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가 ‘2025 올해의 단어’로 AI 양산 저질 콘텐츠 슬롭(Slop·음식물 찌꺼기)을 꼽았다. 수익성 탓에 범람하는 슬롭이 디지털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검증된 기성 언론의 가치를 재조명할 기회란 분석이다. 게티이미지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025년 ‘올해의 단어’로 ‘슬롭(Slop·음식물 찌꺼기)’을 선정했다. 이는 오늘날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진 저품질 콘텐츠가 온라인상에 범람하는 현상을 상징하는 용어다.
3일(현지 시간) 이코노미스트는 2025년을 의미하는 올해의 단어로 슬롭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매체는 “슬롭 상인(Slop merchants·싸구려 콘텐츠를 만들어 돈을 버는 사람)은 인터넷을 허접쓰레기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슬롭과 함께 후보에 오른 것은 ▲중국의 소모성 경쟁 문화를 뜻하는 ‘네이쥐안(Neijuan)’, ▲트럼프의 정책 번복을 비꼰 금융 용어 ‘타코(TACO)’, ▲아무 의미 없는 청소년 유행어 ‘67’ 등이 있었다. ● 진흙→찌꺼기→헛소리→‘AI 쓰레기’
슬롭은 15세기 문헌에서부터 등장한 단어로 시대에 따라 그 의미가 변해왔다. 처음에는 ‘진흙’이나 ‘진창’을 뜻하다가 시간이 지나며 ‘영양가 없는 묽은 음식(음식물 찌꺼기)’으로 바뀌었고, 현대에 와서는 ‘헛소리’나 ‘쓰레기’를 일컫는 말로 쓰였다.
하지만 생성형 AI가 등장해 소셜미디어(SNS)와 커뮤니티 등 온라인 환경을 어지럽히면서, 2025년의 슬롭은 “무분별하게 양산되는 저질 콘텐츠”를 의미하게 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두고 “겉보기에는 그럴듯한 콘텐츠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실상 씹어보면 아무런 맛도 영양가도 없는 ‘골판지’와 같다”고 묘사했다.
● 뉴스로 위장…“돈이 되기 때문”
김민석 국무총리는 최근 AI를 활용한 허위광고 영상이 늘고 있다며,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골자로 하는 ‘AI 생성물 표시제도’를 도입하겠다 밝혔다. 뉴시스슬롭은 흔히 ‘스팸(Spam)’과 비교된다. 하지만 스팸은 명백히 광고의 형태를 띄고 있는 반면, 슬롭은 도움이 되는 정보나 뉴스 등으로 위장한다는 점에서 더욱 교묘하다.
문제는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철저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여러 빅테크 플랫폼이 정보의 정확도보다 이용자의 참여도를, 품질보다 양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며 “AI는 이를 위한 완벽한 도구”라고 짚었다. 공을 들인 콘텐츠 하나보다 조회수를 노리고 AI로 대충 만든 ‘슬롭’ 열 개가 돈이 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이같은 현상이 도리어 언론·방송 등 기존 미디어의 신뢰도를 높여줄 수 있다고 짚었다. 이코노미스트는 “SNS가 슬롭으로 뒤덮이면, 플랫폼들이 콘텐츠 관리에 나서거나, 사용자들은 떠날 것이다”라며 “이 경우 기존 언론 조직에 대한 신뢰는 반등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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