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소득 둔화-사업이익 감소 직격
자산증가율 평균 안돼… 빚은 10%↑
소비도 코로나 이전수준 회복 못해
“방치땐 소득 양극화 더 심해질것”
지난해 ‘경제 허리’에 해당하는 중산층 가구의 소득 증가율이 역대 최저인 1.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중산층 가구는 팍팍해진 살림에 소비를 줄이며 지갑도 닫는 추세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 소득 양극화가 3년 만에 심해진 가운데 중산층의 경제 사정까지 나빠져 양극화를 더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중산층 소득 소폭 늘고 빚은 급증
10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3분위(상위 40∼60%) 가구의 평균 소득은 5805만 원으로 1년 전보다 1.8% 늘었다. 2016년 현재 기준으로 통계가 작성된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지난해 전체 분위 가운데 소득 3분위 가구의 소득 증가율이 가장 낮게 나타났다. 상위 20%에 해당하는 소득 5분위 가구의 평균 소득 증가율은 4.4%였고, 하위 20%인 1분위 가구는 3.1%였다.
중산층 가구의 소득 증가세가 부진했던 건 근로소득이 줄어든 데다 경기 침체로 사업소득마저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소득 3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3483만 원으로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퍼졌던 2020년(1.3%)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이들 가구의 사업소득은 전년 대비 0.1% 줄어든 1172만 원으로, 2020년(―3.3%) 이후 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전반적인 취업 여건 악화와 경기 둔화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산층의 팍팍한 살림살이는 자산과 부채 현황에서도 드러났다. 올해 3월 말 기준 소득 3분위 가구의 평균 자산은 4억2516만 원으로 1년 전보다 3.6% 늘었다. 자산 증가율은 전체 가구의 평균인 4.9%를 밑돌았다. 반면 이들 가구의 부채는 8059만 원으로 1년 전 대비 9.9% 증가했다. 자산보다 부채가 더 빠른 속도로 늘면서 순자산액은 약 3억4457만 원으로 1년 전보다 2.2%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역시 전체 가구 평균 순자산 증가율(5.0%)의 절반 수준이다.
● “중산층 침체 방치하면 소득분배 악화”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중산층은 소비도 줄이는 추세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최근 소비동향 특징과 시사점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을 100으로 볼 때 소득 3분위 가구의 실질 소비지출은 지난해 97에 불과했다. 지난해까지 2019년 수준의 소비를 회복하지 못한 건 2분위(98)와 3분위 가구뿐이었다.
이에 대해 구진경 산업연구원 서비스미래전략실장은 “중위소득 계층은 가계부채와 이자비용 증가로 가처분소득이 줄면서 소비 여력이 급격히 줄었다”고 설명했다. 소비 여력이 있는 고소득층과 달리 중산층은 불필요한 여행, 의류 등의 소비를 줄이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되면 가뜩이나 심해진 소득 양극화를 더 부추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균등화 처분가능소득 기준)는 지난해 0.325로 전년 대비 0.002 올랐다. 2021년 이후 3년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니계수는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도가 심하다는 의미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산층의 소득 둔화에 대해 “코로나19 이후 가계부채 증대 등이 누적돼 나타난 현상인데, 방치하면 중산층이 저소득층으로 주저앉아 소득 분배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며 “정부는 내수와 고용을 살릴 수 있는 성장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