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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결정에 참고한 보고서를 보완해 나온 결론은 연간 4000명 증원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2000명이 최소한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장상윤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 “의사 수가 늘면 의료비 지출이 많아집니다.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습니다.”(강희경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선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를 주제로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대위 주최 토론회가 열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와 의사단체가 함께한 첫 공개 토론회였는데, 양측이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며 논의는 평행선을 달렸다. ● 2000명 증원 필요성, 의견 엇갈려 장 수석은 “의대 증원 결정에 참고한 보고서 3개에서 2035년까지 의사 1만 명이 부족하다는 같은 결과가 나왔다”며 “이들 연구를 더 깊게 들여다보며 비현실적 가정을 보완한 결과 2035년에 실제로 부족한 의사 수는 2만 명 이상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라는 점을 거론하며 “의사가 부족하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강 위원장은 “의사 수가 적은 것과 부족한 것은 다르다”며 “부족하다면 문제가 생겨야 하는데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OECD 평균 대비 3년이나 길다”고 반박했다. 장 수석이 “정부는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별도 협의체를 만들어 증원과 관련해 37차례 협의했고 여러 의사단체에 적정 증원 규모를 물었는데 종합병원협회만 3000명이란 답을 줬다”고 했을 때는 방청석에서 ‘거짓말’이란 고성이 터져 나왔다.● ‘응급실 뺑뺑이’ 해법도 달라 중증·응급 환자가 응급실에서 진료를 못 받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의 해법도 엇갈렸다. 장 수석은 “응급실 문제는 의료개혁의 계기이기도 하다”며 “응급의학과 및 배후 필수과 전문의가 지방으로 갈수록 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강 위원장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수는 많은데 이들이 응급 진료를 안 하는 게 문제”라며 “소송 리스크와 저수가, 배후 필수과 부족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고 맞섰다. 하은진 비대위원도 “일본처럼 시스템을 바꿔 대기 인력에 투자하고 병상을 비워 놓는 것에 보상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교육부가 최근 의대 교육 기간을 6년에서 5년으로 줄이겠다고 해 논란이 된 것을 두고 ‘오해’라고 했다. 장 수석은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조기 졸업 규정이 있다”며 “의대생이 복귀하면 해당 규정을 활용해 집단행동을 한 시간만큼 교육 프로그램을 단축하거나 방학 등을 활용할 여지를 주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강 위원장은 의대 본과 수업계획표를 화면에 띄운 후 “의대 본과 과정은 고교 4학년이라고 할 정도”라며 “(교육과정 단축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비대위가 대통령실에 초청 의사를 전해 마련됐다. 양측은 의견 접근을 이루진 못했지만 기회가 되는 대로 대화를 이어 가기로 했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선 서울대 의대 교수들이 정부와의 대화에 나선 것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경기도의사회는 성명을 내고 “비대위는 당사자인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의대생을 대변할 수 없다”며 “의료농단 주범들과 야합하는 이적 행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임현택 의협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회수석이 제정신이 아닌 걸로 봐서 40명쯤 늘려야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지난해 환자 1명이 병원 34곳에서 465번에 걸쳐 수면진정제 졸피뎀 1만1207개를 처방받는 등 ‘마약류 쇼핑’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투약 이력을 실시간 확인한 후 처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확대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1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진숙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인 메틸페니데이트를 처방받은 환자 상위 20명은 의료기관 52곳에서 1인당 평균 5658개를 처방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메틸페니데이트를 처방받은 전체 환자 평균 처방량(260.5개)의 약 22배다. 졸피뎀은 처방량 상위 20명이 전체 평균(88.3개)의 60배에 달하는 5315개(1인당 평균)를 처방받았다. 펜터민 등 식욕억제제는 상위 20명이 1인당 평균 4950개를 처방받아 전체 평균(198.4개)의 25배에 달했다.지난해 졸피뎀, ADHD 치료제, 식욕억제제를 각각 처방받은 상위 20명, 총 60명을 조사한 결과 38.3%는 3곳 이상의 의료기관을 다니며 약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10곳 이상의 의료기관을 다닌 환자도 3명이었다. 이들 중 한 명은 의료기관 32곳에서 139번에 걸쳐 졸피뎀 3619개를 처방받았고, 다른 한 명은 의료기관 13곳에서 ADHD 치료제 8658개를 54번에 걸쳐 처방받았다.전 의원은 “현재 의사가 실시간으로 환자의 투약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약물은 펜타닐 성분 뿐”이라며 “마약류 처방 전 의사가 투약 이력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 확대가 시급하다”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병원에서 인공호흡기나 각종 의료장비를 몸에 매달고 억지로 생명을 연장하고 싶진 않았습니다.” 경기 파주시에 거주하는 이모 씨(62)는 지난해 남편과 함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이유를 묻자 “부부 모두 건강에 문제는 없지만 부모님 건강이 나빠지면서 어떻게 삶을 마무리할지 고민하다가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씨는 또 “현대 의학으로도 치료가 안 되는 상황이라면 의식이 있을 때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며 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했다.● 연명치료 안 받은 사망자 6년간 33만 명 이 씨 부부처럼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이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연명치료를 중단한 환자는 7만720명으로 연명의료결정법(존엄사법) 시행 첫해인 2018년(3만1765명)의 2.2배가 됐다. 전체 사망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6%에서 20.1%로 두 배가량이 되면서 제도가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8∼2023년 6년 동안 연명의료를 거부하고 숨진 사람은 총 32만7097명이다.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면 회생 가능성이 없고 사망에 임박한 상태라고 의사 2명이 판단한 경우 ‘임종 과정에 들어갔다’고 판단하고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확인하게 된다.연명의료 중단 의사는 환자 본인이나 가족의 의사를 물어 확인하는데 이 씨 부부처럼 사전의향서를 작성한 경우 의사가 이를 확인하고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사전의향서가 없는 경우 환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가 있어야 연명치료 중단이 가능하다. 사전의향서도 없고 환자 의식도 없는 경우에는 환자 가족 2인 이상의 진술이나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로 연명치료 중단 의사를 확인하게 된다.● 244만 명이 사전의향서 등록 지난해 연명치료를 중단한 환자 중 절반가량은 의식이 있을 때 미리 사전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했거나 병원에서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는 등 본인의 의사가 반영된 경우였다.건강할 때 미리 사전의향서를 작성해 두려면 전국에 지정된 등록기관 687곳(지난해 말 기준)을 찾아 상담한 후 관련 서류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시스템에 등록하면 된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사전의향서 등록자는 2018년 10만529명에서 지난해 57만3937명으로 5년 만에 5.7배가 됐다. 누적 등록자는 올 6월까지 총 244만1805명이다. 전문가들은 연명치료 중단을 원하는 경우 미리 가족 등과 충분히 상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사전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했더라도 연명의료 중단 결정 시점에 환자 의식이 없는 경우 가족 등의 강력한 반대로 연명의료 중단이 안 이뤄지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허대석 서울대 의대 내과 명예교수는“평생 쌓아온 인간관계를 잘 마무리한다는 생각으로 충분히 주변 사람들과 상의하고 자신의 뜻을 설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회의원 시절 존엄사법 통과를 주도한 원혜영 웰다잉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치료해 회복될 수 있다면 당연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목숨만 연명하기 위한 치료는 인간다운 품위 있는 죽음을 막는다”며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문화를 통해 현재 삶의 의미를 더 새롭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임종을 앞두고 연명치료를 중단한 환자가 지난해 연간 7만 명을 처음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망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처음 20%를 넘어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존엄사법) 시행 후 5년 만에 제도가 정착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미애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연명치료를 중단한 환자는 7만720명으로 존엄사법 시행 첫해인 2018년(3만1765명)의 2.2배가 됐다. 전체 사망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6%에서 20.1%로 두 배가량이 됐다.환자가 연명치료를 중단하려면 먼저 회복 가능성이 없고 임종 직전이란 의사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이후 환자나 환자 가족이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같은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혀야 한다.지난해 연명치료를 중단한 환자 중 절반가량은 의식이 있을 때 미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했거나 병원에서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는 등 본인의 의사가 반영된 경우였다.‘마지막 존엄을 지키고 싶다’며 아프기 전 미리 연명치료를 원치 않는다는 사전의향서를 작성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사전의향서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시스템에 등록한 사람은 2018년 10만529명에서 지난해 57만3937명으로 5.7배가 됐다. 누적으로는 올 6월까지 총 244만1805명이다. 조정숙 국가생명윤리정책원 연명의료관리센터장은 “베이비부머 세대가 나이를 먹으며 ‘웰다잉’에 대한 고민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65세 이상 고령자 5명 중 1명은 사전의향서를 작성한 만큼 연명의료 중단은 앞으로 더 보편화될 것”이라고 말했다.“삶, 억지로 연장 안해”…5년간 38만명 연명치료 거부하고 떠나“병원에서 인공호흡기나 각종 의료장비를 몸에 매달고 억지로 생명을 연장하고 싶진 않았습니다.”경기 파주시에 거주하는 이모 씨(62)는 지난해 남편과 함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등록한 이유를 묻자 “부부 모두 건강에 문제는 없지만 부모님 건강이 나빠지면서 어떻게 삶을 마무리할지 고민하게 됐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씨는 또 “현대 의학으로도 치료가 안 되는 상황이라면 의식이 있을 때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며 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했다.● 연명치료 안 받은 사망자 5년간 33만 명이 씨 부부처럼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이들은 갈수록 늘고 있다. 9일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실에 따르면 2019~2023년 5년 동안 연명의료를 거부하고 숨진 사람은 총 32만7097명에 달한다.지난해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숨진 환자는 7만720명으로 존엄사법(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2018년의 2.2배가 됐다. 올 상반기(1~6월)에도 3만4433명이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세상을 떠났는데 이는 해당기간 사망자 19.4%에 해당한다.현행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르면 회생 가능성이 없고 사망에 임박한 상태라고 의사 2명이 판단한 경우 ‘임종 과정’이라고 판단하고 연명의료 중단 의사를 확인하게 된다.연명의료 중단 의사는 환자 본인이나 가족의 의사를 물어 확인하는데 이 씨 부부처럼 사전의향서를 작성한 경우 의사가 이를 확인하고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사전의향서가 없는 경우 환자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작성한 연명의료계획서가 있어야 연명치료 중단이 가능하다. 사전의향서도 없고 환자 의식도 없는 경우에는 환자 가족 2인 이상의 진술이나 환자 가족 구성원의 합의 중 하나로 연명치료 중단 의사를 확인하게 된다.●244만 명이 사전의향서 등록‘삶의 마지막까지 존엄을 지키고 싶다’며 미리 사전의향서를 등록한 사람은 올 상반기까지 244만1805명에 달한다. 사전의향서 작성을 위해선 전국에 지정된 등록기관 687곳(지난해 말 기준)을 찾아 상담한 후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시스템에 올리면 된다.전문가들은 연명치료 중단을 원하는 경우 미리 가족 등과 충분히 상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사전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했더라도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해야 하는 시점에 환자 의식이 없는 경우 가족 등의 강력한 반대로 연명의료 중단이 이뤄지지 않는 일이 상당수이기 때문이다. 허대석 서울대 의대 내과 명예교수는“평생 쌓아온 인간관계를 잘 마무리한다는 생각으로 충분히 주변 사람들과 상의하고 자신의 뜻을 설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내년 한국은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되는 만큼 존엄사법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어떻게 삶을 마무리할 것인지’에 대한 전반적인 고민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란 지적이 나온다. 최다혜 한국존엄사협회 회장은 “통증 완화가 되지 않는 말기 암 환자 등 조력 자살을 희망하는 경우 등에 대해서도 논의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국회의원 시절 존엄사법 통과를 주도한 원혜영 웰다잉운동본부 공동대표는 “치료해 회복될 수 있다면 당연히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회복 가능성이 없는 상태에서 목숨만을 연명하기 위한 치료는 인간다운 품위 있는 죽음을 막는다”며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문화를 통해 현재 삶의 의미를 더 새롭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야당은 교육부가 전날(6일) 발표한 의대 교육과정 단축 방안을 질타하며 “의료 공백 사태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사과해야 한다”고 공세를 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교육의 질을 떨어뜨리면서 교육 기간을 단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교육부를 옹호했고 윤 대통령 사과 요구에는 “대통령이 판단할 사항”이라며 선을 그었다.● 야당 “의대 수업이 덤핑이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복지위 국감임에도 전날 교육부에서 발표한 ‘의대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 중 의대 교육과정을 6년에서 5년으로 줄이는 방안에 대해 집중 공세를 폈다. 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의대 교육과정 공백을 해결하라고 하니 의대 교육을 줄인다고 한다”며 “의대 교육이 덤핑 물건이냐. 시중에서 정작 줄여야 할 것은 윤 대통령 임기란 말이 나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소병훈 의원도 “수의대가 6년인데 의대가 5년이면 국민 목숨이 개돼지보다 못하다는 말인가”라며 “의사를 관리하는 복지부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조 장관은 “의대 교육 단축 방안을 교육부와 협의했느냐”는 질문에 “사전 논의는 없었다”면서도 “(교육 기간 단축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일률적으로 6년제에서 5년제로 전환하는 게 아니라 학교 사정에 따라 교육의 질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교육 기간 단축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지부 “공보의 대형병원 파견 전면 재검토” 이날 국감에선 의료공백 이후 의료 취약지에서 일하는 공중보건의사(공보의)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가 이탈한 대형병원으로 파견한 것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은 비수도권에서 공보의를 차출해 서울 소재 대형병원에 파견한 걸 두고 “어려운 집 곳간 털어 대감댁 시주한 격”이라고 했다. 서 의원도 “실효성이 없는 공보의를 파견하고 의료대란에 잘 대응하고 있는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조 장관은 “지역의료 공백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며 “공보의 배치 문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또 조 장관은 의료 공백 장기화에 대해 “주무 장관으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윤 대통령에게 사과를 건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사과는) 대통령이 판단할 사항”이라고만 밝혔다. 야당의 거듭된 사퇴 요구에는 “자리에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의사단체가 요구하는 ‘내년도 의대 증원 조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박주민 국회 복지위원장이 “2025학년도 증원은 요지부동, 불변이냐”고 묻자 조 장관은 “그렇다”고 했다.● 복지부 “자생한방병원 감사 검토” 민주당은 첩약 건강보험 적용 2차 시범사업과 관련해 자생한방병원이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올 3월 신준식 자생한방병원 이사장이 특허를 갖고 있는 첩약이 2차 건강보험 시범사업 대상으로 인정된 배경에 정권의 비호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신 이사장은 이원모 전 대통령인사비서관의 장인이다. 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신 이사장 차녀에게 이 비서관을 소개해 준 사람이 윤 대통령이고, 이 비서관의 부인은 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할 정도로 김건희 여사와 친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은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만으로 윤 대통령과 연관 있다고 단정 짓는 건 곤란하다”고 반박했다. 조 장관은 자생한방병원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이유와 근거를 알아보고 필요하면 감사도 검토하겠다”고 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휴학은 개인의 권리인데 오늘(6일) 발표된 교육부 대책은 제한적으로만 권리를 인정하겠다는 것입니다.” 김민호 서울대 의대 학생회장(22)은 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교육부의 ‘복귀 조건부 휴학 승인’ 방침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은 서울대 의대가 지난달 30일 정부의 ‘휴학 유급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휴학을 승인해 일단 1학기만 휴학 처리가 된 상태다. 의대생 수업 거부 사태 이후 처음 언론 인터뷰에 응한 김 회장은 “저는 2월 20일에 휴학을 신청했는데 최근에야 휴학이 승인됐다”며 “학생들이 개별 판단에 따라 휴학을 신청한 것인데 교육부는 ‘정당하지 않다’고 주관적으로 결론을 내고 개인의 권리를 억압해 왔다”고 주장했다. 교육부가 이날 의대를 6년 과정에서 5년 과정으로 줄일 수 있다고 밝히고, 올해 11월 중순까지 돌아와도 1년 치 수업을 끝낼 수 있다고 한 것을 두고선 “의대 수업은 매일 오전 9시∼오후 5시에 진행되고 방학도 길어야 3주인데 압축적으로 수업을 하는 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또 “수업을 압축하면 실습 기간도 줄여야 하는데 학생들은 정상적 의대 교육을 받고 능력 있는 의사가 되고 싶어 한다”며 “의대 교육 선진화를 내세우는 교육부가 압축 수업, 무수업 진급 등을 언급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내년도 증원이 정부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전국 의대 40곳의 예과 1학년이 지난해의 2.5배인 7500여 명으로 늘면서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해질 것이란 점도 지적했다. 김 회장은 “지금도 서울대에선 해부학 실습을 한 조에 10명씩 진행하고 있어 커대버(해부용 시신)를 제대로 관찰할 수 있는 학생은 3, 4명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1학년은 교양 수업이 많아 교육이 가능할 것이란 주장이 나오는 것을 두고서도 “예과도 엄연히 인증된 의대 정규 교육과정”이라며 “정부는 의과학자 양성을 이야기하면서 예과에서 배우는 자연과학이나 기초의학 학문을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부와의 대화 가능성에 대해 그는 “상호 신뢰가 바탕이 돼야 대화를 할 수 있는데 휴학을 승인한 서울대에 대해 고강도 감사를 하고, 수업을 안 받아도 그냥 진급하라는 상황에서 대화가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회의적 입장을 밝혔다. 흉부외과 전문의를 지망했던 김 회장은 자신의 근황에 대해 “임상의사가 되는 것만 길은 아닌 것 같아서 코딩 공부도 하고 창업 관련해서도 알아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교육부가 수업을 거부 중인 의대생이 내년 1학기 복귀를 약속할 경우 휴학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4일만 해도 대학 총장들을 불러 ‘휴학 불가’ 방침을 강조했던 교육부가 이틀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을 발표하고 “2025학년도 학사 정상화를 목표로 미복귀 학생이 내년 학기 시작에 맞춰 복귀하는 것을 전제로 한 제한적 휴학 승인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다만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동맹 휴학은 여전히 허용하지 않고 증빙 서류를 내며 휴학 사유를 소명할 때만 휴학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 부총리는 “휴학 승인 없이 지속적으로 복귀하지 않는 경우 학칙을 엄격히 적용해 유급 및 제적 등 원칙대로 처리해 달라”고 각 대학에 당부했다. 이번 조치로 내년 전국 의대 예과 1학년의 경우 지난해의 2.5배인 7500여 명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또 휴학 승인으로 내년 신규 의사 3000명 배출이 중단되는 등 예상되는 의사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학 측이 원하면 의대 교육과정을 6년에서 5년으로 줄일 수 있는 길을 터 주기로 했다. 이날 발표에 대해 김민호 서울대 의대 학생회장은 “휴학은 개인의 권리인데 이를 제한적으로만 인정하겠다는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 5곳은 공동 입장문을 내고 “(의대 교육 기간 단축은) 대놓고 의대 교육 부실화를 고착화시키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교육부 “의대 과정 6년→5년 추진”… 의료계 “부실교육 될 것”[의료공백 장기화]정부 “일률 전환 아닌 원하는 경우시행령 수정”… 예과 1년 단축 거론‘내년 3월 복귀 조건’ 휴학 승인엔… 대학들 “정부, 책임 떠넘기기” 반발교육부는 6일 의대생 본인이 동맹휴학이 아니라는 점을 소명하고, 내년 1학기 학교 복귀를 약속할 경우에만 휴학 승인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각 대학에선 “아프다는 가짜 서류라도 받아 두라는 말인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대 교육과정을 6년에서 5년으로 줄이겠다는 내용을 두고선 의료계를 중심으로 ‘의학 교육의 질’이 저하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대학들 “휴학 승인 책임 떠넘기기”교육부는 이날 발표한 ‘의대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에서 각 대학이 자체적으로 복귀 시한을 정하고 학생들을 설득하되 휴학 의사를 굽히지 않을 경우 동맹휴학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하고 휴학을 승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집단적 목적 달성을 위한 동맹휴학은 정당한 휴학 사유가 아니다”라며 “각 대학은 제출된 휴학원 정정 등 별도 절차를 통해 동맹휴학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휴학 승인 없이 수업에 복귀하지 않은 학생은 학칙에 따라 유급 또는 미등록 제적된다. 휴학이 승인됐더라도 내년에 복귀하지 않으면 유급 또는 제적 대상이 된다.대학에선 “동맹휴학 불허 방침은 달라진 게 없는데 휴학 승인 책임을 대학에 떠넘기는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는 대학이 승인한 휴학이 동맹휴학에 해당하는지 등을 점검해 내년부터 재정지원에 반영하기로 했다. 수도권의 한 대학 관계자는 “지금도 학칙상 개인 사정으로 인한 휴학이 가능하다. 질병이나 군입대 사유가 아니면 동맹휴학으로 보고 휴학 승인이 안 된다고 해놓고 이제 와 서류를 보고 각 대학이 판단하라고 하니 혼란스럽다”고 했다.의사단체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종태 이사장은 “협회와 의대 학장들은 정부의 학사 정상화 방안을 단호히 거부한다. 조건 없는 휴학 승인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의료계 “의대 5년으로 줄이면 부실 교육”교육부는 휴학 승인으로 의대생 연내 복귀가 사실상 어려워진 만큼 신규 의사 공백을 줄이기 위해 총 6년인 현행 의대 교육과정(예과 2년, 본과 4년)을 대학이 원할 경우 5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교육부는 “의대를 일률적으로 5년제로 전환하는 게 아니라 현행 6년제를 유지하되 원하는 대학이 학사 운영을 단축할 수 있는 길을 터 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의대, 한의대, 수의대 등의 교육과정은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6년으로 규정돼 있다. 교육계에선 시행령을 고쳐 교양 과정 위주인 예과를 1년 줄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교육부는 또 의사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의사 국가시험(국시) 실시 시기를 유연하게 하고 특별한 사유가 없을 경우 2개 학기를 넘는 연속 휴학은 제한하는 규정을 학칙에 추가하라고도 했다.의료계에선 의사 배출을 위해 교육과정을 무리하게 단축할 경우 의학교육 질 저하 등 부작용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최창민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의학 발전에 따라 각종 실습이 늘어나는 등 의대 교육과정에서 가르칠 내용은 갈수록 늘고 있다. 의대 교육기간을 줄이면 부실 교육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휴학은 개인의 권리인데 오늘(6일) 발표된 교육부 대책은 제한적으로만 권리를 인정하겠다는 것입니다.”김민호 서울대 의대 학생회장(22)은 6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교육부의 ‘복귀 조건부 휴학 승인’ 방침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 회장은 서울대 의대가 지난달 30일 정부 방침을 거스르며 휴학을 승인해 일단 1학기만 휴학 처리가 된 상태다.의대생 수업 거부 사태 이후 처음 언론 인터뷰에 응한 김 회장은 “저 같은 경우 2월 20일에 휴학을 신청했는데 최근에야 휴학이 승인됐다”며 “학생들이 개별 판단에 따라 휴학을 신청한 것인데 교육부는 ‘정당하지 않다’며 주관적으로 결론을 내고 개인의 권리를 억압해 왔다”고 주장했다. 이날 함께 인터뷰에 응한 조수혁 서울대 의대 학생회 비상시국대응위원(23)은 교육부가 휴학을 승인한 서울대에 대해 고강도 감사를 진행 중인 것과 관련해 “다른 대학을 압박하는 취지 같은데 학생이 학업 중지를 선택한 것에 대해 정부가 강제로 학업을 유지하라고 하는 게 상식적 조치인지 의문”이라고 했다.교육부가 이날 의대를 6년 과정에서 5년 과정으로 줄일 수 있다고 밝히고 올해 11월 중순까지 돌아와도 1년치 수업을 압축적으로 할 수 있다고 한 것을 두고 김 회장은 “의대 수업 과정은 기본적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고 방학도 길어야 3주인데 압축적으로 수업을 하겠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또 “수업을 압축하면 실습 기간도 줄여야 하는데 학생들은 정상적 의대 교육을 받고 능력 있는 의사가 되고 싶어한다”며 “의대교육 선진화를 내세우는 교육부가 압축 수업, 무수업 진급 등을 언급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 것”이라고 했다.조 위원도 “1년에 걸쳐 배워야 할 것들을 3개월로 압축해 수업하고 진급하면 해당 과목들을 제대로 배울 기회를 잃는 것”이라며 “의료인으로서 알아야 하는 지식을 공부해 자격있고 떳떳한 의사가 되고 싶다”고 했다.김 회장은 내년도 증원이 정부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전국 의대 40곳의 예과 1학년이 지난해의 2.5배인 7500여 명으로 늘면서 정상적인 교육이 불가능해질 것이란 점도 지적했다. 그는 “지금도 서울대에선 해부학 실습을 한 조에 10명씩 진행하고 있어 커대버(해부용 시신)를 제대로 관찰할 수 있는 학생은 3, 4명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1학년은 교양 수업이 많아 교육이 가능할 것이란 주장이 나오는 것을 두고서도 “예과도 엄연히 인증된 의대 정규 교육과정”이라며 “정부는 의과학자 양성을 이야기하면서 예과에서 배우는 자연과학이나 기초의학 학문을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정부와의 대화 가능성에 대해 그는 “상호 신뢰가 바탕이 돼야 대화를 할 수 있는데 휴학을 승인한 서울대에 대해 고강도 감사를 하고, 수업을 안 받아도 그냥 진급하라는 상황에서 대화가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흉부외과 전문의를 지망했던 김 회장은 “임상의사가 되는 것만 길은 아닌 것 같아서 코딩 공부도 하고 창업 관련해서도 알아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한덕수 국무총리가 3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정부는) 여야의정 협의체에 의제를 정하지 않고 전제 조건 없이 모두 다 참여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여야의정 협의체 발족이 한 달 가까이 지연되자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논의가 어렵다던 기존 정부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협의체에서 관련 논의를 할 수 있다고 열어두며 돌파구 모색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도 “정부도 협의체 출범에 의제 제한, 전제 조건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의사단체의 참여를 촉구했다. 한 대표와 한 총리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만나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만남은 한 총리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한 총리는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협의체에서) 의제를 정하지 않고 모두 다 참여해 진솔한 방안과 협의를 해보자는 입장”이라며 “한 대표가 의료계를 만나 협의할 때 (이런 입장을) 말씀해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한 대표도 “(협의체) 목표는 오로지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키고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것”이라며 “의제는 그것 하나고 전제 조건도 그걸 위해 노력한다는 것뿐”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의료계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중단 주장도 포함해 협의체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보는지’ 묻는 질문에 “한 총리가 의제 제한이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여야의정 협의체가 이 문제를 해결하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에 대해 공감했다. 장외가 아니라 대화 협의체에서 대화를 해야 생산적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한 총리는 협의체에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재조정을 논의하면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열어둬야 한다”는 한 대표와 이견을 보인 바 있다. 그런 한 총리가 이날 “전제 조건은 없다”고 한 것은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의료계의 2025학년도 의대 정원 관련 주장을 듣고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대통령실 관계자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재조정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의사단체들은 이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전국 40개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관계자는 “한 총리가 의제 제한이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한 것은 처음이라 일단 긍정적”이라면서도 “내용을 좀 더 파악해 의료계 전체 의견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법정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 관계자는 “교육부가 의대생의 휴학을 승인한 서울대 의대 학장을 고강도로 감사하고 휴학 승인을 불허하는 상황에서 정부 입장이 바뀌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상황의 위중함을 직시하고 결단을 내려주기 바란다”고 말했다.조권형 기자 buzz@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교육부의 의대 인증·평가 규정 개정안에 반대하며 전국 40개 의대 교수들이 집회를 열고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무력화 시도 중단과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재논의를 촉구했다. 올해 의사 국가시험 실기 응시자는 지난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347명에 그치며 내년도 신규 의사 배출과 공중보건의(공보의) 수급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의대 교수들 “의평원 무력화 반대” 3일 오후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의평원 무력화 저지를 위한 전국 의대 교수 결의대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800명(경찰 추산 350명)이 참석한 이날 집회에서 교수들은 정부에 △의평원 무력화 시도 즉각 중단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즉각 중단 후 재논의 △필수의료 패키지 및 의료개혁특별위원회 폐지 △의대 증원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교육부가 지난달 25일 입법 예고한 ‘고등교육기관 평가인증 규정’ 개정안이 의학 교육의 질을 보장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인 의평원을 무력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평원은 교육부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의대 교육을 평가하는 인증 기관이다. 의평원은 ‘의학 교육의 질 유지’를 내세워 이번에 정원이 10% 이상 늘어난 의대 30곳을 대상으로 6년 동안 매년 주요 변화를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평가 기준도 기존 15개에서 49개로 늘렸다. 의평원 인증을 받지 못하면 신입생 모집 정지 등의 처분을 받는다. ‘무더기 인증 미달’ 가능성이 제기되자 교육부는 개정안을 통해 인증·평가 기준 미달 시 1년 이상 보완 기간을 부여하고 인증 기간이 존재하지 않거나 평가·인증이 불가능한 경우 기존 평가·인증 유효 기간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대충 교육한 싸구려 의사 양산” 집회에 참여한 전현직 교수들은 의평원이 무력화될 경우 의대 교육의 질이 하락해 제대로 교육받은 의사를 양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세옥 부산대 의대 교수협의회장은 “2200명을 교육하던 지방 의대에 2000명을 한꺼번에 증원하면 교육의 질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며 “(의학 교육의 질을 평가하는) 의평원을 무력화하고 대충 교육받은 싸구려 의사들이 대충 진료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교수들은 서울대 의대의 휴학 승인 후 진행 중인 교육부 감사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배장환 전 충북대 의대 비상대책위원장은 “7개월 가까이 수업을 받지 않아 유급돼야 하는 학생들에게 휴학을 승인하겠다는 (서울대) 의대 학장을 대상으로 정부는 초고강도 감사라는 칼을 빼 들어 압박하고 있다”고 했다. 전날 서울대 교수회도 입장문을 내고 “휴학 승인을 지지하고 정부의 의대 감사 방침 철회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신규 의사 배출 ‘절벽’ 현실화 한편 지난달 치러진 의사 국가시험 실기에선 응시자가 지난해 10분의 1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24일 시행된 제89회 의사 국가시험 실기에는 347명만이 최종 응시했다. 지난해 응시자 수는 3212명이다. 이번 실기시험 인원은 공공의대 설립에 반대하며 의대생들이 단체로 국가시험을 거부했던 2020년 응시자(423명)보다 적다. 의료계는 신규 의사 배출과 공보의 수급 차질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우려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신규 의사 배출이 끊기면 공보의 수급도 원활하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전문의 수급 자체가 어려워진다”며 “여파가 최소 5년은 갈 것”이라고 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단체 5곳은 2일 연석회의를 가진 후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포함해 의제 제한 없이 논의할 것을 요구한다”며 “보건복지부가 18일까지 요구한 의사 수급 추계위원회(추계위) 위원 추천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여당과 정부의 연이은 유화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현 상태에선 대화의 장에 나서기 힘들다는 방침을 확인한 것이다. 의협과 대한의학회,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전국의대교수협의회,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연석회의 후 “정부는 2025년도 의대 증원 철회가 불가능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지만 입시가 완전히 종료되기 전까지 정부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의료 붕괴와 교육 파탄을 막으려면 2025년도 의대 정원을 포함해 의제 제한 없는 논의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의협 등 의사단체 관계자를 연이어 만나고,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에게 처음 사과하는 등 여당과 정부는 의사단체를 여야의정 협의체 및 추계위에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 왔다. 하지만 협의체 참석 및 추계위 위원 추천을 요청받은 5개 단체가 이날 ‘2025학년도 정원 재논의’ 방침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의정 갈등은 당분간 경색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조 장관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전공의에게 사과하면서도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이미 대학 입시 절차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논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 의사단체에선 추계위의 신뢰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일 성명을 내고 “정부 안에 따르면 추계센터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산하에 설치되고 최종 의사결정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이뤄진다”며 “보정심은 2000명 의대 증원 논의와 결정이 이뤄진 바로 그 위원회”라고 밝혔다. 또 “추계와 최종 결정 모두가 정부 기관에서 이뤄지는 구조가 객관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단체 5곳은 2일 연석회의를 가진 후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포함해 의제 제한 없이 논의할 것을 요구한다”며 “보건복지부가 18일까지 요구한 의사 수급 추계 위원회(추계위) 위원 추천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여당과 정부의 연이은 유화 제스처에도 불구하고 현 상태에서 여야의정 협의체 및 추계위 참여는 어렵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의협과 대한의학회, 한국의대·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이날 연석회의 후 “정부는 2025년도 의대 증원 철회가 불가능한 것처럼 호도하고 있지만 입시가 완전히 종료되기 전까지는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의료붕괴와 교육파탄을 막으려면 2025년도 의대정원을 포함해 의제 제한 없는 논의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최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의협 등 의사단체 인사를 연이어 만나고,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를 생각하면 매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며 전공의에게 처음 사과하는 등 여당과 정부는 의사단체를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하지만 협의체 참석과 추계위 위원 추천을 요청받은 5개 단체가 이날 ‘2025학년도 정원 재논의’라는 방침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조 장관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전공의에게 사과하면서도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은 이미 대학입시 절차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논의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의사단체에선 추계위의 신뢰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2일 성명을 내고 “정부 안에 따르면 추계센터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산하에 설치되고 최종 의사결정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이뤄진다”며 “보정심은 2000명 의대 증원 논의와 결정이 이뤄진 바로 그 위원회”라고 지적했다. 또 “추계와 최종 결정 모두가 정부 기관에서 이뤄지는 구조가 객관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사진)은 30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에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를 생각하면 매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며 전공의들에게 사과했다. 올 2월 전공의 병원 이탈 후 정부 인사가 공개석상에서 사과한 건 처음이다. 조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료 현장의 어려움이 7개월 이상 이어지고 있다. 환자의 의료 이용에 많은 불편을 끼치고 있어 보건의료정책 책임자인 복지부 장관으로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 개혁 추진 과정에서 필수 의료에 헌신하기로 한 꿈을 잠시 접고 미래 진로를 고민하고 있을 전공의 여러분을 생각하면 매우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당초 이날 브리핑은 정경실 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이 맡을 예정이었으나 당일에 조 장관이 직접 하는 것으로 바뀌어 공지됐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부가 ‘미안하다’는 표현을 한 것은 처음”이라며 “장관이 이 말을 하기 위해 브리퍼(브리핑을 하는 사람)로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 조 장관의 이날 사과는 용산 대통령실과도 조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복지부 측은 “의대 증원 정책에 대한 사과는 아니다”라면서 확대해석에는 선을 그었다. 조 장관의 사과는 의사단체가 여야의정 협의체 및 의사 수급 추계위원회(추계위) 참여 조건 중 하나로 ‘정부의 사과’를 요구한 것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고개를 숙이더라도 의사들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최안나 대변인은 “조 장관의 발언은 긍정적인 변화”라면서도 “자문기구가 아닌 의사결정기구에 의사 과반이 참여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추계위 추천은 안 하겠다고 밝혔다.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대통령실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에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를 신설한다. 향후 의사 인력 규모를 결정하기 위한 의대 증원 과정에 의료계 입장과 요구를 폭넓게 반영할 수 있도록 상설 전문가 기구를 두겠다는 취지다. 다만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아무 근거 없이 추진 중인 내년도 증원을 멈추는 것이 먼저”라며 현재 상황에선 이 기구에도 참여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핵심은 의사 단체가 자신들의 의견을 잘 반영해 줄 전문가들을 과반으로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과반 추천권은 의사 단체들이 논의하는 장에 나와 달라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는 분과별로 전문가 10∼15명 규모로 구성되며, 의사 분과는 전문가 추천권의 과반수를 의사 단체에 줄 예정이다. 향후 필요 의료인력은 의대 졸업생 수와 우리나라 인구 구조, 건강보험 자료 등을 토대로 추산한 뒤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가 필요한 의료인력 규모를 최종 결정한다. 정부는 설치 및 운용 세부안을 확정해 30일 발표할 계획이다.대통령실은 앞서 국회에서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와 이 추계기구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고위 관계자는 “(추계기구는) 여야의정 협의체가 나오기 전 정부가 발표했던 것”이라고 했다. 추후 여야의정 협의체가 가동되고 2026학년도 이후 합리적인 의대 증원 안이 도출되면 추계기구를 보조기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대통령실은 보고 있다. 의사단체는 ‘내년도 증원부터 중단해야 의사 수 수급 추계기구 참여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의협 최안나 대변인은 “현재 의료 시스템이 모두 무너진 다음 과학적 추계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수급 추계기구 신설은) 역으로 얘기하면, 현재 정부의 의대 증원안이 시스템과 관계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대통령실 “의사 수, 신설 기구서 검증”… 野 “주먹구구 증원 자인”[의료공백 장기화]정부 “의사 수 수급추계 기구 신설”… 대통령실 “의사단체에 과반 추천권”의협 “증원 중단 먼저” 참여 거부민주당 “시스템 법제화 발의할 것”정부는 조만간 의사단체가 과반수를 추천하는 의사 수 수급추계 기구를 만들어 의사들을 대화로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멈추는 게 먼저”라며 추천을 거부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의대 증원안이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며 ‘의사 수 수급추계 기구 법제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의사단체 추천으로 과반 채우기로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는 지난달 말 발표한 의료개혁 1차 실행 방안에 의료인력 수급추계전문위원회(전문위) 중 의사 인력 분과위원회 과반을 의사단체 추천으로 채우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6월 중간발표에서 “의견 수렴을 위해 의사 인력 자문위원회 과반을 의사단체 대표로 포함시키겠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적정 의사 수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자리에도 의사단체 몫 과반을 약속한 것이다.대통령실은 이를 통해 의사단체를 대화로 끌어들이고 의사들도 납득할 만한 의대 증원 규모를 도출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문위는 연내에 만들어진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초 의대 증원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3∼5년 후 추계기구를 설치하려 했지만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의사단체의 반발로 출범 시기를 앞당긴 것”이라고 설명했다.전문위는 의사 간호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 분과별로 구성되며 각 분과위에 전문가 10∼15명이 참여한다. 전문위는 분과별로 변수와 산정 방식을 정한 뒤 보건사회연구원 내 의료인력수급추계센터에 의뢰해 향후 필요한 의료인력 수를 산정하게 된다.● 의협 “내년도 의대 증원 중단이 먼저”적정 의사 수 도출을 위한 과학적 추계 기구 설치는 그동안 의사단체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사안이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병원 이탈 직후 발표한 ‘7대 요구안’ 중 하나로 ‘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 기구 설치’를 내걸었다.하지만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의대 증원 절차를 중단한 후 시간을 갖고 논의하자는 것이어서, 내년도 의대 증원은 예정대로 하고 적정 의사 수를 논의하자는 대통령실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현재 의료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은 상태에서 과학적 추계가 가능한 것”이라며 “전문가 추천은 할 수 있지만 내년도 의대 증원을 중단하고 교육 가능한 상황으로 되돌리는 것이 먼저”라고 밝혔다.의사들 사이에선 ‘자칫 들러리만 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의사단체가 과반을 추천한다고 해도 대한병원협회 등 사용자 단체가 추천권을 가질 경우 증원에 찬성 입장인 전문가 다수가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전문위 논의 후 최종 결정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이고 정부와 시민단체 등이 과반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내려진다는 점도 문제라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부 의대 증원 주먹구구 자인”민주당은 대통령실의 제안에 대해 “의대 정원 적정 규모 산정을 위한 시스템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실이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건 지금 만들어진 의대 증원안이 시스템과 체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은 조만간 의사 수 추계기구 법제화를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안 등을 발의할 예정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대통령실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에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를 신설한다. 향후 의사 인력 규모를 결정하기 위한 의대 증원 과정에 의료계 입장과 요구를 폭넓게 반영할 수 있도록 상설 전문가 기구를 두겠다는 취지다. 다만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아무 근거 없이 추진 중인 내년도 증원을 멈추는 것이 먼저”라며 현재 상황에선 이 기구에도 참여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9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핵심은 의사 단체가 자신들의 의견을 잘 반영해줄 전문가들을 과반으로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과반 추천권은 의사 단체들이 논의하는 장에 나와 달라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는 전문가 10∼15명 규모로 구성되며, 전문가 추천권의 과반수를 의사 단체에 줄 예정이다. 향후 필요 의료인력은 의대 졸업생 수와 우리나라 인구 구조, 건강보험 자료 등을 토대로 추산한 뒤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가 필요한 의료인력 규모를 최종 결정한다. 대통령실은 설치 및 운용 세부안을 확정해 30일 발표할 계획이다.대통령실은 앞서 국회에서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와 이 추계기구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고위 관계자는 “(추계기구는) 여야의정 협의체가 나오기 전인 7월에 보건복지부가 발표했던 것”이라고 했다. 추후 여야의정 협의체가 가동되고 2026학년도 이후 합리적인 의대 증원 안이 도출되면 추계기구를 보조기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대통령실은 보고 있다.의사단체는 ‘내년도 증원부터 중단해야 의사 수 수급 추계기구 참여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의협 최안나 대변인은 “현재 의료 시스템이 모두 무너진 다음 과학적 추계를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지적했다.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수급 추계기구 신설은) 역으로 얘기하면, 현재 정부의 의대 증원안이 시스템과 관계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대통령실 “의료계 입장 반영 노력”… 野 “주먹구구 증원안 자인”정부는 조만간 의사단체가 과반수를 추천하는 의사 수 수급추계 기구를 만들어 의사들을 대화로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멈추는 게 먼저”라며 추천을 거부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의대증원안이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며 ‘의사 수 수급추계 기구 법제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의사단체 추천으로 과반 채우기로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개특위)는 지난달 말 발표한 의료개혁 1차 실행 방안에 의료인력 수급추계전문위원회(전문위) 중 의사 인력 분과위원회 과반을 의사단체 추천으로 채우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6월 중간발표에서 “의견수렴을 위해 의사 인력 자문위원회 과반을 의사단체 대표로 포함시키겠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적정 의사 수를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자리에도 의사단체 몫 과반을 약속한 것이다.대통령실은 이를 통해 의사단체를 대화로 끌어들이고 의사들도 납득할만한 의대 증원 규모를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전문위는 연내에 만들어진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초 의대 증원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3~5년 후 추계기구를 설치하려 했지만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의사단체 반발로 출범 시기를 앞당긴 것”이라고 설명했다.전문위는 의사·간호사·치과의사·한의사 등 분과별로 구성되며 각 분과위에 전문가 10~15명이 참여한다. 전문위는 분과별로 변수와 산정 방식을 정한 뒤 보건사회연구원 내 의료인력수급추계센터에 의뢰해 향후 필요한 의료인력 수를 산정하게 된다.●의협 “내년도 의대 증원 중단이 먼저”적정 의사 수 도출을 위한 과학적 추계 기구 설치는 그 동안 의사단체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사안이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병원 이탈 직후 발표한 ‘7대 요구안’ 중 하나로 ‘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 기구 설치’를 내걸었다.하지만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의대 증원 절차를 중단한 후 시간을 갖고 논의하자는 것이어서, 내년도 의대 증원은 예정대로 하고 적정 의사 수를 논의하자는 대통령실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최안나 의협 대변인은 “현재 의료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은 상태에서 과학적 추계가 가능한 것”이라며 “전문가 추천은 할 수 있지만 내년도 의대 증원을 중단하고 교육 가능한 상황으로 되돌리는 것이 먼저”라고 밝혔다.의사들 사이에선 ‘자칫 들러리만 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의사단체가 과반을 추천한다고 해도 대한병원협회 등 사용자 단체가 추천권을 가질 경우 증원에 찬성 입장인 전문가 다수가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전문위 논의 후 최종 결정은 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이고 정부와 시민단체 등이 과반인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에서 내려진다는 점도 문제라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부 의대증원 주먹구구 자인”민주당은 대통령실의 제안에 대해 “의대 정원 적정 규모 산정을 위한 시스템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대통령실이 의료인력 수급 추계기구를 신설하겠다고 밝힌 건 지금 만들어진 의대증원안이 시스템과 체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은 조만간 의사 수 추계기구 법제화를 위한 고등교육법 개정안 등을 발의할 예정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
정부가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 인상으로 매년 2조3000억 원, 인센티브(성과 보상)로 매년 1조 원 등 연간 3조3000억 원을 투입해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와 ‘중증환자’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비율을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고 진료지원(PA) 간호사는 늘릴 방침이다. 26일 정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시범사업’을 보고받았다. 이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의료개혁 1차 실행방안’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다. 정부는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상급종합병원에 중증환자 비율을 2027년까지 70%로 높이거나 현재 대비 50% 이상 높이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비율은 평균 50%가량이다. 전공의 비율은 현재의 절반 수준인 20% 이하로 낮추게 했다. PA 간호사는 시범사업 참여 기관이 자체 목표를 세워 확대하게 된다. 시범사업에 참여할 경우 일반 병상과 중등증(경증과 중증 사이) 진료를 줄이면서 발생하는 손실은 수가 인상과 인센티브로 메워 줄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병상 축소로 연 3조3000억 원가량의 건보 재정을 아낄 수 있게 되는 만큼 이를 입원·수술 수가 가산 등에 투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중증수술 800여 개의 수가를 인상하고, 4인실 이하 병실에 입원 수가를 가산해 주기로 했다. 의료계에선 상급종합병원을 중증 위주로 개편하는 방향성에는 동의하면서도 병원을 떠난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으면 시범사업이 성과를 내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많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교수는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으면 수년 동안 계속 전문의 배출에 차질이 생기는데 어떻게 전문의 중심 병원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상급종합병원 개혁과 동시에 비필수과 쏠림 현상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의료 개혁의 목적인 필수·지방 의료 살리기에는 도움이 안 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상급종합병원을 나온 전공의들이 대거 피부과 등으로만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일반의가 새로 개설한 의원 129곳 중 104곳(80.6%)은 피부과를 진료과목으로 신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은 여러 진료과목을 신고할 수 있는데 소아청소년과를 진료과목으로 신고한 의원은 22곳(17.1%)에 그쳤으며 산부인과는 6곳(4.7%)에 불과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올 7월에 태어난 아기 수가 1년 전보다 8% 가까이 늘어나며 같은 달 기준으로 17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출산의 선행지표로 꼽히는 결혼 건수도 사상 최대 증가율을 보였다. 결혼과 출산을 하겠다는 젊은층도 늘어난 것으로 조사되면서 출산율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인구 자체가 늘어난 데 따른 ‘착시’라는 해석도 나온다.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동향’에 따르면 7월 출생아 수는 2만601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7.9%(1516명) 늘어난 규모로, 2007년 7월(12.4%)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7월 결혼 건수도 1만8811건으로 전년보다 32.9% 증가했다. 이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에 따르면 저고위가 올 3, 9월 성인 미혼남녀를 조사한 결과 ‘결혼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3월 61%에서 9월 65.4%로 4.4%포인트 증가했다. ‘출산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자녀가 없는 남녀 중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같은 기간 32.6%에서 37.7%로 5.1%포인트 늘었다.결혼도 작년보다 33% 늘어 1만9000건7월 출생아 8% 깜짝 반등지자체 결혼 장려 정책 등 영향“저출산 흐름 달라진건 아냐” 지적올 7월 출생아 수와 결혼 건수가 동반 반등한 건 코로나19 확산으로 쪼그라들었던 기저 효과에다 정책 효과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신고일 수도 1년 전보다 2일 많아 출생아 수와 결혼 건수 모두 늘었다”며 “최근 결혼이 증가하는 데는 지방자치단체의 결혼 장려 정책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에 사는 이충재 씨는 올해 1월 결혼 3년여 만에 아이를 출산했다. 이 씨는 “육아수당과 산후조리 지원뿐만 아니라 먹거리 할인 혜택, 장난감 대여 등 지자체 지원에 만족하고 있다”며 “둘째 아이도 낳을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7월에 태어난 아기 수가 올 1월에 이어 다시 한 번 2만 명을 넘어서면서 연간 단위로도 올해 출생아 수가 전년 대비 플러스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올해 출생아 수가 전년보다 증가하면 2015년 이후 9년 만의 증가세 전환이다. 다만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태어난 아기 수는 13만7912명으로 아직까진 전년보다 1.2% 적다. 저출산 흐름 자체가 달라진 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은 “최근 출생아 수가 늘어나는 건 1990년대 초반에 많이 태어났던 아이들이 결혼 적령기에 접어들며 부모가 될 수 있는 인구 자체가 늘어난 면이 크다”며 “앞으로 출산율은 낮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1980년대 후반 연간 60만 명 초반대까지 떨어졌던 출생아 수는 1991년부터 1995년까지 70만 명대로 반짝 증가한 바 있다. 조 센터장은 “신혼부부 특별공급과 같은 즉각적인 효과만을 바라는 대증요법보단 수도권으로 몰린 인구 배분 등 다음 세대를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세종=이호 기자 number2@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임신 중이거나 육아를 하는 직장인들이 재택근무와 시차출퇴근제 등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된다. 임신 기간부터 자녀가 만 12세가 될 때까지 일정 기간 유연근무를 통해 회사와 가정에 모두 충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배우자 출산휴가는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된다.● 임신·육아기 유연근무 법제화윤석열 대통령은 25일 ‘4차 인구비상대책회의 겸 일·가정 양립 우수기업 성과공유회’를 주재하고 저출산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임신·육아기 근로자가 재택근무, 시차출퇴근제 등 유연근무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유연근무제는 그동안 노사 합의에 따라 회사별로 도입되는 경우가 많았고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는 아니었다.통계청에 따르면 유연근무제를 희망하는 근로자 비율은 지난해 47%에 달했지만 실제로 활용하는 비율은 15.6%에 불과했다. 그나마 활용하는 곳 중 상당수가 공공기관 또는 대기업이었고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활용하는 비율은 미미했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생기면 근로자가 당연한 권리로 주장할 수 있게 되고, 자녀가 몇 살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기준도 생기게 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관계자는 “법적 근거를 만드는 대신 중소기업 부담 등을 고려해 강제하기보다는 자율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임신·육아기 유연근무는 임신 기간부터 자녀가 만 12세 이하일 때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되 3년이나 5년 등으로 일정 기간 쓸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세부 방안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일·생활 균형위원회 논의를 거쳐 확정된다.● “일·가정 양립 우수기업 세무조사 면제”현행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배우자 출산휴가는 근로자가 청구하고 사업주가 휴가를 주는 방식이라 사업주의 ‘허용’이 필요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저고위는 이에 법령 개정을 통해 배우자 출산휴가의 경우 신청만 하면 쓸 수 있게 하기로 했다.정부는 또 단축근무나 반차 등으로 하루 4시간만 근무할 경우 별도의 휴게시간 없이 바로 퇴근할 수 있게 하기로 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4시간 근무할 경우 의무적으로 30분을 쉬어야 하는데, 그렇다 보니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반차를 사용하는 경우 휴게시간을 포함해 낮 12시 반까지 회사에 있어야 했다. 저고위는 법을 고쳐 앞으로는 휴게시간 없이 낮 12시에 바로 귀가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또 국공립 직장어린이집을 지역 주민에게 개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윤 대통령은 이날 “일·가정 양립에 앞장서는 중소기업에 대해선 세제 혜택을 검토하고 국세청 조사유예 같은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여성가족부의 ‘가족친화인증’이나 고용노동부의 ‘일·생활균형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중소기업에 대해 국세청 정기 세무조사를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저고위 관계자는 “국세청과 협의가 완료돼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갈 것”이라며 “가족친화인증 중소기업 4100여 곳과 일·생활균형 우수기업 60여 곳이 대상”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이들 기업의 지방세 세무조사를 유예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임신 중이거나 육아를 하는 직장인들이 재택근무와 시차출퇴근제 등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된다. 임신 기간부터 자녀가 만 12세가 될 때까지 일정 기간 유연근무를 통해 회사와 가정에 모두 충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배우자 출산휴가는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전환된다.● 임신·육아기 유연근무 법제화윤석열 대통령은 25일 ‘4차 인구비상대책회의 겸 일·가정 양립 우수기업 성과공유회’를 주재하고 저출산 대책을 논의했다.이 자리에서 정부는 임신·육아기 근로자가 재택근무, 시차출퇴근제 등 유연근무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유연근무제는 그 동안 노사 합의에 따라 회사별로 도입되는 경우가 많았고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는 아니었다.통계청에 따르면 유연근무제를 희망하는 근로자 비율은 지난해 47%에 달했지만 실제로 활용하는 비율은 15.6%에 불과했다. 그나마 활용하는 곳 중 상당수가 공공기관 또는 대기업이었고 인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활용하는 비율은 미미했다. 하지만 법적 근거가 생기면 근로자가 당연한 권리로 주장할 수 있게 되고, 자녀가 몇 살까지 사용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기준도 생기게 된다. 저고위 관계자는 “법적 근거를 만드는 대신 중소기업 부담 등을 고려해 강제보다는 자율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임신·육아기 유연근무는 임신 기간부터 자녀가 만 12세 이하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되 3년이나 5년 등으로 일정 기간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세부 방안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일·생활 균형위원회 논의를 거쳐 확정된다.● “일·가정 양립 우수기업 세무조사 면제”현행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배우자 출산휴가는 근로자가 청구하고 사업주가 휴가를 주는 방식이라 사업주의 ‘허용’이 필요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저고위는 이에 법령 개정을 통해 배우자 출산휴가의 경우 신청만 하면 쓸 수 있게 하기로 했다.정부는 또 단축근무나 반차 등으로 하루 4시간만 근무할 경우 별도의 휴게시간 없이 바로 퇴근할 수 있게 하기로 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4시간 근무할 경우 의무적으로 30분을 쉬어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반차를 사용하는 경우 휴게시간을 포함해 낮 12시 반까지 회사에 있어야 했다. 저고위는 법을 고쳐 앞으로는 휴게시간 없이 낮 12시에 바로 귀가할 수 있게 만들기로 했다. 또 국공립 직장어린이집을 지역 주민에게 개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윤 대통령은 이날 “일·가정 양립에 앞장서는 중소기업에 대해선 세제 혜택을 검토하고 국세청 조사유예 같은 방안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여성가족부의 ‘가족친화인증’이나 고용노동부의 ‘일·생활균형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중소기업에 대해 국세청 정기 세무조사를 유예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저고위 관계자는 “국세청과 협의가 완료돼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갈 것”이라며 “가족친화인증 중소기업 4100여 곳과 일·생활균형 우수기업 60여 곳이 대상”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이들 기업의 지방세 세무조사를 유예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지방 필수과 교수가 “위암 전문의, 대장·항문 전문의 신규 배출이 감소하고 있다. 이러다 암 수술을 받기 어려워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24일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따르면 박승배 강원대병원 외과 교수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한해 40명 이상 배출되던 위암 전문의가 한 해 10명도 배출되지 않고, 대장·항문 신규 전문의도 2022년 45명에서 올해 21명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다가는 암 수술을 받기 어려워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든다”고 했다. 그는 “어느 순간 외과를 하겠다는 지원자가 점점 줄어들었고 지원자 중에서는 부모님이나 배우자의 반대로 지원을 철회했던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박 교수는 또 7개월 간 계속돼 온 의료대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와 함께 의료 사고 시 의료진의 법적 책임에 대한 개선책, 저수가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병백한 의료진의 잘못으로 환자가 안 좋아졌다면 그에 따른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하지만, 특별한 잘못은 없지만 도의적으로 배상하라는 등의 판결은 후배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기피하게 만들 뿐”이라고 주장했다.박 교수는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파업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구속 영장이 발부돼 62일 간 수배 생활을 한 바 있다. 그는 후배 전공의들에게는 “전공의, 학생이 없어 사고가 났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게 교수들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돌아가는 상황을 지도부나 타인에게 맡겨두고 끝에 가 대세에 따른다는 자세보다 본인의 결정은 본인이 책임진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