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홈런볼보다 네 친구로 남고 싶어!"

  • 입력 2002년 7월 9일 17시 09분


□야구공, 김정선 글 그림, 48쪽 7500원 비룡소 (만4세~초등2학년)

흔한 야구공을 통해 낯선 상황에 직면하는 어린 아이의 마음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콜라주 펜화 수채화 유화 등 다양한 기법을 동원한 그림들이 독창적이면서도 친밀감을 준다.

주인공인 야구공은 홈런볼이 되고 싶은 공이다. 공은 예쁘고 멋진 여자 친구를 만나고 싶었다. 홈런볼이 되면 더욱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현실은 꿈과 달랐다.

야구공이 처음 만난 사람은 뚱보 아저씨였다. 공을 선물로 받았지만 먹을 수 없는 공 따위에는 관심도 없었다. 공은 외로웠다. 아무도 따뜻한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그 때 누군가 공을 빤히 보고 있었다. 그건 강아지였다. 강아지는 동글동글한 공이 재미나게 보였다. 공은 그런 강아지가 귀찮고 무서워서 도망쳤다. 강아지는 왕왕 짖어대며 공을 뒤쫓았다.

공은 도망가다 쌍둥이 남매 아기의 손에 들어갔다. 심술궂은 아기들은 공을 서로 차지하려고 밀치고 당기고 야단이었다. 공은 몸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 같았다.

엄마는 아기들에게서 공을 뺏어 창밖으로 휙 던져버렸다. 공은 하수구 안으로 들어갔다. 시궁창의 배고픈 쥐들이 쏜살같이 달려왔기 때문에 공은 있는 힘을 다해 도망쳤다.

물살에 휩쓸려 하수구 밖으로 나온 공은 몸도 찢기고 마음도 지쳐 무척 슬펐다. 그 때 멀리서 한 아이가 버려진 공을 봤다.

아이는 공을 집에 데려와서 박박 문질러 깨끗이 씻어주고 터진 곳을 한올 한올 정성스레 꿰매어 줬다. 아이는 어느날 공을 가지고 야구시합에 참가했다.

마침내 투수가 공을 던졌다. 아이가 공을 배트로 힘껏 쳤다. 어어 난다! 날아! 공은 멀리 아주 멀리 날아갔다. 이제 홈런볼이 되고 싶었던 공의 꿈이 이뤄지려나? 그러나 결과는 ‘아웃’.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가 공에게 물었다. “넌 왜 홈런볼이 되지 않았니?”

공은 대답했다. “그건… 홈런볼이 되는 것보다 네 친구로 남는 게 더 좋아.”

진정한 행복은 영웅이 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참된 친구가 되는 데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책.

비룡소가 주관하는 2002년 8회 황금도깨비상 그림책 원고부문을 수상한 작가는 홍익대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미술 전공자로 자신이 직접 그림까지 그렸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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