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경제 망칠 「龍싸움」

  • 입력 1997년 5월 12일 20시 16분


이번 불황은 퍽 길게 느껴진다. 金泳三(김영삼)정부가 내걸었다가 지금은 흔적뿐인 「신경제」가 빚은 「신불황」이라 그런가보다. 통계청에선 96년 2월을 정점으로 그 이후 15개월째 경기수축기가 지속되고 있다고 잠정분석한다. 경기는 한참 내리뛰었는데도 아직 바닥에 닿지 않았단다. 올들어 3월말까지 부도는 하루평균 38건. 작년 하루평균 32건보다 훨씬 많다. 재벌그룹이 쓰러지고 「재벌 안전 신화(神話)」도 함께 스러진다. 생겨나는 건 실업자다. 아버지들의 고개는 숙여지고 「평생 직장 신화」도 수그러든다. 그뿐만이 아니다. 의욕에 차 있던 젊은이들의 눈은 흐릿해지고 「성장 한국 신화」도 함께 희미해진다. ▼ 「新불황」15개월째 ▼ 불황이 정부탓만은 아니다. 정부가 직장을 새로 만들어내지 못한 게 문제가 아니다. 그렇지만 이번 불황을 겪으면서 정부에 대한 믿음이 상처를 입은 것만은 틀림없다. 언제 닥칠 지 모르는 불황에 대비하는 정책 시나리오도 없다. 미리미리 챙겨두는 준비성도, 상황변화에 재빠르게 대응하는 순발력도 없다. 「구조조정」 외침과 「무조건 참아내라」는 당부뿐이다. 대책은 없고 누적된 문제가 터지면 그것을 막느라고 바쁜 게 정부다. 땜장이 장관에 땜장이 국장, 과장 노릇이다. 정책당국자 한사람 한사람을 꼽아보면 아이디어도 많고 일할 의욕도 크던데 이 정부는 그들을 엮어내지 못하고 있다. 2∼3%의 저실업을 유지해온 우리로선 실업문제로 골치를 앓은 적이 없으니 정부의 정책노하우조차 의심스럽다. 이쯤되니 실직자들은 정부나 기업에 기댈 게 없다는 눈치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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