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나날’ 미야케 쇼 감독
로카르노국제영화제 황금표범상 수상
“심은경과 함께 작업, 韓 개봉 긴장”
심은경과 미야케 쇼 감독. 엣나인필름 제공
“나는 별로 재능이 없구나, 생각했습니다.”
슬럼프에 빠진 한국인 각본가 ‘이’(심은경). 현실에서 도망치듯 설국의 작은 마을로 여행을 떠난다. 지도에도 없는 여관을 찾은 ‘이’는 수상할 만큼 무심한 주인 ‘벤조’(츠츠미 신이치)를 만난다. 그리고 이곳에서 새로운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10일 국내 개봉한 영화 ‘여행과 나날’은 일본 영화계에서 ‘신성(新星)’으로 불리는 미야케 쇼 감독(41)의 신작이다. 2010년 ‘야쿠타타즈’로 데뷔한 그는 두 번째 장편 ‘플레이백’부터 각종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며 이름을 알렸다. ‘여행과 나날’ 또한 올해 스위스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표범상을 받았다. 최근 서울 동작구 엣나인필름에서 만난 미야케 감독은 “심 배우와 함께 한 작업이기도 해서 한국 개봉이 긴장되고 기대된다”고 했다.
이 영화는 “살아있다는 실감”이란 대사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착실하고 성실한 캐릭터 ‘이’가 필요했다. 미야케 감독은 “가장 큰 전제는 ‘이’가 자신의 일에 진지했다는 점”이라며 “그렇기에 ‘재능이 없다’는 갈등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뭔가를 계속하다 보면 타성에 젖어 자신의 100%를 발휘하지 않아도 가능해지는 순간이 있을 텐데요. 이때 누군가는 새로운 것을 찾는 과정에서 살아있다는 실감을 느낄 겁니다. 이 영화는 그 감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기쁨과 놀라움을 주고 싶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의 가장 눈여겨 볼 대목은 ‘여백’이다. 심적 고통을 겪는 이에게 벤조는 구원자로 등장하진 않는다. 이가 한국 사람이다보니, 서로 대화 자체도 원활하지 않다. 하지만 벤조는 그저 함께 있는 것만으로 위로를 전한다. 그리고 이는 온전히 스스로 성장을 이뤄낸다. 이러한 시적 연출에 대해 미야케 감독은 “여행이라는 건 말과 멀어지는 것”이라며 “말은 달라도 마음이 통하는 순간이 있단 점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했다.
미야케 감독은 현재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2021년) 등을 연출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47)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일본 감독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감독은 “모든 게 감사할 따름”이라면서도 진중함을 잃지 않았다.
“이번 영화까지 연달아 세 편을 같은 스태프들과 만들었는데요. 아마 현재의 평가는 그동안의 작업이 축적된 결과물이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감독 개인적으로는 상을 많이 받는다고 아이디어가 많아지는 건 아니잖아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어떻게 찍어야 하지?’ 항상 불안해합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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