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치영]‘공적자금 은행’의 스톡옵션 잔치

  • 입력 2005년 3월 15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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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액의 공적자금이 들어간 은행이 스톡옵션 잔치를 벌일 때인가.”(재정경제부)

“경영진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은 공적자금 회수에도 도움이 된다.”(우리금융지주)

우리금융이 황영기(黃永基) 회장 등 경영진에 대규모 스톡옵션(미리 정해 놓은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주기로 결정한 뒤 정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우리금융이 스톡옵션 부여 방안을 결정한 과정을 보면 정부로부터 기업 가치를 높이도록 위임받은 경영진의 책임의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금융은 18조6000억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돼 지금까지 7조1000억 원만 회수된, 정부(예금보험공사)가 최대주주인 은행이다.

공적자금이 들어갔다고 해서 스톡옵션을 못 받을 이유는 없다. 문제는 조건이 일반 기준에 비해 너무 느슨하다는 점이다.

스톡옵션은 앞으로 경영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회사 가치와 주주 이익을 높이라는 인센티브다. 하지만 우리금융의 경우에는 미래의 경영 실적보다 지금까지의 실적을 나눠 갖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우리금융은 스톡옵션 행사 가격을 현재의 주가 수준보다도 낮은 주당 9282원으로 못 박고 앞으로 주가가 오르면 경영진이 차액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다른 은행들은 경영진이 자신들의 노력과 관계없이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은행업종의 평균 주가상승률을 감안해 행사가격을 결정한다.

우리금융은 스톡옵션 물량에도 욕심을 냈다. 우리금융은 당초 황 회장에게 50만 주의 스톡옵션을 주겠다는 안을 제시했다가 예보가 “15만 주로 줄이라”고 요구하자 그나마 25만 주로 축소했다.

2일 이사회에서 우리금융 경영진에 후한 스톡옵션을 주기로 결정한 사외이사들도 1만 주씩의 스톡옵션을 받았다.

이번 사안에 대한 책임 소재를 따지자면 정부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정부가 반대하는데도 우리금융이 스톡옵션 안건의 이사회 통과를 밀어붙였다면 대주주로서 우리금융에 대한 통제력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예보가 28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주주권을 행사해 스톡옵션 안건을 부결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니 한번 지켜볼 일이다.

신치영 경제부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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