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통합돌봄이 전국으로 시행되면서 재택의료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방문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일차의료 기관 10곳 중 3곳만 실제 방문진료를 시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방문진료 2건 중 1건이 서울과 경기에 집중되면서 지역별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문진료 2건 중 1건은 서울-경기서 시행
2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2019~2025년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 시도별 참여 기관 수’에 따르면 2019년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에서 시범사업에 참여한 일차의료 기관(한의과 제외)은 지방의료원을 포함해 1131곳이었다. 그러나 약 4년 6개월 간 방문진료 수가를 청구한 기관은 381곳으로 전체의 33.7%에 불과했다. 실제 방문진료를 시행한 곳은 10곳 중 3곳이라는 의미다.
2019년 12월부터 시행된 방문진료 시범사업은 거동이 어려워 의료기관에 방문하기 어려운 환자 가정에 의사가 직접 방문해 진찰, 처방, 주사 등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방문진료는 병원에 입원하지 않고 자택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돕는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 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의 핵심으로 꼽힌다.
방문진료를 시행한 381곳 중에서도 93곳(24.4%)은 방문진료 수가 청구 건수가 5건 이하였다. 이혜진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방문진료 시범사업에 등록한 기관은 사전에 방문진료를 하고 있어서 등록했다기 보다 기존에 진료하던 환자가 거동이 어려워져 방문진료가 필요하게 됐을 경우를 대비해 등록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2019년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방문진료 시범사업을 통해 진행된 방문진료 2건 중 1건은 서울 또는 경기 지역으로 확인됐다. 전체 방문진료 청구 건수는 17만1936건이었으며, 이중 서울이 5만9190건(34.4%), 경기가 4만6760건(27.2%)였다.
서울과 경기에서 시범사업에 참여한 의원 수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도 방문진료 인프라에 대한 수도권과 지역 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 지역은 시범사업에 등록된 기관 40곳 중 4곳(10.0%)만이 실제 수가를 청구했으며, 전남에서 청구된 방문진료 건수는 317건으로 전체의 0.18%에 불과했다.
●“아무리 먼 거리 가도 수가 동일”
방문진료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지역과 수도권 간 격차가 벌어지는 데에는 현행 수가 정책에 지역 특성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북부에서 방문진료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한 의사는 “의정부, 연천, 포천에서 강원 철원까지 방문진료를 하는데 아무리 먼 거리를 가도 수가는 동일하다”고 했다.
의료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도서산간 지역을 이동 시간을 포함해 환자 한 명 당 최소 1시간 30분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시범사업에 책정된 수가는 1회 방문에 12만9650원이며 의료취약지 가산은 2만5930원에 불과하다. 의료계 관계자는 “같은 1시간 30분이라고 하면 이동을 하지 않고 진료실에 앉아만 있어도 비슷한 금액을 벌 수 있는데 방문진료를 할 유인이 크지 않다”고 전했다.
의대나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교육 과정에서 방문진료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아 의사들이 방문진료를 시도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건우 대한재택의료학회 이사장(고려대 안암병원 신경과 교수)은 “방문진료를 하는 의사 자체가 많지 않고, 방문진료에 대한 교육과정이 없어 그에 대한 노하우 전수 등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간호대의 경우 지역사회간호학 등에서 방문간호를 교육하고 있다.
일차의료 방문진료 시범사업 기한이 올해 말까지로 예정돼 있어 복지부는 시범사업을 3년 간 연장하는 방안을 다음 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안건으로 상정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장에서 좀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의견이 있어 현재 월 청구 횟수가 60회로 제한돼 있는 부분을 개선하려고 한다”며 “지역에서는 한정된 인력이 넓은 지역을 방문해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어 지원 수준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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