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빚내서 景氣 살리기’ 부작용 더 크다

  • 입력 2004년 8월 10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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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내년에 약 7조원의 적자국채를 찍어 재정을 확대하라고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내수 회복과 공약 이행을 위해서라고 한다. 경기(景氣) 살리기가 급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국민을 더 큰 빚더미에 짓눌리게 할 재정확대정책은 근본적인 해법이 아니며 득보다 실이 많다.

우선 빚을 마구 늘려도 좋을 만큼 재정상태가 튼튼하지 않다. 1997년 60조원이던 국가채무는 2000년에 100조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20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내년과 후년에 공적자금 원금상환을 위해 추가로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금액만도 24조원에 이른다. 이런 속도라면 빚이 빚을 낳아 재정의 만성적자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여당은 ‘제 주머니 돈’ 꺼내 쓰듯 쉽게 말하지만 국채 원금과 이자는 결국 납세자인 국민과 기업이 부담한다. 그만큼 민간의 투자와 소비 여력은 줄어들고, 이에 따른 경제 위축 등 부작용과 후유증이 재정확대 효과보다 더 클 우려가 높다. 여당의원들은 행정부의 예산 낭비와 과중한 세금 부과를 감시 견제하라고 뽑아준 유권자의 뜻도 무겁게 새겨야 한다.

득실 계산은 제쳐두고 정책혼선도 작은 문제가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17대 국회 개원연설에서 지난 정권의 주택경기 활성화와 내수 진작책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은 경기부양책이 경제를 망친다고 하고, 집권여당은 ‘국민의 빚’을 더 늘려서라도 단기처방을 하라고 하니 국민과 기업은 헷갈리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시급한 것은 재정확대가 아니다. 청와대와 여당과 경제부처가 제각각인 ‘정책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기업 활동을 제약하는 규제를 풀며, 시장이 법과 원칙에 따라 움직이도록 하는 일이 우선이다. 정부여당이 마음만 고쳐먹으면 될 일을 납세자에게 고통을 더 안기고 재정건전성을 흔드는 정책을 동원할 이유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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