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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일하지만 외롭긴 싫으니까[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6/06/18/134140720.1.jpg)
매일 아이들이 등교하면 나는 공동 작업실로 출근한다. 올해로 3년째, 정답게 모여 글 쓰는 ‘정글살롱’이라고 이름 붙인 작업실에서 8명의 여성 작가가 함께 일하고 있다. 흔히 ‘작가’를 떠올리면 어두운 밤, 홀로 책상 앞에 앉아 집필하는 모습을 상상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정반대의…
![꽃이름 외우듯이 서로의 이름을 불러본다면[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https://dimg.donga.com/a/296/167/95/4/wps/NEWS/IMAGE/2026/05/28/134013514.2.jpg)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이맘때면 어김없이 불어오는 기억이 있다. 아이들이 작은 나무만 했을 때, 내 허리춤에도 미처 키가 닿지 않았을 때. 그 시절 나는 두 아이와 집으로 돌아가는 초저녁을 좋아했다. 오후의 빛이 기울어 세상이 따뜻한 물에 잠긴 듯 너그러워질 즈음에 우리들은 나란히 …
![AI 시대에도 우리가 글을 쓰는 이유[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6/05/07/133882811.1.jpg)
고백하건대 내가 왜 계속 글을 써야 하는지 한동안 고민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은 경이롭다 못해 무서울 지경,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세상이 달라져 있었다. 불안하고 막막했다. 길을 잃은 것 같았다.내가 하는 일은 글쓰기였다. 글 쓰는 사람은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망망대해 …
![제철 행복을 만끽하며 지금을 사는 법[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6/04/16/133755126.4.jpg)
스물 후반의 나는,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다가 뒤늦게 방송작가로 전향했다. 살면서 한 번은 도전해 보고 싶어서 선택한 일. 내 선택에 온전한 책임을 지고 싶어서 웃음기 없이 일했다. 송출되기 직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방송일은 날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이었다. 매일매일 팽팽…
![주머니 속 알사탕 같은 고마운 말들[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6/03/26/133618254.2.jpg)
단골 떡집에 들렀다. 앳돼 보이는 여자 상인이 가게를 보고 있었다. 화장기 없는 말간 뺨에 홍조를 띤 얼굴이 같이 간 아이들을 보자 단박에 둥그레졌다. 싱글싱글 웃는 얼굴에 이끌려 슬그머니 말을 붙였다. 원래 남자 사장님이 계시지 않았느냐고, 그러자 상인이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저의 초심에는 당신이 있어요”[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6/03/05/133474141.2.jpg)
수리는 불행한 가정에서 불우한 유년을 보냈지만, 엄마의 온전한 사랑으로 무사히 자랐다. 훗날 작가가 되었을 때 평생 비밀로 숨겨두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썼다. 말할 수 없었던 지난한 상처와 말하고 싶었던 충만한 사랑을. 그 사랑을 가르쳐준 사람의 이야기를. 그로부터 얼마 후, 고…
![솔짝솔짝 울고야 만다[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6/02/12/133358543.1.jpg)
아이들이 아프다니까 바다 할머니가 미역국과 김장김치를 보냈다. 택배를 열어 보았을 때 압도적인 양에 말문이 막혔다. ‘세상에 엄마야, 허리도 아픈 양반이 이걸 어떻게 다 만들었담.’ 나는 낑낑거리며 자루를 풀어 김치통 두 개엔 미역국을, 김치통 하나엔 김장 김치를 담아 두었다. 최상급…
![겨울 동네, 눈 같은 낭만[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6/01/22/133212693.3.jpg)
오래된 동네에 살고 있다. 얽히고설킨 전깃줄마다 한낮에는 새들이, 한밤에는 노란 달이 온음표처럼 내걸리는 동네. 나이 든 주택가를 지키는 목련나무와 장미나무, 모과나무와 감나무가 계절마다 울긋불긋해지고 발그레한 홍시가 툭툭 떨어진 자리에 어느새 소복이 눈이 쌓였다. 동네에는 골목길에 …
![튼튼히 살아갈 마음을 먹어버리자[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6/01/01/133078265.1.jpg)
이걸 어떻게 먹는담. 흙도 채 털지 않은 손가락만 한 당근이었다. 토끼 귀처럼 기다랗게 늘어진 잎을 조심스레 잡아들었다. 작고 못생긴 당근 하나. 아이가 키운 것이었다. 처음 본 당근씨는 겨자씨보다도 작았다. 티끌 같은 씨앗을 화분에 옮겨 심자, 새싹이 돋아났다. 기어코 흙을 들고일어…
![마무리를 이끄는 세 가지 마음[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12/11/132951164.1.jpg)
첫 번째 북토크를 기억한다. 첫 책을 내고 처음 독자들을 만나는 자리였다. 당시엔 내가 가진 운을 전부 써버렸노라 생각했다. 작가 지망생으로 글을 쓰던 단골 카페에서 작가가 되어 북토크를 열게 되었으니까. 다만 무명작가의 북토크에 누가 찾아올지 걱정돼 잠을 설쳤다. 그래도 한 명이라도…
![산비탈을 오르는 힘[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11/20/132811965.1.jpg)
아이들 하원 차량을 기다리다가 현오를 마주쳤다. 아장아장 걸어 다니던 때부터 봐왔던 이웃사촌이다. 흰 띠를 동여매고 달려와 놀이터가 떠나가라 우렁찬 품새를 보여주던 꼬마는 어느덧 훌쩍 자라 열한 살이 되었다. 키가 커지고 목소리가 낮아진 현오는 사춘기에 들어선 건지 입을 다물고선 예전…
![순례자는 감사한다[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10/30/132671662.4.jpg)
“왜 그리 빨리 걸어요?” 함께 걷던 지인이 물었다. 순간, 내가 미간을 찌푸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하루를 돌아보았다. 수십 개의 알람에 치이며 분초를 쪼개 돌봄과 작업을 오가는 날들. 종종걸음을 걸으면서도 내심 초조하게 바랐다. 어떤 마찰이나 갈등 없이 순조롭고 효율적으로 모든 일이…
![단 하나의 좋은 기억[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10/09/132532198.1.jpg)
좋아하는 영상이 하나 있다. 한강 불꽃축제가 열리던 밤. 철교를 지나는 전동차에 기관사의 안내방송이 울려 퍼진다. “밝게 빛나는 불꽃처럼 어제보다 더 빛나는 내일이 되시길 바랍니다. 열차에서 보는 불꽃놀이가 올 한 해 뜻깊은 기억으로 남길 바라겠습니다.” 이윽고 전동차 안에 불이 꺼지…
![잠든 당신의 미간을 지그시 누르며[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9/18/132420066.1.jpg)
새벽에 엄마네 집에 도착했다. 짐을 푸는 사이 엄마와 아이들은 까무룩 잠들었다. 아이들 발을 붙잡고 발치에 웅크려 잠든 엄마. 새벽녘, 작은 집에 맴도는 훈기에는 손주들 먹이려 고아둔 미역국 냄새가 배어 있었다. 몸집은 어린애처럼 조그마한데, 주름은 할머니처럼 자글자글해진 엄마. 이불…
![슬픔은 어째서 이토록 가난하고 뜨거운가[고수리의 관계의 재발견]](https://dimg.donga.com/a/296/167/95/2/wps/NEWS/IMAGE/2025/08/08/132149118.1.jpg)
불볕더위로 푹푹 찌는 여름. 쨍쨍한 거리를 걸으면 온몸으로 뙤약볕을 받아내는 사람들이 눈에 밟힌다. 청소하는 미화원과 짐 옮기는 택배기사, 공사하는 인부들과 배달하는 라이더들. 그리고 우리 아버지가 떠올라서 뭉클. 해마다 날씨가 악독해지는 걸 실감한다. 나는 일기예보가 아주 징글징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