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CSIS, 설치 현황-사진 공개
“회색지대 전술 통한 주권확장 시도… 인공 시설물, 한중 어업협정 위반”
군사용도 활용 가능성도 경계
“좌표 공개하고 한미 대응 강구해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북한 전문 매체 ‘비욘드 패럴렐’은 9일(현지 시간) 중국이 한중 공동 관리 구역인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일방적으로 시설물을 설치하며 ‘점진적 주권 확장’을 시도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2018년부터 2025년 4월까지 중국이 서해에 설치한 각종 시설물 현황으로 1∼13번은 부표, 14번은 양식장 관리 및 해양 환경 관측 등을 위한 시설, 15∼16번은 양식장이다. 사진 출처 비욘드 패럴렐 홈페이지
미국의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9일(현지 시간) 중국이 한국 서해 잠정조치수역(PMZ) 내에 일방적으로 설치한 부표 등 16개의 인공 시설물을 두고 “민간 시설을 표방하지만 향후 군사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CSIS는 “서해(보고서에선 황해·Yellow Sea로 병기) 내 시설물 설치는 중국이 남·동중국해를 군사 기지화할 때 사용했던 수법과 비슷하다”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동맹국을 겨냥한 중국의 ‘점진적 주권 확장(creeping sovereignty)’ 시도”라고 규정했다. 중국이 대만해협, 남·동중국해와 마찬가지로 서해에서도 영유권 분쟁을 의도하고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CSIS는 한미 양국이 서해를 겨냥한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맞서 대응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한국과 미국이 분석을 위해 중국 구조물의 좌표를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16개 시설물 사진을 공개했다.
● “中 서해 전술, 남·동중국해 군사화와 비슷”
CSIS의 한반도 전문가 빅터 차 한국 석좌는 이날 CSIS 산하 북한 전문 사이트 ‘비욘드 패럴렐’에 게재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PMZ 내 영구 시설물을 설치한 건 한중 어업협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2018년 이후 PMZ 내부 및 주변에 13개의 부표를 일방적으로 설치했다. 또 한국과 협의 없이 어류 양식을 명분으로 ‘선란 1호’와 ‘선란 2호’ 등 2개의 양식장과 해양 관측 및 양식장 관리를 위한 시설인 ‘애틀랜틱 암스테르담’을 수역 내에 건설했다.
한국과 중국은 2001년 어업협정을 맺고 서해 내 배타적경제수역(EEZ)의 중첩 구간을 관리하기 위한 공동 관리 해역을 설정했다. 이 협정은 해당 수역 내 영구적인 시설물 설치를 금지하고 있다.
또 보고서는 중국이 인공 시설물을 설치한 것을 기점으로 한국 선박에 대한 강압적인 행위를 이어갔다고 주장했다. 시설물을 PMZ 밖으로 이전해 달라는 한국의 반복적인 요청을 거부했고, 수역 내에 일방적으로 ‘항행 금지’ 구역을 선포했다는 것. 실제로 2020년 이후 한국 선박이 수역 내 중국의 활동을 감시하려 시도한 135회 중 27회는 중국 해경에 의해 차단당했다. 여기엔 올해 발생한 한국 해양조사선 ‘온누리호’와 중국 해경 간의 대치 상황도 포함된다.
차 석좌는 한국 선박에 대한 중국의 이 같은 ‘괴롭힘’은 중국이 남·동중국해를 군사화하는 과정에서 점진적 주권 확장을 위해 사용했던 ‘회색지대 전술(grey zone tactics)’과 유사하다고 비판했다. 회색지대 전술은 전시(戰時)와 평시의 중간 영역에서, 전면전으로 비화하지 않을 정도의 모호한 비군사적 도발로 상대에게 타격을 주고 전략적 우위를 점하는 행위를 뜻한다. 차 석좌는 해양 관측 부표, 양식장 등이 모두 민간 시설처럼 보여도 향후 군사 용도로도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 한미 공동 대응 시급
차 석좌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이런 행위를 ‘미국의 인도태평양 동맹국을 겨냥한 회색지대 전술’로 규정하고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새 국가안보전략(NSS·이달 4일 공개)에서 “남중국해에서의 항행 자유를 위해 억지력과 강력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중국 견제 의지를 강조한 것을 인용하며, 이 내용이 서해에서의 항행 자유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한국이 서해에서의 항행 자유를 지키기 위해 더욱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 석좌는 또 “중국의 일방적인 PMZ 협정 위반에 대한 한국의 문제 제기를 미국이 지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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