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처칠서 암컷 북극곰의 남의 새끼 입양 사례가 포착됐다. 45년 연구 중 13건뿐인 기적으로, 강한 모성애가 기후 위기 속 북극곰의 생존과 종 보존에 새로운 희망을 전했다. 뉴시스
캐나다에서 어미를 잃은 새끼 북극곰을 입양해 자신의 새끼와 함께 돌보는 암컷 북극곰이 포착됐다. 멸종 위기 종으로 분류되는 북극곰에게서 극히 드문 ‘입양 행동’이 확인되며, 기후 위기 속 종 보존의 가능성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장면으로 주목받고 있다.
17일(현지 시각) CBS에 따르면, 이 북극곰은 캐나다 매니토바주 처칠의 웨스턴 허드슨만 연안에서 포착됐다. 항구도시 처칠은 전 세계 북극곰의 약 50%가 서식하는 ‘북극곰의 수도’로 당시는 북극곰의 단체 이동이 시작되고 있었다.
● “한 마리였는데 두 마리로”…태그 없는 새끼곰의 등장
캐나다 연구진은 지난 봄 출산용 굴에서 나오는 암컷 북극곰과 새끼 한 마리를 처음 발견했다. 개체군 연구를 위해 연구진은 이 새끼 곰의 귀에 식별용 표식(태그)을 부착했다. 이후 해당 개체는 지속적인 관찰 대상이 됐다.
변화가 감지된 것은 지난달이었다. 어미 곰 곁에는 새끼가 두 마리 있었다. 그중 한 마리는 기존에 태그가 부착된 개체였지만, 다른 한 마리의 귀에는 어떠한 표식도 없었다. 연구진은 즉각 데이터 분석에 착수했다.
캐나다 환경 및 기후변화부 소속 과학자 에반 리처드슨 박사는 “과거 데이터를 정밀 분석한 결과, 이 어미 곰이 남겨진 다른 새끼를 입양했다는 사실을 최종 확인했다”고 밝혔다.
지난 45년간 이 지역 북극곰 집단을 추적해온 연구진에게도 이번 일은 경이로운 사건이다. 리처드슨 박사는 “반세기 가까운 연구 기간 동안 북극곰의 입양 사례는 단 13건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드문 일”이라고 설명했다.
● 툰드라의 혹한도 막지 못한 모성 본능
캐나다 연구진이 포착한 북극곰 가족의 모습. BBC 갈무리연구진이 촬영한 영상 속 북극곰 가족의 모습은 평온했다. 두 새끼 곰이 덮인 눈을 신나게 헤쳐나가면, 어미 곰은 뒤를 지키며 장면도 포착됐다. 걸음이 느린 새끼 곰이 형제를 따라잡기 위해 서둘러 달려가는 모습도 보여 영락없는 한 가족처럼 보인다.
전문가들은 북극곰의 강한 모성 본능이 이 같은 행동을 가능하게 했다고 분석한다. 국제 북극곰 협회(PBI)의 알리사 맥콜 연구원은 “암컷 북극곰은 생물학적으로 새끼를 돌보도록 설정돼 있다”며 “벌판에서 홀로 울고 있는 새끼를 발견하면 본능적으로 자신의 품으로 받아들인다”고 전했다.
현재 위성 위치 추적(GPS) 결과에 따르면 이 북극곰 가족은 해빙 지역으로 이동해, 어미 곰으로부터 물개 사냥과 생존 기술을 배우며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납치’하는 원숭이와는 다르다…종 보존의 열쇠는 모성애에
이번 사례는 최근 보고된 다른 동물의 사례와 비교되기도 한다. 올해 초 파나마에서는 카푸친 원숭이가 다른 종인 하울러 원숭이 새끼들을 데리고 다니는 모습이 포착됐다. 하지만 이는 젊은 수컷들의 ‘납치 유행’에 가까워 결국 새끼들이 목숨을 잃는 비극으로 끝났다.
반면 북극곰의 입양은 명확한 보호와 양육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현재 전 세계 북극곰 개체 수는 약 2만6000마리로 추산되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해빙 감소를 주요 원인으로 북극곰을 ‘취약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리처드슨 박사는 “어미 곰이 낯선 새끼에게 생명의 기회를 줬다. 이는 북극곰 보존에 작은 희망의 신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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