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망월동 지킴이」이세영씨의 소원

  • 입력 1999년 5월 17일 19시 28분


“5·18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난지 19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광주지역만의 행사로 머물고 있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깝습니다.”

광주 북구 망월동 5·18 구(舊)묘역에서 ‘5월화원’을 운영하고 있는 5·18 당시 부상자 이세영(李世榮·39)씨.

그는 5·18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고 5·18묘지의 국립묘지 승격을 앞두고 있으나 올 5월도 ‘광주의 행사’로 끝날 것 같다며 착잡한 반응을 보였다.

구 묘역에는 현재 5·18 희생자 중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거나 이한열(李韓烈) 강경대(姜慶大)씨 등 다른 시국사건 희생자 등 53기의 무덤이 있다.

97년 새로 조성된 북구 운정동의 5·18묘지와 왕복 4차로의 길을 두고 마주보고 있다.

1백19기의 묘가 옮겨간 이후 구 묘역을 찾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이씨는 3년 전부터 이 곳을 지키고 있다.

이곳이 80년 광주의 한을 상징적으로 담고 있는데다 17년간 희생자들이 묻혀있던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5·18 당시 총상으로 목발을 짚고 다니는 그는 참배객들이 묘역을 찾을 때면 그들을 안내하고 그날의 진실을 알리는 ‘5월의 전령사’역할도 하고 있다.

5·18 당시 그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부산에 있는 합판공장에서 일하다 ‘광주가 심상치 않다’는 얘기를 듣고 가족들이 걱정돼 고향에 왔다가 21일 오후 금남로에서 군용트럭 운전석 위에 올라가 태극기를 흔들던 그는 계엄군이 쏜 총에 하복부를 맞고 실신했다.

총알이 척추를 스치면서 하반신이 마비된 그는 7개월간 치료를 받고 다행히 오른발은 감각을 되찾았으나 왼발은 아직까지 사용하지 못한다. 이씨는 “20주기가 되는 내년에는 전국적으로 그날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행사가 봇물을 이루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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