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권기태]北문화계는 안개에 싸여…

  • 입력 2005년 7월 27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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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일 평양 등에서 열린 남북한 민족작가대회의 의미는 크다. 겨레의 정서와 삶을 같은 모국어로 표현하는 사람들이 광복 후 60년 만에 처음 만나 어울렸다는 사실 자체가 그렇다.

남북 작가들이 ‘6·15 민족문학인협회’를 구성키로 하고, ‘6·15 통일문학상’과 문예지 ‘통일문학’(가칭)을 함께 만들기로 한 것은 이번 만남의 뜻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런 결실에도 불구하고 이번 만남은 뭔가 답답하다는 느낌을 줬다. 북한에 머무는 동안 북한 문학계가 안개에 싸여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북한의 조선작가동맹은 대회가 끝날 때까지도 참가한 북측 대표의 전체 명단을 남측 대표단에 알려주지 않았다. 남측은 신상 자료를 대량으로 만들어 넘겨줬고, 모두들 신분카드를 목에 걸고 다녔다. 답답해진 남측 대표단이 “문인들 이름과 직함도 비밀이냐”고 묻자, 북측은 “그렇다”고 답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방송 등 북측 매체들이 연일 이번 대회를 크게 보도했지만 남측의 기자들은 ‘산문(散文) 작가’란 애매한 신분으로 참가할 수 있었다. 김병훈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장에게 “북한 문인들과 정식 인터뷰를 하게 해 달라”고 하자 “오며가며 여쭤보시라”고 답할 뿐이었다. 어쩌다 있는 기자들과 북한 문인들의 접촉마저도 ‘지켜보는 눈길’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상당수 남측 문인들도 “북측 문인들과 대화할 시간이 많았으면 좋겠는데 개막 폐막 연회 때를 제외하면 거의 얼굴 볼 기회가 없었다”고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문인들은 “연회 때에도 다른 눈길들이 있어 대화가 제한됐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 명예 손님으로 참가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남북 작가들 간의) 벽은 허물어졌지만 더 비판적으로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벽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과 벽이 허물어진 뒤 서로 내왕하면서 비판적으로 되는 건 다르다”고 말했다. 북측에 대한 서운함에도 불구하고 소통 자체가 더 소중하다는 점을 강조한 말일 것이다.

엿새간의 짧은 북한 체류였지만 남북 작가들의 만남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좀더 열린 자세로 나와야 한다는 점을 절감했다.

권기태 문화부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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