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신풍속도⑪]『대학생들 믿을건 자격증뿐』

  • 입력 1998년 7월 20일 19시 10분


“아니, 학교 수업만 들으면 됐지 무슨 학원엘 또 다녀.”

번듯한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H씨(26·K대). 예정대로라면 8월에 대학을 떠나야 하지만 졸업을 1년 늦추고 감정평가사 준비 학원에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학원에 다니겠다는 말에 부모가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어쩌랴. 사람을 뽑겠다는 기업체가 하나도 없는 판국인데…. H씨는 “대기업이라도 지원만하면 합격하던 시절은 옛날 얘기”라며 “주변 친구들 대부분이 감정평가사나 손해사정인 등 자격증을 따기 위해 따로 공부하고 있다”고 부모를 설득중.

졸업증이 ‘취업증명서’나 다름없던 이공계 대학도 사정은 비슷하다. 삼수를 한후 뒤늦게 대학에 들어간 Y씨(29·K대 토목공학과)도 졸업을 거의 포기한 상태. 그는 일단 토목기사 1급 자격증을 따기 위해 매일 도서관에서 밤을 지샌다.

‘믿을 건 오직 자격증뿐’이라는 심리가 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다. 자격증 준비 학원은 덩달아 사상 최대의 호황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열린 공인중개사 시험에는 12만명 이상이 지원해 7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매매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모를 리 없건만 그래도 자격증을 따놓아야 안심이다.

이른바 3D업종도 인기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말 이후 용접 배관 염색가공 가스기능사 등 평소 기피대상이었던 업종도 인기 절정이라는 것. 특히 보일러취급 2급기능사 자격증의 경우 96년 1만4천여명이던 응시자가 지난해 2만명으로 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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