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2025.10.23.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법제처가 지난달 “최민희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내정자(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결격사유가 없었다”는 답변을 국회에 전달하는 과정에서 내부 심의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법제처는 유권해석을 내놓기에 앞서 내부에 설치된 법령해석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대통령령으로 정해져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종결된 사안에 대해 이례적으로 유권해석을 내리면서 법령으로 정해진 절차도 지키지 않은 것”이라며 “특혜 월권해석”이라고 지적했다.
24일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법제처는 지난달 최 의원의 결격사유와 관련한 국회 질의에 대해 “방통위에서 법령해석 사유가 소멸했다는 공문을 보내오면서 법령해석 진행이 종결된 사안”이라며 “방통위법과 시행령의 결격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법제처는 “방통위 업무의 독립성, 방통위 위원의 임명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신속하게 법령해석이 이뤄졌어야 하는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여당 의원의 질의에 법제처가 서면 답변하는 형식으로 최 위원의 결격사유 여부에 대한 해석을 내놓은 것이다.
법제처는 이 답변을 내놓는 과정에서 법령해석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법제처는 지난해 12월부터 답변을 국회에 제출하기 직전인 올 8월까지 매달 심의위원회를 열고 안건을 심의했는데, 여기에 최 위원 안건은 포함되지 않았던 것. 대통령령인 법제업무 운영규정은 ‘중앙행정기관장이 지방자치단체장이나 민원인으로부터 법률판단이 필요한 질의를 받는 등 법령해석 의문이 있는 경우 법무부나 법제처에 해석을 요청해야 한다’며 ‘법제처는 법령해석을 할 때는 법령해석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법제처가 법령해석 요청 주체가 아닌 국회의원 질의에 이례적으로 유권해석을 내놓으면서 법으로 정해진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 야당의 지적이다.
법제처는 과거 종결됐던 다른 사안에 대해선 “중앙행정기관이 철회한 안건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건 불필요하다”고 국회에 회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신 의원이 “장관 궐위 상태에서 직무대행 차관이 국무회의에 출석하면 국무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될 수 있는가”를 질의했는데 법제처는 “중앙행정기관(행정안전부)이 철회한 안건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건 불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신 의원은 “법제처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변호인이자 연수원 동기”라며 “절차도 무시하고 특혜까지 제공하며 법령해석을 내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 추천으로 방통위 상임위원에 내정됐던 최 의원은 민간협회인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을 지낸 이력이 있어 방통위 상임위원직과의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졌다. 최 의원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안을 재가하지 않아 7개월가량 임명이 미뤄졌고 결국 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뒀던 2023년 11월 자진사퇴했다. 방통위는 최 의원의 이력이 결격사유에 해당하는지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요구했지만 법제처의 결론은 최 의원이 사퇴할 때까지 나오지 않았다. 이후 방통위는 법제처에 “(자진사퇴로) 법령해석 사유가 소멸했다”는 공문을 발송했고, 유권해석 절차도 종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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