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錫珉 기자] 「어서 일어나 걸어보렴/지나온 세월이 아홉해라면/네 발로 딛고 가야 할 날들은/몇곱절 긴 터널인 것을/어미 목숨 붙어 있어/손 내밀려니/아들아, 한발짝이라도 옮겨보렴」(「아들아, 걸어보렴」에서)
오는 3월 인터넷에 자폐증 어린이 홈페이지(http://jinwoo.chonbuk.ac.kr)를 여는 시인(詩人) 유영아씨(37). 유씨는 남편을 따라 2년동안 미국에 가서 살던 시절을 아직 잊지 못한다. 당시 겨우 네살이던 둘째 아들 상원이는 「자폐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막막했다. 누구 하나 찾아가 의논할 사람이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닥치는 대로 원서를 읽었지만 서툰 영어 실력 때문에 안타까움만 더했다. 마음을 꼭꼭 걸어 잠그는 자폐증. 하지만 유씨마저 바깥으로 열린 문을 닫고 지낼 수는 없었다. 가슴 한구석에 묻어뒀던 이야기를 세상에 털어놓기로 마음먹었다. 유씨는 지난해 상원이를 키우면서 겪었던 일들을 모아 「혼자 서는 너, 둘이 가는 사랑」(동아일보간)이라는 에세이집을 펴냈다. 닫혔던 문을 조금씩 열어 나갔다. 그리고 이제 탁트인 열린 공간 인터넷을 생각해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못난 자식」 이야기를 드러내놓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떳떳이 드러내야 아이가 설 땅이 생길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여는 인터넷 홈페이지가 자폐증에 걸린 자식을 둔 부모끼리 가슴을 열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인터넷 홈페이지엔 상원이 이야기만 실린 게 아니다. 남편 박진우교수(전북대 의대)의 도움으로 자폐증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모아 담는다. 이 땅의 다른 부모들은 자신이 겪었던 「답답함」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유씨의 바람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