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5 고양시 중장년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공고를 살피고 있다. 2025.11.06. [고양=뉴시스]
해외 취업을 희망했던 홍모 씨(26)는 2년간 수백 곳에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불합격하자 최근 국내 기업에 들어갔다. 그는 “해외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싶었고 부모님도 ‘첫 직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며 “하지만 더 이상 사회 진출을 미룰 수 없었다. 현재 근무 부서가 원하던 곳은 아니지만 일단 취업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청년 7명 중 1명은 첫 직장에서 임금, 직종, 근무지를 모두 만족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기준 약 70%는 월급 200만 원이 채 안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최저임금은 주 40시간 근무 기준 월 206만 740원이었다. 취업난이 심각해지자 비정규직, 계약직, 시간제 등을 가리지 않고 ‘일단 취업하고 보자’는 청년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 ‘첫 일자리’ 70% 월급 200만 원 미만
15일 한국고용정보원 ‘청년층의 첫 일자리와 미스매치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임금, 직종, 근무지 등 3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며 근무한다는 응답자는 7.9%에 그쳤다. 2020년에는 같은 질문에 10.5%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3가지 조건 모두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한 비율은 2020년 11.4%에서 지난해 14.9%로 늘었다. 이 설문은 고용통계 조사자료인 ‘청년패널조사’를 분석한 것이다.
임금 수준과 고용 안정성도 좋지 않았다. 계약직 비중은 2020년 33%에서 올해 37.5%로 5년새 4.5%포인트 늘었다. 시간제도 같은 기간 21%에서 25%로 증가했다. 비정규직과 계약직, 시간제 등이 많아 임금은 지난해 기준 월 200만 원 미만이 68%에 달했다.
46.4%는 첫 직장을 그만 둔 이유로 급여, 근로시간 등 ‘근로 여건 불만족’을 꼽았다. 계약 종료는 15.5%였다. 고용정보원은 “근로 여건 불만족 등의 비율이 높은 것은 그만큼 일자리의 질이 낮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생애 첫 직장은 향후 직업, 경력 등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상당수는 대학 전공 등과 맞지 않는 곳에 취업했고 전공 분야에서 근무하는 청년보다 평균 6~10% 낮은 급여를 받았다. 한국은행의 ‘전공 불일치가 불황기 대졸 취업자의 임금에 미치는 장기 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임금 손실 약 70%는 ‘전공 불일치’ 때문이었다.
● 일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20, 30대 160만 명
고용노동부는 최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청년 기준을 29세에서 34세로 상향 조정하고 ‘청년 일자리 첫걸음 보장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청년들이 대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직업 경험을 할 수 있도록 4만3000명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4만 9000명에겐 인공지능(AI) 등 직업훈련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구직촉진수당도 월 50만 원에서 60만 원으로 인상하고 비수도권 일자리에는 최대 720만 원의 근속 인센티브를 지급해 지역 정착을 유도하겠다고 했다.
다만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 규모에 비해 지원책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데이터처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등에 따르면 경제활동인구 중 일을 하려는 의향이 있는데도 하지 못하는 20, 30대는 지난달 기준 158만9000명에 달했다. 지난해보다 2만8000명 늘었다.
권혁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국내 노동시장 특성상 일자리 순환이 취약하다. 청년들이 첫 직장에 들어가면 전공, 선호, 역량 등이 맞지 않아도 계속 근무해야 한다”며 “청년 일경험 프로그램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직장에 들어갔더라도 선호, 능력에 따라 옮길 수 있도록 적극적 고용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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