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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 한 스푼

미술관에서 만나는 다양한 창의성의 이야기로 한 스푼의 영감을 채워드립니다.

영감 한 스푼
  • 뭉크가 그린 불안과 외로움의 방[영감 한 스푼]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로 북적이는 방이 그려져 있습니다. 이곳엔 사람이 7명이나 되지만, 어딘가 허전하고 텅 빈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그림 속 인물 중 1명은 정면을 보고 있지만 나머지는 모두 고개를 떨구고 있죠. 무엇보다 누구도 서로 눈을 맞추거나 쳐다보지 않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손을 잡거나 기댄 사람도 없이 모두가 섬처럼 뚝 떨어진 모습. 사람으로 가득하지만 모두가 저마다의 외로움에 잠겨 있는 이 작품은 에드바르 뭉크(1863∼1944)가 1893년 그린 ‘병실의 죽음’입니다.누나 소피의 죽음 이 그림은 아픈 사람이 머무는 곳인 ‘병실’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병실의 주인은 뭉크보다 한 살 많은 누나 요한네 소피(1862∼1877)인데요. 침대에 누워있어야 할 그녀는 마지막 순간 답답함을 호소하며 의자로 옮겨달라고 한 뒤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즉,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있는 거의 보이지 않는 인물이 소피입니다. 소피를 마주 보고 두 손을 모아 기도를

    •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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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니콜라 부리오 “맥도날드와 맛집은 다르다”[영감 한 스푼]

    올해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을 맡은 프랑스 출신 유명 큐레이터 니콜라 부리오를 만났습니다. ‘관계의 미학’ 등 저서로 국내 미술인들에게도 익숙한 이론가이자 파리의 현대미술관 ‘팔레 드 도쿄’의 공동 설립자로 기관장을 지냈습니다. 그가 2005년 감독한 리옹 비엔날레에는 관객이 50만 명이나 방문하면서 화제가 되었죠. 최근 10년간은 이스탄불 비엔날레, 타이베이 비엔날레 등 유럽 밖 지역에서도 전시 감독을 맡으면서 ‘비엔날레 전문 큐레이터’라는 인상도 받곤 합니다. 그런 그가 이번엔 광주까지 오게 되어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 2024-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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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고흐는 성경책을 그렸다[영감 한 스푼]

    노랗게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해바라기와 귀를 자르는 기행, 그리고 평생 한 점의 작품밖에 팔지 못했던 비운의 예술가.빈센트 반 고흐(1853∼1890)를 생각할 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이야기들입니다.그러나 고흐의 작품 세계를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를 이렇게 오랜 시간 사랑받게 하는 것은 광기와 좌절 같은 극적인 스토리만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오늘은 고흐가 그린 정물화 두 점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합니다.이 두 정물은 유명한 해바라기도, 아름다운 꽃도 아닌 바로 책을 그린 작품입니다.하나는 고흐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직후 그린 ‘성경이 있는 정물’(1885년), 또 하나는 ‘프랑스 소설책 더미’(1887년)입니다.묵직한 성경책과 노란 소설책그림 속 커다란 성경책 옆에는 촛불 꺼진 촛대가 그려져 있어 마치 죽음과 삶을 대비시키는 것 같습니다. 고흐는 어떤 마음으로 이 그림을 그렸을까요?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고흐의 작품을 소장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그의 대표작들이 걸린

    • 202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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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0년이 지나도 감동을 주는 그림 속 아기의 손짓[영감 한 스푼]

    오늘 뉴스레터는 ‘프란스 할스’ 회고전 큐레이터 인터뷰 마지막편입니다. 프리소 라메르처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골라달라고 했을 때 그는 위의 어린 아기가 그려진 그림을 이야기했습니다.그러면서 우리가 그림에서 기대하는 감동은 무엇인지, 또 수백 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대화까지 나누게 되었습니다. 오늘 이야기를 소개하고 싶어 지난 2주간 자세한 내용을 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그럼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초상화처럼 공들인 할스의 풍속화할스는 거리의 인물을 깊이 끌어당겨서 초상화처럼 그려요. 이 때문에 우리는 그림 속 사람들과 인간적으로 공감할 수 있습니다. 사람을 작게 그리면 감정을 알기 어렵잖아요. 그러니 할스가 소년 어부 같은 아주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애정과 관심을 가졌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술 취한 사람, 물고기 잡는 어부처럼 평범한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그린 프란스 할스의 장르화가 인상파 화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

    • 2024-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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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의 성경과 아들의 소설책[영감 한 스푼]

    노랗게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해바라기와 귀를 자르는 기행, 그리고 평생 한 점의 작품밖에 팔지 못했던 비운의 예술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를 생각할 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이야기들입니다. 그러나 고흐의 작품 세계를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를 이렇게 오랜 시간 사랑받게 하는 것은 광기와 좌절 같은 극적인 스토리만이 아님을 알게 됩니다. 오늘은 고흐가 그린 정물화 두 점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이 두 정물은 유명한 해바라기도, 아름다운 꽃도 아닌 바로 책을 그린 작품입니다. 하나는 고흐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직후 그린 ‘성경이 있는 정물’(1885년), 또 하나는 ‘프랑스 소설책 더미’(1887년)입니다. 묵직한 성경책과 노란 소설책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고흐의 작품을 소장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그의 대표작들이 걸린 전시장에서 ‘성경이 있는 정물’을 만났습니다. 두꺼운 책이 테이블 한가운데에 사다리꼴 모양으로 펼쳐져 묵직한 무게감을 뽐내고 있는 그림입니다.

    • 2024-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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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 고흐와 휘슬러를 매료시킨 일상과 붓터치[영감 한 스푼]

    오늘 뉴스레터는 지난주에 이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레익스미술관에서 열리는 ‘프란스 할스’ 회고전 큐레이터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지난주 뉴스레터가 할스에 대한 간략한 이야기였다면 이번엔 한국의 관객에게 익숙한 페르메이르와 비교해 할스는 어떤 작가인지, 또 그가 제임스 휘슬러, 빈센트 반 고흐 등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한 인상파 화가들에게 미친 영향을 다룹니다.고요함의 페르메이르, 움직임의 할스사실 레익스미술관은 렘브란트의 ‘야경’과 페르메이르의 작품으로 더 잘 알려져 있죠. 라메르처에게 한국인에게 익숙한 페르메이르와 비교해 할스의 특징에 대해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할스와 페르메이르를 비교한다면 어떻게 다른가요?“페르메이르의 그림에서는 벽이 사람만큼이나 중요한 요소예요. 또 그림 속 인물들은 아주 이상적인, 고요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죠. 그리고 그림 속 모든 것이 얼어붙어서 순식간에 멈춘 듯한 느낌. 이런 미학이 지금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할스의 그림은 이와는 정

    • 2024-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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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주 귀걸이’ 페르메이르에 이어 뜨거운 관심 받는 ‘이 작가’ [영감 한 스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레익스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이 미술관은 지난해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회고전을 열어 전 세계 미술 애호가를 설레게 만들었던 곳인데요. 이번엔 렘브란트, 페르메이르와 함께 ‘네덜란드 미술 3대 거장’으로 불리는 프란스 할스 회고전이 열립니다. 전시 개막 2주 만에 14만 명이 관람하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저 역시 할스는 프랑스 루브르나 영국 내셔널갤러리에서 지나치듯 보고 ‘흥미롭다’고 생각은 했지만 자세히 볼 기회는 없었습니다. 흥미로운 포인트는 술에 취한 사람, 활짝 웃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처럼 익살스럽고 활기찬 사람들의 모습을 인간적으로 묘사한다는 점이었는데요.전시장에서 그런 그림들을 만나며, 권위와 허세를 내려 놓은 아주 인간적인 사람들을 만나는 기분에 묘한 해방감과 자유로움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전시의 큐레이터인 프리소 라메르처와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할스는 어떤 예술가였는지, 또 그의 작품이 왜 중요한지 그와 나눈 이야기를 세 차례에 걸쳐

    • 202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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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덜란드 3대 거장 할스의 인간적 초상[영감 한 스푼]

    지난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회고전을 기억하시나요? 사전 예약에만 20만 명이 몰리며 세계적 관심을 받았죠. 그 전시가 열렸던 레익스미술관을 찾았습니다. 이번에는 다른 네덜란드 작가인 프란스 할스 회고전이 개막 2주 만에 12만 명이 관람하며 화제였습니다. 할스는 렘브란트, 페르메이르와 함께 네덜란드 17세기 미술의 3대 거장으로 꼽힙니다. 할스의 전시를 보고 레익스미술관 큐레이터인 프리소 라메르처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사진 이전에 ‘움직임’을 담다전시를 여는 작품은 ‘즐거운 술꾼’입니다. 술에 취해 얼굴이 달아오른 남자가 술잔을 앞으로 쑥 내밀며 ‘너도 한잔해’ 하고 말을 거는 듯합니다. 주인공의 권위를 과시하려 애쓰는 어떤 초상화들과 달리, 할스의 작품은 이렇게 친근함이 돋보입니다. 할스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라메르처는 페르메이르가 ‘고요함’의 화가라면 할스는 ‘움직임’의 화가라고 말합니다. “페르메이르의 그림에는 모든 것이 얼어붙어 있다면 할스는 정

    • 2024-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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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초에 거대한 악어가 나타나…미술계 주목 받는 선주민 예술[영감 한 스푼]

    브라질의 선주민인 ‘후니 쿠인’ 부족에게는 이런 전설이 전해 내려옵니다. 태초에 인간이 땅을 밟으며 기나긴 여정을 떠났는데, 땅끝에서 바다를 만나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때 바다에서 거대한 악어가 나타나 자신의 등을 밟고 바다를 건너가도록 다리가 되어주었다고 합니다. 악어는 인간에게 도움을 준 대가로 자신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요구합니다. 여기엔 조건이 있었습니다. 아직 어린 동물을 바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악어에게 바칠 먹이가 부족해진 인간은 새끼 악어를 거대한

    • 2024-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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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텅 빈 양동이 속 외로움, 꿈, 그리고 희망[영감 한 스푼]

    누군가를 마주할 때보다 그 사람이 남기고 간 빈자리에서 진실이 드러날 때가 있습니다. 저에겐 외삼촌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때가 그랬습니다. 유쾌한 멋쟁이였던 그가 두고 간 집을 정리할 때 쏟아져 나오던 온갖 잡동사니들. 낡은 낚시 모자, 지포 라이터, 짝이 맞지 않는 그릇 더미, 베란다에 쓸쓸히 놓인 화분들은 온 가족을 슬픔에 잠기게 만들었죠. 중국의 주목받는 현대미술가 장언리(張恩利·59)의 빈 양동이 시리즈를 보면 저는 그것을 스쳐 간 사람들의 외로움과 절망, 꿈과 희망이 떠오릅니다. 최근 하우저 앤드 워스 홍콩 갤러리에서 개인전 ‘얼굴들’을 통해 신작을 공개한 그의 작품 세계를 공유합니다. 빈 양동이, 상자와 고무호스영국 테이트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장언리의 ‘양동이’ 연작은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놓인 듯한 양동이를 여러 각도에서 그리고 있습니다. 걸레를 빨거나, 더러워진 물을 나르거나, 필요하면 언제든 쓸 수 있게 아무렇게나 놓인 양동이입니다. 장언리는 2000년대에 이렇게 일상

    • 2024-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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