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인하대병원 무성의-몰염치 ‘중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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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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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리아 2주넘게 진단 못해… 다른 병원선 반나절만에 확인
담당의사도 실수 인정한 수술… 원무과서 ‘보상비 노린 꼼수’ 몰아

인천을 대표하는 종합병원인 인하대병원이 환자의 고통을 외면한 진료로 환자와 가족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인천을 대표하는 종합병원인 인하대병원이 환자의 고통을 외면한 진료로 환자와 가족들로부터 원성을 사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인하대병원이 환자의 고통과 목소리를 외면해 ‘무성의한 진료’를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40도를 웃도는 고열과 오한,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지난해 9월 말 인하대병원을 찾은 고모 씨(41)는 병원 측의 무성의한 진료를 생각하면 지금도 분통이 터진다.

그는 당시 응급실에 도착해 의료진에게 자신의 증상을 얘기했다. 병원 측은 고 씨를 상대로 피 검사와 컴퓨터단층촬영(CT), 엑스레이 촬영을 했다. 의료진은 “별다른 이상이 없다”며 약 처방을 해준 뒤 고 씨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러나 고 씨의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침대가 심하게 흔들릴 정도의 오한과 밤낮으로 싸워야 했다. 그는 “목이 말라 물을 마시고 싶어도 혼자서는 컵을 잡지도 못할 정도로 몸이 떨렸다”며 “갑자기 고열이 날 때는 40도를 넘나들어 이러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견디다 못한 고 씨는 다시 인하대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의료진은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완성차 현장직 근로자인 고 씨는 보름 가까이 회사를 나가지 못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빨리 낫겠다는 마음으로 의료진에게 “2주째 약을 먹었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있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이라도 해 원인을 밝혀 달라”고 애원했다. 그러자 고 씨를 담당한 의료진은 “환자가 원한다면 MRI를 해 주겠다”고 했다.

고 씨는 결국 92만 원이 드는 MRI 촬영 비용을 신용카드로 지불하고 의료진에게 “몸이 너무 힘들어서 그러는데 입원 치료를 해 달라”고 요구하자, 담당 의료진은 “보험금 때문에 그러는 것이냐”고 물었다.

고 씨가 “의료비 부담이 있다”고 솔직히 대답하자 담당 의료진은 “별다른 증상이 없으면 입원이 어렵다”며 거부했다. 결국 고 씨는 신용카드로 낸 MRI 비용을 취소한 뒤 지친 몸을 이끌고 당일 인천의 다른 G 종합병원을 찾아야 했다.

고 씨는 G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위해 입원한 뒤 반나절 만에 법정전염병인 ‘말라리아’로 판명됐다. G 병원 의료진은 “위에 염증이 있었고 피 검사 수치에서도 이상해 정밀검사를 했는데 말라리아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고 씨 가족들은 “병원의 무성의한 진료로 자칫 소중한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황당하지만 의료진과 싸우기 싫어 항의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손가락 저림 증세로 1월 3일 인하대병원에 입원해 4일 수술을 받은 정모 씨(61·여)는 현재 오른손을 사용할 수 없어 생활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 씨는 오른손 가운뎃손가락 저림 현상으로 수술을 받은 뒤 손 전체 마비 증상이 일어나 7일에 재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정 씨의 손 마비 증상은 계속됐고 주부로서 밥을 하거나 세수도 못하는 상황이 돼 현재 남편과 함께 친언니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정 씨의 가족들은 “담당 의사는 양심적으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데 원무과가 나서서 보상비를 타내려는 환자로 내몰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어 “손가락 저림 현상을 치유하기 위해 수술을 받았는데 문제가 생겼으면 재활치료 등을 통해 완쾌를 시켜주는 것이 공공기관의 성격을 가진 대학병원의 기본자세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인하대병원 관계자는 “원무과 직원들과 면담해 사실 관계를 파악한 뒤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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