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인트

연재

관계의 재발견

기사 54

구독 34

날짜선택
  • “뜻밖의 집밥, 잘 먹었습니다”[관계의 재발견/고수리]

    “뜻밖의 집밥, 잘 먹었습니다”[관계의 재발견/고수리]

    한바탕 감기를 앓았다. 집밥이 그리운데 밥 지을 기운은 없고 그래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배달 앱에서 ‘할머니보리밥’을 찾았다. 보리밥과 청국장을 파는 나의 랜선 단골집. 여기 음식은 어릴 적 할머니가 지어준 밥처럼 정성스러운 손맛이 느껴졌다. 먹고 나면 속도 편안해서 할머니가 손바닥…

    • 2023-06-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당신에게서 배웠습니다[관계의 재발견/고수리]

    당신에게서 배웠습니다[관계의 재발견/고수리]

    어느 황제의 일기 첫 문장. ‘내 할아버지 베루스에게서는 선량하다는 것과 온유하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2000년 전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전쟁터에서 10년간 일기를 썼다. 그의 일기 ‘명상록’은 자신에게 영향을 준 사람들의 좋은 점을 이야기하며 시작한다. 황제가 …

    • 2023-05-12
    • 좋아요
    • 코멘트
  • 사람 꽃이 피었습니다[관계의 재발견/고수리]

    사람 꽃이 피었습니다[관계의 재발견/고수리]

    누군가의 뒷모습으로부터 봄을 알아챈다. 앙상했던 가지 끝에 피어난 꽃을 알아보는 사람은 하늘을 올려다본다. 길가 빈터에 꿋꿋하게 피어난 꽃을 알아보는 사람은 바닥을 내려다본다. 함부로 만지지도 꺾지도 않고 가만히 바라보다가 꽃 사진을 찍는 사람들. 작은 예쁨을 알아보는 사람들을 발견할…

    • 2023-04-21
    • 좋아요
    • 코멘트
  • 독 같은 사람 멀리하기[관계의 재발견/고수리]

    독 같은 사람 멀리하기[관계의 재발견/고수리]

    일부러 멀어진 사람이 있다. 만나면 내내 제 얘기만 하던 사람이었다. 다소 민감한 타인들 화제도 곧잘 꺼냈는데 거의 부정적인 험담에 가까웠다. 그 앞에서 내 얘기는 하지 않았다. 귀담아듣지도 않을 테지만 언제라도 내 얘길 소문낼 사람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자기중심적인 사람, 매사…

    • 2023-03-31
    • 좋아요
    • 코멘트
  • ‘볕뉘’와 ‘만끽’[관계의 재발견/고수리]

    ‘볕뉘’와 ‘만끽’[관계의 재발견/고수리]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을 지나자 거짓말처럼 날이 따뜻해졌다. 한낮, 동료와 국밥을 먹고 거리를 걸었다. 속도 따뜻했는데 볕도 참 따뜻했다. “해를 등지고 걷는 게 좋아요. 등이 따뜻해서 햇볕이 안아주는 것 같거든요.” 그의 말에 고갤 끄덕이며 햇볕에 몸을 내맡겼다. 크게 숨…

    • 2023-03-10
    • 좋아요
    • 코멘트
  •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기[관계의 재발견/고수리]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기[관계의 재발견/고수리]

    첫 회사는 강남 빌딩숲에 있었다. 회사원들로 붐비는 거리, 사원증을 목에 걸고 또각또각 걸어가는 소속감이 어찌나 뿌듯했는지 인천에서 강남까지 왕복 네 시간인 출퇴근길도 견딜 만했다. 하지만 늘 발이 아팠다. 지하상가에서 헐값에 사 신던 구두는 금세 굽이 닳거나 떨어지곤 했다. 지방에서…

    • 2023-02-17
    • 좋아요
    • 코멘트
  • 우리가 살던 고향은[관계의 재발견/고수리]

    우리가 살던 고향은[관계의 재발견/고수리]

    오래된 동네 미용실이 문을 닫았다. 사계절 돌아가던 사인볼(회전 간판)이 멈췄다. 굳게 내린 셔터가 겨울바람에 달카당 운다. 바닥에 빨래집게 하나 동그마니 남았다. 여기 미용실 할머니는 걸음이 불편했지만 안팎으로 바지런한 사람이었다. 덕분에 작은 뒷마당엔 계절마다 꽃이랑 열매들이 울긋…

    • 2023-01-27
    • 좋아요
    • 코멘트
  • 새해 복 짓기[관계의 재발견/고수리]

    새해 복 짓기[관계의 재발견/고수리]

    새해 첫날, 새 양말을 신었다. 평소와 달리 알록달록한 패턴 양말을 골라두었다. 새 양말 하나 신었을 뿐인데 폴짝폴짝 걸음이 가벼워 자꾸만 걷고 싶었다. 365일이 오늘처럼 폴짝폴짝 즐거울 것 같아서 시작하는 마음이 알록달록 물들었다. 작은 의식 하나에 흡족해진 이런 마음이야말로 내가…

    • 2023-01-06
    • 좋아요
    • 코멘트
  • 두 번은 없다[관계의 재발견/고수리]

    두 번은 없다[관계의 재발견/고수리]

    ‘5년 일기장’을 쓴다. 일기장에는 1년 전, 2년 전 오늘이 한 페이지에 빼곡히 기록되어 있다. 이를테면 12월 13일의 일기. 2020년에는 첫눈을 보았다. 2022년에는 함박눈을 맞았다. 2021년에는 우연히 발견한 문장을 눈에 담아 와 옮겨 두었다. ‘노인 하나의 죽음은 도서관…

    • 2022-12-16
    • 좋아요
    • 코멘트
  • 백일 떡을 나눠 먹으며[관계의 재발견/고수리]

    백일 떡을 나눠 먹으며[관계의 재발견/고수리]

    이웃집 아린이네 백일 떡을 받았다. “시간 참 빨라. 남의 집 애들 크는 거 보면 세월이 실감 난다니까.” 아기 속싸개 열어보듯 포장을 풀었다. 갓 쪄낸 백설기. 보드랍고 뽀얀 것이 꼭 아기 얼굴 같았다. 백일을 살아본 아기는 토실토실 살이 올랐겠지. 쫑긋 배냇짓하다가 방끗 웃기도 할…

    • 2022-11-25
    • 좋아요
    • 코멘트
  • 사랑을 미루지 말자[관계의 재발견/고수리]

    사랑을 미루지 말자[관계의 재발견/고수리]

    ‘잘 다녀왔냐고 인사하던 아버지를 기억한다.’ 글쓰기 수업에서 어느 학인이 쓴 기억을 읽었다. 오래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기억이었다. 지병으로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던 아버지가 하루는 집에 돌아온 딸에게 인사를 건넸다. “잘 다녀왔냐.” 무뚝뚝하지만 옅은 미소를 띠며 맞아주던 아버지.…

    • 2022-11-04
    • 좋아요
    • 코멘트
  • 가을처럼 웃어보기를[관계의 재발견/고수리]

    가을처럼 웃어보기를[관계의 재발견/고수리]

    10여 년 전 출근길이었다. 계단을 내려오다가 마주친 아랫집 아이가 나를 엄마로 착각해 “엄마!”라고 불렀다. 다섯 살쯤 되었을까. 어린 떡갈나무만 한 작고 둥그런 아이가 앙글앙글 웃으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태어나 누굴 미워한 적일랑 한 번도 없었을 것 같은 눈망울이 초롱초롱했다. 내…

    • 2022-10-14
    • 좋아요
    • 코멘트
  • 마음의 운율[관계의 재발견/고수리]

    마음의 운율[관계의 재발견/고수리]

    바다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는 바다가 너른 품이다. 마음이 소란할 때는 내가 자란 바다에 다녀왔다. 신발을 벗고 모래를 보독보독 밟고서 바다 가까이 다가갔다.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갔다. 파도는 때때로 발에 닿았다. 바닷물이 차게 스며들고 소소소 모래가 빠져나갔다. 발아래 내 자리만큼만 …

    • 2022-09-23
    • 좋아요
    • 코멘트
  • 우리가 우연히 만난다면[관계의 재발견/고수리]

    우리가 우연히 만난다면[관계의 재발견/고수리]

    올해 가기 전에 한번 봐야지 생각했던 사람을 거리에서 마주쳤다. 같은 동네에 사는 사람도 아니었고, 마지막 만남도 꽤 오래전이었기에, 단번에 그 사람을 알아보았을 땐 나조차도 놀랐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어도 특유의 눈빛과 분위기로 알아챌 수 있었다. 그 사람이다. 봐야지 생각했던 사…

    • 2022-09-02
    • 좋아요
    • 코멘트
  • 좋은 하루 보내세요[관계의 재발견/고수리]

    좋은 하루 보내세요[관계의 재발견/고수리]

    ‘서로 존댓말을 하면 기분 좋은 하루가 시작됩니다.’ 이른 아침 집 앞 편의점에 들렀다가 주인이 붙여둔 손글씨를 읽었다. 머리 희끗한 편의점 주인은 평소 아이들에게도 존댓말을 사용하는 사람. 편의점을 나서는 손님에겐 어김없이 소리 내어 인사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출근 준비를 …

    • 2022-08-12
    • 좋아요
    • 코멘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