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신문고에 글 올린 교직원 협박한 교사와 교육청 직원 상해 혐의로 기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2일 21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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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0대 교직원이 국민신문고에 글을 올린 뒤 신상정보가 유출돼 협박을 당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교사와 교육청 직원 등 2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협박을 한 교사에게는 교직원이 우울증을 앓은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례적으로 상해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광주지검은 2일 교직원 A 씨를 협박을 해 상처를 입힌 혐의(상해) 등으로 전남 모 고교 전 교감 B 씨(61)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개인정보를 허술하게 다뤄 유출한 혐의(부패방지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로 전남도교육청 직원 C 씨(42)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공익제보자 정보를 제대로 지켜주지 못한 공무원에게 부패방지법을 적용해 기소한 것은 드문 사례로 분석되고 있다.

B 씨는 지난해 3월 승진에 탈락하자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을 제기했다. 그는 전남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소청 답변서를 통해 ‘A 씨(당시 29세·여)가 국민신문고에 자신의 행동을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는 관련 정보를 알게 됐다. A 씨의 개인정보는 ‘국민신문고 누리집→전남도교육청→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거쳐 다뤄졌다.

B 씨는 이후 지난해 4월 7일부터 5월 18일까지 42일 동안 A 씨에게 ‘왜 이런 제보를 했느냐’ ‘배후에 누가 있느냐’ ‘고소하겠다’ 등의 내용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21차례 보냈다. 이에 A 씨는 제보자 신원이 공개된 것을 알고 고통스러워했다. 4차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고 우울증 치료를 받았다.

괴로워하던 A 씨는 지난해 12월 광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는 유서에 “보호를 받아야 할 사람(제보자)이 가해자가 됐다. 약자가 피해를 보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A 씨의 남편(42)은 “B 씨는 단 한 차례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아내의 억울한 죽음이 법정에서 밝혀져 엄정한 처벌이 이뤄지지 바란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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