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계약교수 시대

동아일보 입력 1998-11-06 18:53수정 2009-09-24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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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중 고교 교원의 정년을 60세로 단축하는 방안이 나온 데 이어 대학의 연구풍토 쇄신을 위한 ‘교수임용제도 개선안’이 입법예고돼 교수사회에도 개혁바람이 거세게 불어닥칠 전망이다. 정부가 아무리 교육개혁을 외쳐도 교육종사자들이 달라지지 않으면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방안도 설득력을 지닌다. 알려진대로 우리 대학의 경쟁력은 아시아권에서도 중하위 수준이다. 교수사회에 경쟁원리가 정착되지 않은 탓이 크다.

이번 개선안에서는 교수계약제 도입과 신규임용시 특정대학이나 본교 출신 비율을 50%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이 우선 주목된다. 교수계약제는 유능한 교수에게 실력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고 실적없는 교수는 도태시키겠다는 취지다. 교수사회에 팽배한 무사안일주의를 배격하고 경쟁풍토를 조성하는 데 상당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전임강사나 조교수에서 출발해 별 문제가 없는 한 정교수까지 승진하고 정년을 보장받는 현 임용체제의 불합리성은 대학 내부에서도 비판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교수를 신규임용할 때 특정대학이나 본교 출신을 50% 이내로 제한하는 조치는 다소 강제적인 성격을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불가피성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다양한 이론을 수용하는 열린 자세와 자유로운 비판이 학문 발전의 필수조건이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학자는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교수채용의 관행은 철저하게 자기 제자나 같은 학교 출신을 뽑는 식이었다. 학문의 ‘근친교배’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이런 행태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교수들이 기득권 유지에 급급한 탓이다. 이러다 보니 대학마다 연구경향이 획일화되고 다른 교수에 대한 비판이 금기시되면서 학문연구가 뒷걸음질치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물론 개선안에도 예상되는 부작용이 없지는 않다. 지금도 학교나 재단을 비판한 교수들이 재임용과정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계약제가 도입되면 이런 일들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교수의 연구업적과 지도능력에 대한 공정한 평가시스템이 제도적으로 보장돼야만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사립대 재단이사중 3분의 1 이상을 공익대표로 선임하도록 한 새 규정이나 특정대학 출신자에 대한 신규임용 제한조치는 다른 한편으로 대학운영의 자율성과도 관련된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강제성을 띠지 않고 실효를 거둘 방법은 없는지 깊이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외국인교수 채용문제다. 개선안에는 첨단과학과 외국어분야에 한해 문호를 개방하도록 되어 있지만 어차피 대학경쟁력을 따진다면 다른 분야에까지 과감히 확대해도 무방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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