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여름, 미용실 뒷마당에 고양이 네 마리가 태어났다. 할머니가 밥그릇 두고 돌봐주던 길고양이 새끼들이었다. 이웃들 도움으로 좋은 데로 입양 간댔는데 마침 떠나기 전날이었다. 아이들과 나, 강아지풀 흔들며 놀아주다가 얼결에 할머니를 도와 고양이 밥을 먹였다. “잘 붙잡고 있어라.” 우리 넷 머리를 맞대고 고양이를 조심히 감싸 안았다. 티스푼으로 미음 떠먹여 주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어린 것들은 손이 필요해. 살살 돌봐줘야 해.”
할짝거리는 고양이 혀는 노을색이구나. 저녁노을에 고양이 솜털도 살굿빛으로 물들었다. 동동동 뛰던 여린 박동과 여름 볕에 잘 마른 미용실 수건 냄새, 흰 고양이털이 우리 손바닥에 남았다. 어딜 가든 잘 지내라고 손 흔들며 돌아서던 그날의 기억을 아이들은 지금도 이야기한다. 이 동네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에게 고향은 고양이로 추억되려나. “있던 자리는 사라져도 우린 오래오래 기억할 테지. 그런 걸 고향이라고 해.” “고양이?” “고양이가 아니라 고향. 우리가 살던 고향.”
내가 살던 자리, 진정 마음 두었던 자리란 게 비단 장소뿐일까. 사람이기도 하다. 사라졌어도 추억 속에 사라지지 않는 존재. 한때의 기억으로 일평생 살아갈 힘과 위로를 주는 존재. 그런 고향 누구에게나 있지 않은지.
겨울바람에 달카당 우는 셔터 위에 주인 할머니의 손편지가 멀리 가는 우표처럼 붙어 있었다.
‘손님들 덕분에 제가 장애를 극복하고 용기 있게 미용실 잘 운영해왔고 삶에 버팀목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머리하러 오셨다가 사랑의 발자국만 남기고 가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널리 이해해 주십시오. 사랑합니다.’
고수리 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