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6년 어느 날 밤 이탈리아 로마. 테니스 코트에서 남자들이 싸움을 시작합니다.누군가가 칼을 꺼내고, 도망치던 남자는 허벅지를 맞아 쓰러집니다. 피가 흐르자 지켜보던 사람들도 가담해 4명 대 4명이 맞붙는 패싸움으로 번지는데….이날 1명은 목숨을 잃고, 칼을 꺼냈던 남자는 죽을 때까지 도망자로 살게 됩니다. 도망자의 이름은 미켈란젤로 메리시, ‘카라바조’란 이름으로 유명세를 떨친 화가였습니다.이탈리아 법정 기록과 기사로 남겨진 이 사건으로 카라바조에겐 수백 년간 ‘광기의 화가’, ‘악마의 재능’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어떤 역사가는 그를 ‘그림 실력은 있었지만 높은 지성은 없었다’고 평가했죠. 카라바조는 정말 미친 재능을 감당하지 못한, 광기의 화가였을까요?야만의 시대, 17세기카라바조가 살인에 이르는 과정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가 목숨의 위협을 느껴 반격했다는 기록, 상대방도 칼을 꺼내 친구가 치명상을 입었다는 기록 등이 엇갈립니다.이외에 길거리나 식당에서 시비가 붙거나 경
1606년 어느 날 밤 이탈리아 로마. 테니스 코트에서 남자들이 싸움을 시작합니다. 누군가가 칼을 꺼내고, 도망치던 남자는 허벅지를 맞아 쓰러집니다. 피가 흐르자 지켜보던 사람들도 가담해 4명 대 4명이 맞붙는 패싸움으로 번지는데…. 이날 1명은 목숨을 잃고, 칼을 꺼냈던 남자는 죽을 때까지 도망자로 살게 됩니다. 도망자의 이름은 미켈란젤로 메리시, ‘카라바조’란 이름으로 유명화 화가였습니다. 이탈리아 법정 기록과 기사로 남겨진 이 사건으로 카라바조에겐 수백 년간 ‘광기의 화가’, ‘악마의 재능’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어떤 역사가는 그를 ‘그림 실력은 있었지만 높은 지성은 없었다’고 평가했죠. 카라바조는 정말 미친 재능을 감당하지 못한, 광기의 화가였을까요?야만의 시대, 17세기 카라바조가 살인에 이르는 과정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그가 목숨의 위협을 느껴 반격했다는 기록, 상대방도 칼을 꺼내 친구가 치명상을 입었다는 기록 등이 엇갈립니다. 이 외에 길거리나 식당에서 시비가 붙거
화려한 무늬가 그려졌지만 갈색 톤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옷을 입은 여인. 벽돌로 된 바닥 위 의자에 앉아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있습니다. 아래로 떨군 얼굴 위로는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그 옆으로는 조금 전 벗어 던진 듯한 장신구들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그녀는 아주 작은 나무 의자 위에 앉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 남겨진 건 옷과 장신구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는 듯이 말이죠. 이 여인은 누구이고 그림 속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요? 이 그림은 초상화도, 정물화도 아닌 성경의 내용을 그린 종교화입니다. 그것
좋은 예술가를 만드는 조건은 무엇일까?누군가가 이런 질문을 해오면 저는 ‘삶에 고난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고 자주 답을 했습니다.뛰어난 실력, 감각, 열심히 배우고 노력하는 끈기 등 다른 여러 조건도 있지만, 결국 표현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이야기가 있어야, 작품도 깊어지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그런데 얼마 전 일본 도쿄에서 열린 루이스 부르주아의 대규모 회고전을 보고 생각을 조금 바꾸었습니다.굴곡진 삶이 좋은 예술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살면서 느끼는 문제를 얼마나 정직하게, 깊이 받아들이는지가 더
전시장 입구부터 무겁고 커다란 철문들이 눈앞을 가로막습니다. 철거된 건물에서 가져온 6개 문짝은 모두 방화문입니다. 활활 타오르는 불도, 연기도 새어 나오지 못하도록 막았던 문이 서로 손을 맞잡은 듯 육각형으로 둘러싸고 있습니다. 나란히 세워진 문들을 따라 반대편으로 걸어가면 한 사람이 서 있을 만한 정도의 틈이 보입니다. 안이 잘 보이지 않던 철문 속에는 뭐가 있을까, 호기심을 잔뜩 안고 틈 앞에 서면 보이는 광경은….고독을 마주하는 감옥 제가 지금 묘사하는 작품은 일본 도쿄 모리미술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루이스 부르주아(1911∼2010)의 ‘2번 죄인’(Culprit Number Two·1998년)입니다. ‘Culprit’이라는 제목을 단순하게 ‘죄인’이라고 번역했지만 좀 더 정확하게는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 책임자라는 뉘앙스에 더 가깝게 느껴졌는데요. 그 이유는 철문 속 펼쳐진 광경에 있습니다. 문틈 사이에 서면 조그마한 나무 의자와 얼굴이 겨우 보일 정도 크기의 동그란 거울이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를 보기 위해 오스트리아 빈의 벨베데레 궁을 찾는 여행객이 많습니다. 그런 클림트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 길이 34m, 높이 2m에 달하는 대형 벽화가 있습니다. 베토벤 9번 교향곡 ‘환희의 송가’를 토대로 한 ‘베토벤 프리즈’입니다. 1900년을 전후로 오스트리아 빈은 격동의 역사를 겪었습니다. 유럽 전역은 아카데미를 거부하고 바르비종, 인상파처럼 아방가르드 예술의 바람이 불었고, 그런 가운데 마지막까지 왕정을 유지했던 빈 사회는 탐미주의로 빠져들었죠. 땅 위로는 화려한 도시가, 그 밖에는 빈곤과 범
현대 미술가의 전성기는 60대부터라는 말이 있습니다. 입체파 회화로 시작해 사회에 대한 인식을 담은 ‘게르니카’를 발표했을 때 파블로 피카소가 56세. 프란시스코 고야가 나폴레옹 전쟁 참상으로 인간의 폭력성을 표현한 걸작 ‘1808년 5월 3일’을 발표했을 때는 68세였죠. ‘20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불리는 요제프 보이스가 사회를 하나의 조각 작품으로 제시한 역작 ‘7000그루 참나무’를 선보인 것은 61세입니다. 장미셸 바스키아처럼 20대에 뛰어난 감각을 발휘한 작가도 있지만, 그가 젊은 나이에 사망하지 않았다면 더
현대 미술가의 전성기는 60대부터라는 말이 있습니다. 입체파 회화로 시작해 사회에 대한 인식을 담은 ‘게르니카’를 발표했을 때 파블로 피카소가 56세. 프란시스코 고야가 나폴레옹 전쟁 참상으로 인간의 폭력성을 표현한 걸작 ‘1808년 5월 3일’을 발표했을 때는 68세였죠. ‘20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로 불리는 요제프 보이스가 사회를 하나의 조각 작품으로 제시한 역작 ‘7000그루 참나무’를 선보인 것은 61세입니다. 장미셸 바스키아처럼 20대에 뛰어난 감각을 발휘한 작가도 있지만, 그가 젊은 나이에 사망하지 않았다면 더 큰 작업을 했을 것임은 분명합니다. 이렇게 때로 나이가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것은 작가가 세상에 두 발을 딛고 살며 피부로 겪은 바가 녹아드는 시간 덕분입니다. 현대미술 작품은 작가의 손기술뿐 아니라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과정과 사상을 담기 때문이죠. 훌륭한 문학가가 젊은 시절 감각적인 작품을 하다가 연륜이 쌓일수록 인간을 깊이 고찰한 복잡한 작품을 보여주는 것
지난 뉴스레터에 이어 오늘도 9월을 맞아 한국을 찾은 해외 미술계 인물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호암미술관에서 지금 개인전을 열고 있는 스위스 출신의 화가 니콜라스 파티입니다. 파티는 보라색 얼굴, 빨간 줄기를 가진 나무 숲, 버섯 머리를 한 사람처럼 엉뚱하고 기괴한 색채와 이미지가 트레이드 마크인 작가입니다. 특히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미술 시장에서 사랑을 받고 있고, 9월 열린 프리즈 서울에서도 ‘커튼이 있는 초상화’가 약 33억 원에 팔려 이목을 끌었습니다. 그런 그가 호암미술관의 고미술 소장품을 만나 어떤 작품을 펼
미술관에서 마크 로스코의 그림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곤 합니다. 테이트 미술관의 한 방을 가득 채운 ‘시그램 벽화’ 연작이나, 로스코 작품으로만 만들어진 예배당인 로스코 채플에 가면 막막한 벽 속에 가득 잠긴 기분이 느껴지죠. 그런데 막상 작품이 주는 감정을 설명 하라면 ‘추상표현주의’나 ‘색면 추상’ 같은 미술사 용어 뒤로 숨어들곤 합니다. 추상표현주의가 195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추상을 그리는 흐름을 뜻한다는 것, 또 색면 추상은 말 그대로 색으로 된 면을 넣은 추상이라는 의미임을 생각하면 로스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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