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과서 한자 병기 논란/김경수]한자 교육 필요성 인정해야

  • 동아일보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 언어문화추진회 간사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 언어문화추진회 간사
1월 24일 교육대 교수 196명이 초등학교 한자교육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자가 어렵고, 사교육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2015년에도 비슷한 성명을 교육대 교수 명의로 발표한 바가 있다.

또 한글문화연대를 대표하는 분이 발표한 ‘한글, 성장의 발판에서 경제의 품격으로’라는 칼럼에서 ‘(세계) 어느 나라 글자보다 익히기 쉬운 한글이라는 축복 덕분에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간에 문맹률이 가장 낮은 나라가 되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한마디로 세계에서 가장 배우기 쉬운 글이 한글이라는 것이다. 한글이 독창적이고 과학적이며, 세계적으로 우수한 문자라고 할 수는 있어도 가장 익히기 쉽다는 말은 언뜻 수긍되지 않았다. 국어학자 남풍현 교수도 “전공자라 할지라도 우리말의 맞춤법에 맞는 문자 생활이 그리 쉽지 않다”고 지적하며 한글이 그리 쉽지 않음을 지적했다.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40여 년을 교직에 있었던 필자도 한 번도 한글이 익히기 쉽고, 배우기 쉽다고 강조한 적이 없다.

한글은 우선 띄어쓰기가 보통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흔히 쓰는 ‘아니할수없다’의 띄어쓰기조차 쉽지 않다. 이뿐만이 아닐 것이다. 표기도 그렇다. ‘며느리’인지 ‘며누리’인지, ‘짜장면’인지 ‘자장면’인지, ‘건넌방’인지 ‘건너방’인지 헷갈린다. 특히 외국의 인명이나 지명을 쓰는 데도 자신이 없다. 뉴욕인지 뉴우요오크인지, 도요토미 히데요시인지 토요토미 히대요시인지 난감할 때가 많다. 쉽다는 것은 단지 발음부호로서의 역할을 두고 한 말인 듯하다. 헤이룽장성도 그렇다. 해이롱인지 헤이룽인지 아리송하다. 이를 ‘黑龍江省’이라 쓰면 그런 염려는 없는데 말이다.

한글학자들은 한자어에 대한 고유어의 발굴, 외래어 범람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을 때가 되었다. 고유어가 제 기능을 하려면 한자의 도움이 필요함도 인정해야 한다. 기초한자도 초등교육에서 적극 수용해야 한다. 1500명이 넘을 듯한 교육대 교수 중에도 이에 찬동하는 분이 많을 것이다. 최소한으로 정한 한자 300자는 그리 어렵지 않다.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 언어문화추진회 간사
#한자교육 반대#한자#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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