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을 잘 알고 있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려면[고영건의 행복 견문록]

  • 동아일보

고영건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고영건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소크라테스에 따르면, “검증받지 않은 삶은 무가치하다.” 여기서 소크라테스가 강조하고자 한 점은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흔히 사람들이 행하는 자기관찰(self-monitoring) 정도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스스로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믿는다면 반드시 자문해봐야 한다. “도대체 그 근거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이러한 삶의 문제는 심리학적인 전망(prospection)의 영역에 속한다. 전망의 기술에서의 첫걸음은 전망이 중요한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구분하는 것이다. 미래에 대해 떠올리는 모든 것이 다 전망은 아니다. 먼저, 전망은 예측(forecasting)과는 다르다. 예측은 확률 형태로 표현된다. “내일 비가 올 확률이 20%”라는 일기예보가 전형적인 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누구도 자신의 삶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이런 방식으로 예측하기는 어렵다.

전망은 낙천적인 사고와도 다르다. 낙천적인 사고는 경험과는 무관하게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기질에서 유래한 것이다. 반면 전망은 인생이라는 학교에서 배워야만 하는 일종의 삶의 지혜다. 전망은 낙관성과도 구분된다. 낙관성은 경험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합리적인 추론을 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전망은 데이터가 결코 호의적이지 않거나 데이터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도 미래에 대해 희망적인 믿음을 갖는 것이다. 이러한 믿음은 ‘신뢰감’이라는 말처럼, 일종의 정서다. 인생의 겨울이 찾아왔을 때, 단순히 봄에 대해 알고 있거나 봄을 그저 기다리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재즈피아니스트 빌 에번스의 지적처럼, 우리는 봄을 믿어야만 한다.

때때로 사람들은 전망의 오류를 범한다. 이를 예방하려면 마크 트웨인의 조언을 기억해 두자. “곤경에 빠지는 것은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도중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나는 ‘로르샤흐(Rorschach) 검사’ 같은 사람이다. 사람들이 나를 실망스럽다고 느끼게 되는 경우조차도, 그들은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얻게 될 것이다.” 로르샤흐 검사는 잉크 반점 카드를 통해 성격을 심층적으로 평가하는 전문 심리검사다. 적어도 객관적 검증을 위한 성찰적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면, 특히 좋은 리더가 되고자 한다면, 로르샤흐 검사를 포함하는 심층 심리평가를 한 번쯤 받아볼 필요가 있다. 모든 검증은 객관적인 ‘증빙’을 요구하는 법이기 때문이다.

전망의 오류를 피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지혜로운 조언자와 함께하는 것이다. 워런 버핏이 평생을 찰스 멍거와 함께했던 것처럼 말이다. 단, 조언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 오기 전에 미리 신뢰할 수 있는 멘토를 확보해 두는 게 좋다. 조언자가 지혜로운 사람인지 여부를 조언을 들은 다음에 판단하려 해서는 안 된다. 조언을 들은 다음에 판단할 경우, 대부분 쓴소리보다는 감언이설이 더 지혜로운 말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자신의 삶을 스스로 그리고 즉각적으로 검증해 보는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자신의 곁에 어떤 조언자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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