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탠더드시대 27]선진국의 재해대처

  • 입력 1998년 8월 25일 19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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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폭우 폭설 지진 등 자연재해는 선진국과 후진국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같은 물난리를 만나도 수백명이 목숨을 잃고 국보급 문화재마저 잃어버리는 나라가 있는가 하면 사상자가 거의 없는 나라도 있다.

▼ 일본 ▼

최근 한국과 중국을 덮쳐 엄청난 인명과 재산피해를 낸 집중호우는 일본에도 있었다. 4일 니가타(新潟)지방에 하루 강수량으로는 기상관측사상 최대규모인 2백90㎜를 기록하는 등 7일까지 4일동안 일본 중부와 동북부 지방에 엄청난 양의 폭우가 쏟아졌다.

니가타현에서는 주택 1만6천채가 침수되고 3천4백㏊의 농경지가 물에 잠겼다. 산사태로 철도가 끊기면서 니가타역을 출발하는 모든 열차운행이 한때 중단됐다. 또 2만9천여가구가 정전되고 은행업무 등 도시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여기까지는 한국과 비슷하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다. 일본의 인명피해는 사망 1명, 부상 1명. 지리산 일대와 수도권에 내린 호우로 3백명에 가까운 사람이 숨지거나 실종된 한국과 뚜렷이 대비된다.

니가타현 사사카미(笹神)마을에서는 오전 7시경 하천이 범람하고 제방이 무너질 기미를 보이자 행정당국이 2천3백여가구 9천7백여명의 주민에 대피령을 내렸다. 나중에 집계해보니 실제 침수 가옥은 5백여가구에 그쳤지만 당국은 물이 불어나 피해가 확산될 경우에 대비해 전 주민에게 긴급소개령을 내렸고 주민들 역시 한마디 불평없이 이를 따랐다.

언론기관, 특히 TV의 역할도 크다. 일본의 공영방송인 NHK는 물난리 현장을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대신 기상예보와 홍수때 주의사항을 계속 내보냈다.

일본에선 재해가 발생하면 피해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해 이에 맞는 재해대응체제를 갖춘다.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에 재해대책본부가 설치되고 피해가 큰 경우 국가 차원의 비상재해대책본부나 긴급재해대책본부가 마련된다.

재해대책본부는 인명구조와 의료 소방 피난은 물론 추가재해 예방과 피해자에 대한 식수 및 식품공급 등의 응급대책을 마련한다. 위기상황 대처가 끝나면 바로 방역과 질서유지 복구작업에 들어가며 피해자에게 즉각 재해조위금이나 위로금을 지급한다.

▼ 미국 ▼

매년 40건 가까운 대형 재해가 잇따르는 미국의 통합 재해관리기구인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세계 관련기구의 모범.

대규모 재해가 일어난 광범위한 현장을 장악하고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하는 기구가 FEMA다. 60년대 국방성 산하 민방위청이 전신인 FEMA는 79년 여러 행정기관의 재해 예방 및 복구기능을 일원화해 지금의 막강한 통합기구가 됐다. 직원수 2천5백여명, 연간 예산은 70억달러(약 9조1천억원). 재난 사후수습과 재해보상기준 책정은 물론 연간 1백20억달러에 이르는 보상기금 배분도 FEMA가 한다.

그러나 FEMA만 있어서는 안된다. 국토가 워낙 넓어 1차 복구작업에 FEMA가 곧바로 투입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전문 구조요원들이 도착하기 전엔 지역정부와 현장 주민들이 뛴다. 마을별로 구성돼있는 긴급대응팀(CERT)은 FEMA와 전문 구호기관의 보완적 역할을 한다.

94년 캘리포니아남부 대지진, 96년 동북부 최악의 폭설, 연례행사처럼 닥치는 중남부 토네이도 등 대형 재해 때마다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데 큰 몫을 했다.

▼ 프랑스 ▼

민간 조직인 긴급의료구조대(SAMU)가 큰 역할을 한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SAMU는 행정기관은 물론 군과 경찰의 헬리콥터 항공기 선박 등 장비와 인력을 동원하고 관리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SAMU는 1백여개 지방자치단체별로 조직돼있고 1천8백여명의 군출신을 포함해 모두 2천8백여명이 일한다. 전국 20개의 비행장에는 35대의 헬기가 언제든 이륙할 수 있게 돼 있어 어디서든 요원들이 한시간 안에 방재활동에 착수할 수 있다.

〈파리·도쿄·워싱턴〓김세원·권순활·홍은택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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