는 모습으로 묘사했다. 또 예수 잉태를 예고한 ‘수태고지’ 작품에서는 마리아를 녹색 치마와 노랑 저고리 차림으로 물레를 앞에 두고 앉아 있는 조선 여인 모습으로 표현했다. 이런 작품은 당시 화단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성화집에 작품 해설을 맡은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는 “예수를 갓 쓴 조선 선비 모습으로 그린 운보 김기창 화백의 그림은 한국 기독교 문화예술사에 큰 충격과 아름다운 파문을 일으켰다”라며 “김 화백의 작품을 통해 한국 기독교는 우리만의 문화와 사유의 방식으로 복음을 좀 더 폭넓게 이해하고 예술적 토착화를 이뤄냈다”라고 말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2023-09-19 16:01
“김대건 신부, 한국만이 아닌 세계의 성인 돼”16일 오후 4시 반(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한국 최초의 사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1846) 성상 제막 축복식이 열렸다. 이날은 김대건 신부가 순교한 지 177년 되는 날이다. 성 베드로 대성당 지하 묘지 출구 인근 외부 벽에 설치된 김대건 신부 성상은 높이 3.7m, 가로 1.83m 크기의 전신상으로, 갓과 도포 등 한복을 입은 김대건 신부가 두 팔을 벌린 모습이다. 한진섭 조각가가 제작했으며 성상의 좌대에는 맨 윗줄에 한글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성 베드로 대성당에 동양 성인의 상이 세워진 건 교회 역사상 처음이다. 대성당 외벽에 수도회 창설자가 아닌 성인의 성상이 설치된 것 역시 최초다. 성상 설치는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맞아 2021년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있는 유흥식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성상 봉헌 의사를 밝히면서 결정됐다. 이날 축복식을 주례한 마우로 감베티 추기경은 “김대건 신부를 시작으로 이제는 각 민족과 나라를 대표하는 성상을 성 베드로 대성당에 모실 것”이라며 “오늘 축복식은 동서양 교회가 함께 걸어가길 바라는 희망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축복식에 앞서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는 유 추기경의 주례로 기념 미사가 봉헌됐다. 유 추기경은 “25년의 짧은 삶을 살았지만 어떤 어려움에도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았던 김대건 신부의 삶을 전 세계 젊은이가 본받길 기대하고 기도 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 미사와 축복식에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이용훈 주교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한진섭 조각가는 “한국(만)의 김대건 신부님이 아니라 세계의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전 바티칸 교황사도궁 클레멘스홀에서 진행된 한국 가톨릭교회 대표단의 특별 알현에서 2014년 8월 방한 당시 김대건 신부가 태어난 충남 당진 솔뫼 성지를 방문했던 일을 회고했다. 교황은 당시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라는 요한복음 12장 24절 문구가 떠올랐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한국 최초의 사제이자 사제 품을 받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젊은 나이에 순교한 김대건 성인은 여러분들 신앙의 아름다운 역사를 영적인 눈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줬다”고 말했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2023-09-18 03:00
석굴암서 영감받은 ‘14사도화’… 명동대성당 聖미술품 아시나요서울 명동대성당 안에 유럽 성당 못지않은 성(聖) 미술이 즐비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6일부터 11월 11일까지 성당 내 미술품을 설명해 주는 ‘명동대성당 가톨릭 미술 이야기 도슨트 프로그램’ 하반기 투어(매주 수, 토요일)가 운영된다. 도슨트 투어는 2019년 봄 시작됐지만 코로나19로 중단됐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재개됐다. 명동대성당의 미술품을 살펴봤다. 성당 전면 중앙제대 뒷면을 감싸고 있는 ‘14사도화’는 한국 교회 미술 개척자이자 서울대 미대 학장을 지낸 화가 장발(1901∼2001)이 1926년 완성한 작품이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 외에 초기 교회 기틀을 놓은 바오로와 바르나바를 포함한 것으로, 얼굴을 그릴 때 당시 활동하던 주교와 사제를 모델로 삼았다. 장발은 경주 석굴암을 방문했을 때 석가모니 둘레의 10대 제자상 입상 부조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스테인드글라스(유리화)는 19세기 프랑스 툴루즈의 대표적인 스테인드글라스 제작사인 제스타 공방 작품으로 1898년 설치됐다. 성당 정면 제대 뒤편의 ‘로사리오 15단’ 유리화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묵상하는 가톨릭교회의 묵주기도 각 단을 주제로 묘사했다. 트랜셉트(십자가형 교회의 좌우 날개 부분) 좌우의 작품은 각각 ‘예수와 열두 사도’, ‘아기 예수 탄생과 동방박사 경배’를 표현했다. 성당의 청동문은 세상과 거룩한 곳을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명동대성당 정면의 3개의 문 가운데 중앙문은 최의순 작가가 1987년에 완성한 것으로, 초기 한국 교회의 중요한 사건을 저부조(低浮彫·얕게 만든 부조)로 표현했다. 맨 위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미사를 집전한 중국인 주문모 신부와 우리말 교리서(주교요지)를 편찬한 명도회 정약종 회장을 묘사했다. 명동대성당 북측 사제관 앞 정원엔 장동호 조각가가 1994년 제작한 예수님 두상 ‘예수 사형선고 받으심’이 있다. 사형선고를 받던 당시 고통스러운 예수님의 모습을 잘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도슨트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이 밖에도 ‘79위 복자화(유채)’ ‘요한 바오로2세 교황(부조)’ ‘명례방 천주교 집회도’ 등 20여 점의 성 미술을 볼 수 있다. 신청 및 자세한 내용은 인터넷 홈페이지 참조.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2023-09-15 03:00
“아는 만큼 보이는 명동대성당”… 성당 곳곳에 담겨있는 가톨릭 미술한국 천주교의 마음의 고향이자 가난하고 힘든 이들의 안식처. 민주화 운동의 성지. 굳이 지명을 붙이지 않아도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곳, 명동대성당. 하지만 그 안에 유럽 성당 못지않은 성(聖) 미술이 즐비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마침 16일부터 11월 11일까지 성당 내 미술품을 설명해주는 ‘명동대성당 가톨릭 미술 이야기 도슨트 프로그램’ 하반기 투어(매주 수, 토)가 시작된다. 명동대성당 도슨트 투어는 2019년 봄 시작됐지만, 코로나19로 중단됐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재개됐다. △14사도화(제단화)성당 전면 중앙제대 뒷면을 감싸고 있는 ‘14사도화’는 한국 교회 미술 개척자이자 서울대 미대 학장을 지낸 장발(1901~2001) 화가가 1926년 완성한 작품이다. 예수님의 열두 제자 외에 초기 교회 기틀을 놓은 바오로와 바르나바를 포함했는데, 얼굴을 그릴 때 당시 활동하던 주교와 사제를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장발은 처음 이 공간을 어떻게 장식할지 많이 고민했는데, 마침 경주 석굴암을 방문했을 때 석가모니 둘레 10대 제자상 입상 부조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독일에서 유행하던 보이론(Beuron) 화풍을 따라 화려함보다 절제미를 추구했다. △스테인드글라스(유리화)19세기 프랑스 툴루즈의 대표적인 스테인드글라스 제작사인 제스타 공방 작품으로 1898년 설치됐다. 성당 정면 제대 뒤편의 ‘로사리오 15단’ 유리화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묵상하는 가톨릭교회의 묵주기도 각 단을 주제로 묘사했다. 트랜셉트(십자가형 교회의 좌우 날개 부분) 좌우의 작품은 각각 ‘예수와 열두 사도’, ‘아기 예수 탄생과 동방박사 경배’를 표현했다. △청동문성당의 ‘문’은 세상과 거룩한 곳을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명동대성당 정면의 3개의 문 가운데 중앙문은 최의순 작가가 1987년에 완성했다. 초기 한국교회의 중요한 사건을 저부조로 표현했는데, 맨 위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미사를 집전한 중국인 주문모 신부와 우리말 교리서(주교요지)를 편찬한 명도회 정약종 회장을 묘사했다. △예수 사형 선고 받으심(조각)명동대성당 북측에 세워진 사제관 앞 정원에 있는 예수님 두상이다. ‘예수 사형 선고 받으심’은 작품 제목으로 장동호 조각가가 1994년 제작했다. 사형 선고를 받던 당시 고통스러운 예수님의 모습을 잘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탈리아의 대리석 산지인 카라라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는데, 16일 바티칸에 설치되는 성 김대건 신부 성상도 같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졌다. 예수님이 눈을 감고 입을 다문 모습을 섬세한 끌질 표현했는데, 고통과 체념 동시에 무한한 사랑을 함께 느낄 수 있다고 한다.이밖에도 도슨트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79위 복자화(유채)’ ‘요한 바오로2세 교황(부조)’ ‘명례방 천주교 집회도’ 등 20여 점의 성미술을 볼 수 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2023-09-14 10:24
“110년만에 오대산 돌아오는 조선왕조실록 감격”국보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이 100년이 넘는 타향살이를 끝내고 올해 11월 오대산 월정사로 돌아온다. 1913년 일제에 의해 강제 반출된 지 110년 만이다. 보물 조선왕실의궤 오대산 사고본도 101년 만에 함께 귀향한다. 의궤는 결혼, 장례 등 왕실과 국가의 주요 행사를 정리한 기록이다. 강원 평창군 월정사에서 11일 만난 대한불교조계종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은 “2006년 일본으로부터 반환받은 뒤에도 17년 동안이나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돼 있던 실록을 이제야 환지본처(還至本處·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는 불교 용어)한다”며 “20년 가까이 실록을 제자리로 돌리기 위해 했던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보게 됐다”고 했다. ―드디어 실록이 집에 돌아오게 됐습니다. “조선 왕실은 임진왜란으로 전주 사고본만 남고 나머지 장소에 있던 실록들이 모두 소실되자 전주 사고본을 바탕으로 실록 4부를 재간행했습니다. 그리고 이곳 오대산 사고 등 4곳에 보관했지요. 오대산 사고본은 일제강점기인 1913년 모두 도쿄제국대로 반출됐는데, 불행히도 1923년 간토대지진으로 27책만 남고 소실됐습니다. 그 27책이 1932년 경성제국대로 옮겨졌다가 광복을 맞았지요. 처음에는 존재하는 오대산 사고본이 그게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 도쿄대가 47책을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지요. 그래서 2006년 저와 경기 남양주 봉선사 주지 철안 스님을 공동의장으로 하는 ‘조선왕조실록 환수위원회’를 구성하고 반환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민간이 나선 이유가 있습니까. “1965년 한일협정에 포함되지 못한 문화재는 사실상 청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했으니까요. 한일협정 당시에는 도쿄대에 오대산 사고본 47책이 있는지조차 몰랐으니…. 그래서 국가는 나설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반환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만…. “소송 등 모든 방법을 다 쓰려고 했지요. 그런데 도쿄대에서 약탈 문화재를 두고 소송까지 가는 게 굉장히 부담스러웠던 모양입니다. 당시 한일관계도 그리 나쁘지 않았고요.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도쿄대가 기존 27책이 있는 서울대에 두 나라 국립대학 간 학술교류와 협력 차원에서 47책을 기증하는 형식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2006년 3월 위원회 구성 석 달여 만에 이룬 쾌거지요.” ―조선왕실의궤 반환 운동도 하셨더군요. “오대산 사고에는 조선왕실의궤도 있었는데, 일제가 1922년 반출해 갔습니다. 의궤가 일본 왕실 도서관에 있다는 것을 알고, 실록을 돌려받은 뒤 바로 다시 2006년 의궤 환수위원회를 발족해 반환 운동을 펼쳤지요. 그리고 2011년 82책을 돌려받았습니다.” ―그런데 왜 둘 다 바로 월정사로 오지 못한 겁니까. “불교계와 민간단체들은 환지본처를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오대산에 보존·관리할 시설이 없다는 것과 연구 등을 이유로 국립고궁박물관에 보관키로 했지요. 그래서 월정사에서 2019년 지상 2층 규모의 국립 조선왕조실록·의궤 박물관을 지었습니다. 그런데도 환지본처는 지지부진했는데, 지역사회가 나서고 국회에서도 촉구 결의안을 내는 등의 노력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된 겁니다. 서울대에 있던 27책, 우리가 돌려받은 47책, 이후 문화재청이 매입한 1책 등 실록 75책과 의궤 82책입니다.” ―왜 그렇게 반환 운동에 적극적이셨던 겁니까. “‘영토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있지만, 역사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는 말이 있지요. 인연이 없는 사람도 나설 일인데 월정사는 오대산 사고본이 있던 곳이고, 역대 월정사 주지에게는 실록을 지키는 ‘실록수호총섭(實錄守護摠攝)’이라는 벼슬까지 내려졌습니다. 제가 안 나서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지요. 11월 9일 개관식을 열 예정이어서 박물관 리모델링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꼭 오셔서 봐주시면 좋겠습니다.”평창=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2023-09-14 03:00
[책의 향기]법이 닿지 않는 곳… 수평선 너머의 불편한 진실“그 저인망 어선 앞쪽에 웃옷을 입지 않은 수척한 남자가 목에 녹슨 쇠고랑을 찬 채 웅크리고 있었다. 남자의 멍든 목을 옭아맨 1미터 길이의 사슬은 갑판 위 말뚝에 고정되어 있었다. … 쇠고랑을 찬 남자의 이름은 랑 롱이었다. 태국 어선단에 있는 성인 남자와 남자아이 수천 명과 마찬가지로 캄보디아 국경을 넘어 태국으로 인신매매된 사람이었다.”(10장 ‘해상 노예’ 중) 20년 가까이 미국 뉴욕타임스(NYT) 탐사보도 기자로 일한 저자가 무법이 횡행한, 그러면서도 슬픈 바다에서 사는 인간의 이야기를 여행기처럼 풀어냈다. 오대양과 부속해 20여 곳을 포함한 1만2000해리의 여정, 전 세계 40개 도시를 누빈 촘촘한 취재가 생생한 현장감은 물론이고 글맛을 더한다. 지구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드넓은 바다에서 벌어지는 무법의 세계를 파헤칠 생각을 한 것이 놀랍다. 아이디어의 참신성은 차치하더라도 ‘죽을 수도 있다’는 결심을 하지 않으면 쓸 수가 없었을 텐데. 저자는 해상에서 벌어지는 인신매매업자와 밀수업자, 화려한 대형 크루즈 선박 뒤에 숨은 갖가지 오염물질의 해양 투기, 해적 등에 의한 해상 위험이 커지면서 이에 비례해 성장하는 해상 민간 보안시장 등 바다에서 벌어지는 온갖 추악한 모습을 고발한다. 그리고 우리가 유조선 사고로 기름을 뒤집어쓴 갈매기 사진에는 그토록 분노하면서 독성이 강한 폐기물을 그대로 바다에 버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굉장히 둔감하다고 지적한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 영국, 소비에트연방 등 10개 이상의 국가들은 쓸모가 없어진 원자로와 핵 슬러지를 방사성 연료가 여전히 들어 있는 채로 북극해와 북대서양, 태평양에 버렸다. 이런 행위는 1993년에야 금지됐지만 그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이고, 폐기물 해양 투기를 대행하던 업자들은 이제 지하세계로 숨어 지중해와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연안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직후 바다에 버린 화학무기들이 약 70년이 지난 2016년 어망에 걸려 어민들이 사고를 당하는 상황이니 핵폐기물이야 말해 무엇할까. 투기하는 물질이 위험하고 처리가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업자들이 챙기는 돈이 더 클 것은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그렇다고 바다가 검은 거래에 악용되는 악의 장소인 것만은 아니다. 저자는 임신중지가 불법인 나라의 여성들을 자국법이 미치지 못하는 공해상으로 데려가 안전하게 시술해주는 의사 이야기를 통해 사회 정의란 과연 무엇인지 물음을 던진다. 임신중지가 불법인 나라에서 강간, 데이트 폭력 등으로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들에게 해안에서 불과 21km 떨어진 ‘공해’는 그녀들에게는 생존의 공간이기도 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임신중지가 불법인 탓에 ‘안전하지 않은’ 임신중지 시술로 사망하는 여성들이 해마다 4만7000여 명에 이른다니 그들에게 바다는 죽지 않기 위해 가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런 종류의 책은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다. 인간의 추악한 면을 본 탓도 있지만, 넓게 생각하면 나 자신도 세상을 그렇게 만든 부분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모두가 우리 동네에는 쓰레기 소각장조차 안 된다고 하면, 그 많은 폐기물이 누구의 영역도 아닌 곳(바다)으로 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면 저자처럼 실상을 제대로 알리는 용감한 사람들이 많아져야 하지만, 해결하는 양보다 알게 되는 사회 문제가 훨씬 많아 점점 더 괴롭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2023-09-09 01:40
임형주 “교황님 알현때 갑자기 ‘칸타레’ 요청해 숨이 멎는 줄”“특별 알현 때 교황님이 갑자기 ‘칸타레’(노래하다란 뜻의 이탈리아어)라며 노래를 요청하는데, 숨이 멎는 줄 알았어요.” 몽골 울란바토르 스텝 아레나 경기장에서 3일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 집전 미사 폐막행사에서 노래를 부른 팝페라 테너 임형주(37)는 6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임형주는 이 무대에서 ‘아베 마리아’ ‘생명의 양식(Panis Angelicus)’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을 불렀다. 그는 이와 별도로 교황 특별 알현 때 ‘아베 마리아’를 불렀다. ―교황의 몽골 방문에 한국 음악가가 초청됐다니 의외다. “몽골은 천주교 신자가 1400명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적어 주한 교황대사가 몽골 교황대사를 겸임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 천주교와 인연도 깊다. 선교는 물론이고 몽골에 ‘돈보스코 기술학교’ ‘고이혼도 유치원’ 같은 각종 학교를 세우는 등 우리가 많이 돕고 있다. 그중 하나가 살레시오수녀회가 설립한 노밍요스 중등학교다. 내가 천주교 신자이기도 하고, 노밍요스 중등학교 설립에 약간의 도움을 준 인연으로 명예 교장을 맡고 있다. 이런 인연을 안 몽골 천주교 측에서 직접 초청해 무대에 서게 됐다.” ―알현 때 노래하는 건 예정에 없던 것 아닌가. “교황 집전 미사 다음 날(4일) 오전에 울란바토르 몽골주교관 ‘비숍의 집’에서 특별 알현했다. 먼저 내가 라틴어로 ‘뵙게 돼서 무한한 영광입니다’라고 인사를 드리며 내 노래가 담긴 성가 음반 ‘마지막 고해(The Last Confession)’를 전달했더니 내 소개를 들은 교황이 환하게 웃으시며 갑자기 ‘칸타레! 칸타레!’라고 하셨다. 노래를 불러 달라고 하신 거다. 그때가 오전 8시 반이 조금 지난 때였다. 목이 잠긴 상태라 당황스러웠는데, 한편으로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싶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카치니의 ‘아베 마리아’를 무반주로 불렀다.” ―특별 알현은 쉽지 않다고 들었다. “몽골 장관과 각국 대사 등 주요 인사 가운데 가톨릭과 관계된 인물을 선별해 소수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안다. 그중에서도 나는 굉장히 앞쪽 순서였는데, 아마 한국 천주교가 몽골을 위해 노력해온 것을 교황이 잘 알고 있어서 우대해준 게 아닌가 싶다. 20년 넘게 몽골 선교활동을 하다 올해 5월 몽골에서 갑자기 돌아가신 김성현 신부라는 분이 있는데, 교황이 직접 이름을 언급하며 영원한 안식을 빈다고 말씀하실 정도다. 몽골에 대한 그의 사랑은 주님께서 더 잘 아실 거라며…. 그런 덕을 내가 받은 게 아닌가 싶다.” ―몽골에서 관광 홍보대사가 돼 달라고 요청했다고. “하하하, 바트울지 바트에르데네 몽골 환경관광장관과의 식사 자리가 있었는데 관광홍보대사를 맡아 달라고 요청하더라. 한국 천주교와의 인연도 깊고, 처음으로 교황을 뵌 인연도 있어서 수락했다. 교황이 말씀하신 ‘칸타레’는 물론 노래를 부탁한 것이지만 한편으론 앞으로도 계속해서 좋은 노래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삶을 살라는 뜻으로 하신 말이 아닌가도 싶다. 올해가 데뷔 25주년인데 정말 큰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2023-09-08 03:00
갓 쓴 김대건 신부 성상, 바티칸에 설치… 16일 축복식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16일(현지 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한국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1846) 성상 축복식이 열린다고 6일 밝혔다. 성상 설치는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맞아 2021년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으로 있는 유흥식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성상 봉헌 의사를 밝히면서 결정됐다. 성상은 높이 3.7m, 가로 1.83m 크기의 전신상으로, 갓을 쓰고 도포 등 한복을 입은 김대건 신부가 두 팔을 벌린 모습이다. 성 베드로 대성전 지하 묘지 출구 인근 외부 벽에 설치된다. 동양 성인의 성상이 설치되는 건 성 베드로 대성전 역사상 처음이다. 제작은 이탈리아 카라라 국립미술아카데미 조소과를 졸업한 한진섭 조각가가 맡았다. 축복식은 16일 오후 3시(한국 시간 16일 오후 10시)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성상 설치 기념 미사를 봉헌하는 것을 시작으로 열린다. 이 자리에는 한국천주교주교회 의장 이용훈 주교를 비롯해 염수정 추기경, 유수일 주교, 군종교구장 서상범 주교, 청주교구장 김종강 주교, 부산교구 신호철 주교가 참석한다. 이에 앞서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한 작가가 별도로 제작한 성 김대건 신부 성상 모형 원형을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선물할 예정이다. 김대건 신부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때인 1984년 시성돼 성인품에 올랐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2023-09-07 03:00
“다른 사람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 줬으면…”“배…우마다 개…개성이 있듯, 장…애도 다른 사람이 쉽게 표현할 수 없는 다양성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뇌병변 장애가 있는 길별은(본명 길윤배·54·사진) 한국장애인방송연기자협회 회장은 4일 서울 마포구 협회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배우마다 오랜 세월 살면서 생긴 개성은 남이 따라 할 수 없다. 장애도 마찬가지”라며 “장애인에게 장애는 연기가 아닌 인생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여전히 장애인 배역을 비장애인 배우가 연기하는 게 보통이다. 지난해 방송된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발달장애가 있는 배우 정은혜와 청각장애가 있는 배우 이소별이 열연해 주목받았지만 특별한 경우로 꼽힌다. 앞서 길 회장은 2004년 연극 ‘크리스마스 캐럴’로 데뷔해 드라마 ‘갑동이’, 뮤지컬 ‘날개 없는 천사들’, 영화 ‘독 짓는 늙은이’ 등에 출연했다. 2012년 대한민국 장애인문화예술대상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길 회장은 말을 매끄럽게 하진 못한다. 그는 “언어장애가 있어서 대사가 제일 힘들다”며 “발성 연습 등 훈련을 많이 해서 데뷔했을 때보다 크게 나아졌다”고 했다. 2014년 드라마 ‘갑동이’ 출연 때는 그의 연기에 마음이 움직인 제작진이 한 회로 끝날 이름 없는 배역에 ‘하일식’이란 이름을 부여하고 분량도 늘렸다.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출연한 왜소증을 가진 배우 피터 딘클리지처럼 해외에선 장애 배우가 희화화되지 않는 역을 맡아 인기를 모으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길 회장은 “국내에선 아직은 장애가 있는 배우가 배역을 따는 게 쉽지 않고, 연기를 하는 사람도 적다. 나 같은 사람이 많아지면 나아지지 않을까 한다”며 웃었다. 그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자주 보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작품을 통하면 더 많은 사람이 장애인을 볼 수 있어요. 저를 보며 다른 분들이 ‘나도 할 수 있어’라는 희망을 품었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던 분이 제 연기를 보고 마음을 돌렸다고 전해 듣기도 했고요. ‘저런 사람도 열심히 사는데 나도 할 수 있어’ 그런 생각을 했대요. 하하하.”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2023-09-07 03:00
김대건 신부가 사목했던 ‘한국의 산티아고길’ 걸어볼까좁은 계곡 옆에 점점이 자리한 집들은 안개 탓에 잘 보이지 않았다. 세차게 내리는 비와 불어 넘친 계곡 물 소리는 사람이 내는 다른 모든 소리를 잠재웠다. 박해를 피해 숨어 살기에는 ‘딱’인 장소라는 느낌이다. 9월은 가톨릭의 순교자 성월(聖月·하느님이나 성인을 특별히 공경하는 달). 이를 맞아 서울, 원주 등 각 교구에서는 교구 내 순례길 걷기 대회가 열린다. ‘한국의 산티아고길’이라 불리는 ‘청년 김대건길’(경기 용인 은이성지∼안성 미리내성지·10.3km)은 최근 산림청이 발표한 걷기 좋은 명품 숲길에 선정됐다. 이 길을 지난달 30일 걸었다. 바티칸에서는 16일(현지 시간) 김대건 신부 성상 축성식이 열릴 예정이다. ‘청년 김대건길’은 우리나라 첫 사제인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가 사목 활동을 했던 활동로이자, 순교한 김대건 신부 시신을 미리내에 안장하기 위해 옮겼던 이장 경로다. 신덕∼망덕∼애덕 등 고개 3곳을 넘는 험한 산길이지만, 2021년 김 신부 탄생 200주년을 맞아 천주교 수원교구와 용인시가 정비사업을 펼쳐 걷기 좋은 순례길로 탄생했다. 출발지인 은이성지는 1821년 충남 당진에서 출생한 김 신부와 그 가족들이 천주교 박해를 피해 이주해온 곳이다. 은이(隱里·숨겨진 마을)라는 이름도 박해를 피해 들어온 많은 교인이 숨어서 신앙생활을 한 데서 유래했다. 중국에서 사제품을 받고 돌아온 김 신부가 처음으로 미사를 드린 곳이기도 하다. 은이성지에는 김 신부의 삶을 볼 수 있는 기념관과 1845년 김 신부가 사제품을 받은 중국 상하이의 성당(김가항성당)을 복원한 건축물이 푸른 잔디 위에 고즈넉하게 앉아 있다. 기자가 걸은 날은 비 때문에 힘들었지만, 맑은 날이라면 시원한 계곡을 따라 산책할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라고 한다.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4∼5시간 정도면 충분히 걸을 수 있다. 종착지인 미리내성지에는 김 신부와 그의 어머니, 김 신부의 시신을 이곳에 안장한 이민식 빈첸시오의 묘가 나란히 자리 잡고 있다. ‘청년 김대건길’ 주변에는 골배마실길(은이성지∼골배마실 성지·4.4km), 한덕길(은이성지∼한덕골 성지·19.2km), 고초골 공소길(고초골 공소∼애덕고개·4.1km) 등 다른 순례길도 있다. 용인=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2023-09-01 03:00
“코로나 때도 자원봉사 줄 잇는 한국은 참 아름다운 나라”“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때도 자원봉사를 하겠다는 분들이 줄을 이었어요. 한국은 참 아름다운 나라입니다.” 고국 이탈리아에서 최근 자전 에세이 ‘사랑의 요리사(CHEF PER AMORE)’를 출간한 김하종 신부(66·이탈리아 이름 빈첸조 보르도)가 “이탈리아에 한국과 한국인의 아름다움을 전하고 싶어 책을 냈다”며 이렇게 말했다. 경기 성남시 ‘안나의 집’에서 22일 김 신부를 만났다. 1987년 사제 서품을 받은 김 신부는 1990년 한국에 왔다. 1998년 노숙인과 어려운 청소년들을 돕는 ‘안나의 집’을 열고 지금까지 빈민 사목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인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싶어 고국에서 책을 내셨다고요. “2021년 한국에서 ‘사랑이 밥 먹여준다’라는 책을 냈어요. 그때 코로나19 때문에 후원이 많이 줄었거든요. 그 책을 이탈리아어로 번역해 이번에 낸 거죠. 한국에 30년 넘게 살면서 한국인들의 참 아름다운 모습을 많이 봤어요. 이를 알리고 싶었죠.” ―한국인의 어떤 모습이 그렇습니까. “한둘이 아니지만…. 안나의 집에서 노숙인들을 위해 무료 배식을 하고 있어요. 하루에 700명 넘게 오기 때문에 자원봉사자가 없으면 배식이 불가능하죠.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감염 우려가 컸잖아요. 자원봉사자들이 안 오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제 걱정이 기우였더라고요. 얼마나 많은 분이 도와주러 오셨는지….”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에서 배식 중단을 요구했다고요. “그랬죠. 그런데 여기 오는 분들은 거의 대부분 하루 한 끼밖에 못 먹는 분들이에요. 이것마저 못 먹게 되면 병에 걸려도 나을 수가 없잖아요. 오히려 그럴 때일수록 잘 먹어서 힘과 면역력을 길러야죠. 여기마저 문을 닫으면 그분들은 어떻게 하나요. 도시락 한 개가 그분들에게는 하루 목숨인데…. 대신 배식을 도시락으로 바꾸고 방역도 철저하게 했어요. 그 덕분인지 다행히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어요. 지금도 모두 마스크를 쓰고 일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고국에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은 안 하십니까. “제 이름 ‘하종’은 ‘하느님의 종’이란 뜻이에요. 한국에 봉사하러 왔고, 봉사자로서 끝까지 살고 싶어서 그렇게 지었죠. 한국인으로 귀화도 했고, 장기와 시신 기증 서약까지 했으니까요. 제가 여기서 할 일이 없고, 또 봉사할 수 없는 상태라면 돌아가겠죠. 하지만 할 일이 남아 있고, 또 할 수 있다면 갈 생각은 없어요.” ―왜 한국을 선택하신 겁니까. “제가 이탈리아에 있을 때 대학원에서 동양철학을 공부했어요. 아시아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러면서 한국을 알게 됐고 좋아하게 됐죠. 또 공부하면서 김대건 신부님에 대해 알게 됐는데 정말 매력적인 분이셨어요. 제 성도 김대건 신부님에서 따온 거예요. 중국은 종교 활동을 하기가 어렵고, 일본은 아예 관심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사제 서품을 받고 1년 정도 세네갈에서 봉사한 뒤 바로 한국으로 왔죠.” ―하루 700명이 넘는 노숙인들에게 무료 배식을 하는데 힘들지 않으십니까. “노숙인, 독거노인, 어려운 청소년들은 불쌍한 사람들이 아니라 부활한 예수님의 아픈 상처라고 생각해요. 부활한 예수님의 아픈 상처를 모시는 것은 제게는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여담입니다만,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이탈리아 대표팀을 위한 미사를 집전하셨더군요. 16강에서 한국이 이겼는데 혹시 어느 팀을 응원하셨습니까? “제가 미사는 했지만…. 하하하. 한국을 응원했어요.”성남=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2023-08-28 03:00
[책의 향기]스마트폰 다음의 혁신? 보이는 세상이 달라진다대학 졸업반이던 1990년대 중반, 교내에서 한 PC통신 업체가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었다. 막 출범한 그 회사는 주 고객인 대학생을 대상으로 판촉 행사를 벌였고, TV 광고도 매우 야심차게 했는데 얼마 안 가 거의 볼 수가 없었다. 그즈음부터 인터넷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나 아는 것처럼 이제는 인터넷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이런 ‘세상을 바꾼 혁명’은 2000년대에는 스마트폰으로 이어졌다. 그 다음은 뭐가 올까? 음성 인식·로봇 공학 엔지니어 출신으로, 공간 컴퓨팅 분야의 선구자로 불리는 저자는 인공지능(AI), 공간 컴퓨팅, 컴퓨터 비전이 결합해 탄생한 스마트 안경이 그 뒤를 이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간단히 말해 신문을 보고, e메일과 날씨를 확인하고, 쇼핑에 회의와 영화 감상까지 지금 우리가 눈을 뜨자마자 하는 모든 것이 앞으로는 스마트 안경을 통해 이뤄지리라는 것이다. “‘…데이비드, 소방대원들에게 진정한 게임체인저가 뭔지 알아? 연기 속을 뚫고 앞을 내다보는 기술이야. 그래야 구조할 사람들이나 발화 지점을 빨리 찾아낼 수 있거든.’ (소방대원인) 에드의 소망은 이미 실현됐다.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소방장비 제조업체 퀘이크는 소방대원들이 어둠과 연기를 뚫고 앞을 내다볼 수 있도록 ‘생체공학적’ 눈을 개발했다. 이 회사가 공급하는 스모크 다이빙 헬멧은 벽이나 사람의 윤곽을 강조해서 비추고, 온도가 매우 높은 ‘핫 스폿’이나 불길이 소용돌이치는 곳을 색깔로 표시해준다.”(8장 ‘예측하다’ 중) 이런 혁신은 사람이 눈으로 볼 수 있는 모든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꿀 기술”이라고 극찬했고, 삼성 애플 구글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이미 사활을 걸고 기술 개발에 나섰다. 영화 ‘킹스맨’에 나오듯, 안경만 쓰면 다른 곳에 있는 요원들이 모두 함께 테이블에 앉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대면 회의는 필요없을 것이다. 다른 곳에 있어도 안경만 쓰면 앞자리에 과장, 부장이 실제와 똑같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무실이 왜 필요할까.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슈트처럼 챗GPT가 결합된 스마트 안경은 ‘보이는 것’을 넘어 궁금하고 모르는 것에 대한 답까지 줄지 모른다. 세계적인 기업과 과학자들이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으니 언젠가 그런 세상이 올 가능성은 커 보인다. 그리고 기술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폭이 넓어지면서 점점 더 인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될 공산이 크다. 한편으로 우리가 기술의 발전과 그에 관한 책을 읽을 때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은, 그것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배려할 수 있느냐 여부다. 햄버거집 키오스크가 어려워서 이용을 못 하는 사람들은 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기술이 세상을 지배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그 부작용을 언급하는 일은 드물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2023-08-26 01:40
“우리 사회 ‘화’ 가득… 사람들이 명상에 빠지는 이유죠”왜들 이렇게 가슴속에 ‘화’가 가득 찬 것일까. 흉기를 들고 거리를 배회하던 사람이 잡혔다는 뉴스가 매일같이 나온다. 취업난에, 생활고에 안 그래도 마음이 무거운 시대에 범죄까지…. 그래서일까. 마음의 안식을 찾기 위해 명상 센터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경북 문경세계명상마을(대한불교조계종)에서 20일 만난 선원장 각산 스님은 “지난해 4월 개원 후 3만여 명이 다녀갔다”며 “25일 열리는 제2회 청년명상힐링캠프는 공지하자마자 신청자가 몰려 조기 마감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명상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지 미처 몰랐습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 ‘화’가 가득 차 있지 않습니까? 지치고 힘들고…. 마음이 무거운 것이지요. 당일 체험부터 3박 4일, 7박 8일 등 여러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일부 프로그램은 이미 마감될 정도로 많이들 찾고 있습니다. 그래서 청년명상힐링캠프도 지난해 100명, 올해 150명인데 내년에는 1000명으로 늘리려고 합니다.” ―제대로 된 명상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요. 일종의 ‘멍 때리기’ 입니까. “하하하, 그것도 명상의 한 종류이기는 하지요. ‘멍 때리기’도 끊이지 않는 잡념, 생각을 잠시 멈추게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심박수도 내려가고요. 이곳에서는 7일 코스를 예로 들면 저는 본격적인 수행에 들어가기 전에 하루 이틀 아무것도 하지 말고 일단 쉬라고 합니다. 산책하든, 책을 보든, 잠을 자든 뭐든지요.”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만…. “물결이 세차게 치면 그 안에 황금 잉어가 있어도 보일 리가 있겠습니까? 먼저 내 마음에 이는 물결부터 가라앉혀야죠. 지금까지 막 뛰면서 숨 가쁘게 살아왔잖아요. 숨이 차는데 오자마자 앉아서 눈을 감는다고 명상이 될 리가 없지요. 그래서 먼저 쉬라고 합니다. 쉬기만 해도 많이들 나아져요. 긴장이 풀리니까요. 중요한 건 ‘하는 명상’이 아니라 ‘되는 명상’이거든요.” ―‘되는 명상’이 무슨 의미인지요. “삼매경(三昧境)이라고 들어봤지요? 잡념을 벗어나 오직 하나의 대상에만 정신을 집중하는 무아지경의 상태를 말하지요. 삼매경에 빠지면 1, 2분 정도 지난 것 같은데 실제로는 한두 시간이 훌쩍 넘어버리기 일쑤입니다. 그걸 느끼는 게 진짜 명상이지요.”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하하하, 안 되면 그렇게 많이 올 리가 있겠습니까. 물론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지요. 7일 체험 정도를 하면 참가자의 절반 정도가 느끼고 갑니다.” ―문경에 명상마을이 자리 잡은 이유가 있습니까. “바로 옆에 희양산 봉암사가 있습니다. 봉암사는 신라 헌강왕 때(879년) 지증대사 도헌 스님이 창건한 유서 깊은 절이지요. 광복 직후 극심한 사회 혼란 속에서 성철 청담 자운 우봉 스님 등이 ‘부처님 법대로만 살아보자’라며 수행 정진을 한 곳이고요. 이때 세운 추상같은 법도가 오늘날 수행의 근간이 됐습니다. 희양산 봉암사 지역은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된 오직 수행만을 위한 곳입니다. 그런 정신을 상징하고 있지요.” ―명상은 혼자서도 할 수 있지 않습니까. “하하하, 제대로 배운 뒤라면 괜찮지요. 처음에 명상마을에 들어오면 휴대전화를 모두 사무국에 맡기게 합니다. 개인이 소지하게 하면 무의식적으로 계속 들여다보게 되거든요. 그러면 명상이 안 되지요. 그래서 도반(道伴·함께 불도를 수행하는 벗)이 필요합니다. 서로가 함께 욕망과 습관을 제어하는 것이죠. 집에서 서랍 속에 휴대전화를 넣어놓은들 혼자서 참아지겠습니까. 삼매경은 참선과 이어지고, 삼매경에 빠지면 바른 지혜를 얻고 대상을 올바르게 파악하게 됩니다. 문제가 생겨도 문제로만 볼 뿐, 내 것으로 가져오지 않으니 마음 고통이 오래가지 않지요. 마음에 면역력이 생기는 것이고요. 이것이 우리가 명상을 하는 궁극적인 이유입니다.”문경=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2023-08-23 03:00
“2027년 서울 세계청년대회, 80만명 이상 참가”“세계청년대회는 국가와 인종, 언어, 종교를 넘어 전 세계 젊은이들이 하나 되는 자리입니다. 현재 남북 대치 상황이나 국제 관계 등으로 볼 때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북한 청년들도 참가할 수 있도록 정부를 비롯해 다방면으로 접촉하겠습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는 2027년 세계청년대회(WYD·World Youth Day) 서울 유치와 관련해 22일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 대주교는 “남북이 분단된 한반도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는 세계 젊은이들에게 분열과 갈등 상황을 숙고하고, 화해와 평화를 모색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청년대회는 1984년 당시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창설한 행사로 2∼4년 간격으로 대륙을 순회하며 열린다. 교황은 대회에 직접 참석해 개막미사와 파견미사를 집전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년 한국을 찾은 바 있다. 정 대주교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청년대회를 계기로 교황의 방북에도 큰 기대감을 표했다. 정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소에도 남북 분단 상황에 관심이 많고, 북한 방문을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며 “교황이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계기로) 남북 분단의 지엄한 현실을 뛰어넘을 수 있는 평화와 화해의 큰 발걸음을 놓아주실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2027년 행사에는 국내외에서 최대 80만 명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달 1∼6일(현지 시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올해 대회에는 약 150만 명이 참가했다. 정 대주교는 대회 준비와 관련해 “최근 열린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반면교사로 삼겠다”며 “수십만 명에 달하는 국내외 참가자들의 숙박은 홈스테이를 기반으로 성당, 학교 및 교육 시설 등을 최대한 확보해 해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과거에 큰 대회(2014년 아시아청년대회 등)를 치러본 경험이 있는 만큼 세계청년대회도 차질 없이 준비하겠다”며 “조직위원장은 교회 내 주교 중에서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대회 기간은 추후 바티칸과의 협의를 거쳐 결정된다. 세계청년대회는 1987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회 이후 올해 리스본 대회까지 15번 개최됐다. 아시아에서 열리는 건 필리핀 마닐라(1995년) 대회 이후 서울이 두 번째다.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2023-08-2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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