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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 한 스푼

미술관에서 만나는 다양한 창의성의 이야기로 한 스푼의 영감을 채워드립니다.

영감 한 스푼
  • 아폴로의 뒤통수를 그린 남자, 이건용[김민의 영감 한 스푼]

    “미대 입학 실기 시험을 보던 날이었죠. 석고상 그리기 과제가 주어지자 학생들이 쏜살같이 달려가 좋은 자리를 차지했어요. 앉을 자리가 없어 고민하다, 아폴로 뒤통수를 그리기로 했습니다.” 1970년대 실험미술 그룹에 참여하며 ‘건빵 먹기’ 같은 퍼포먼스를 했던 이건용 작가(84)를 3일 서울 용산구 페이스갤러리에서 만났습니다. 팔순의 나이에도 미술관에서 분필을 들고 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달팽이 걸음’ 같은 퍼포먼스를 하는 이 작가. 그는 자기가 있는 공간을 ‘웅성웅성’하게 만들고, ‘저 사람 뭐야?’ 하며 쳐다보게 만들기를 즐깁니다. 작가가 전한 ‘아폴로 뒤통수를 그릴 때’의 상황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자리가 없기도 했지만 남들과 다른 걸 하고 싶었다”는 그의 모습은 당시 홍익대 미대 학장이었던 화가 김환기의 눈에 띕니다. “김환기 학장이 실기 시험하는 학생들을 둘러보다 저를 보고 깜짝 놀라 물었어요. ‘아니, 자네는 왜 아폴로 뒤통수를 그리나?’ 그래서 자리

    • 2026-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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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구 모나리자의 화려한 외출 [영감 한 스푼]

    연초가 되면 주요 미술관들은 예정 전시를 발표하기에 바쁩니다.올해에도 라파엘로(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세잔(스위스 바이엘러재단 미술관), 마티스(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프리다 칼로(영국 테이트모던) 등 유명 작가들의 전시가 관객을 기다리는 가운데, 아시아 애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소식은 의외의 곳에서 있었습니다.그 소식은 바로 일본의 미술관에서 여름에 예정된 전시 이야기입니다. 이 전시는 심지어 도쿄도 아닌 오사카에 있는 나카노시마 미술관에서 열리며, 약 한 달간 이어질 예정입니다.그런데 벌써부터 오사카행 티켓을 예약했다는 이야기가 주변에서 여럿 들립니다. 그 이유는 ‘북구의 모나리자’, 요하네스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전시되기 때문입니다.베일에 싸인 미인도‘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페르메이르가 33세인 1665년경에 그린 인물화입니다.어두운 배경 앞에 선 여자가 고개를 돌려 관객을 바라보고 있고, 푸른빛의 터번을 쓰고 있으며 커다란 진주 귀걸이를

    • 2026-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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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구 모나리자의 화려한 외출[김민의 영감 한 스푼]

    연초가 되면 주요 미술관들은 예정 전시를 발표하기에 바쁩니다. 올해에도 라파엘로(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세잔(스위스 바이엘러재단 미술관), 마티스(프랑스 파리 그랑팔레), 프리다 칼로(영국 테이트모던) 등 유명 작가들의 전시가 관객을 기다리는 가운데, 아시아 애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소식은 의외의 곳에서 들려왔습니다. 바로 일본의 미술관에서 여름에 예정된 한 전시입니다. 심지어 도쿄도 아닌 오사카에 있는 나카노시마 미술관에서 열리며, 단 한 달만 이어질 예정입니다. 그런데 벌써부터 국내에서도 오사카행 비행기 티켓을 예약했단 얘기까지 들립니다. 그 이유는 “북구의 모나리자”, 얀 페르메이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가 오기 때문입니다. 베일에 싸인 미인도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페르메이르가 33세인 1665년경에 그린 인물화입니다. 어두운 배경 앞에 선 여성이 고개를 돌려 관객을 바라보고 있고, 푸른 빛의 터번을 쓰고 있으며 커다란 진주 귀걸이를 걸고 있죠. 높이

    • 2026-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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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갱의 신비로운 크리스마스 밤[김민의 영감 한 스푼]

    흰 눈이 두껍게 쌓인 오두막이 굽이굽이 펼쳐진 어느 시골 마을. 멀리 하늘에선 오렌지색 노을이 보입니다. 회색이 감도는 흰 눈과 차가운 겨울밤을 떠올리게 하는 푸른색을 제외하면, 이 그림에서 빛나는 건 석양과 여성들의 주홍빛 얼굴뿐입니다. 반짝이는 전구로 가득한 트리와 선명하고 화려한 발광다이오드(LED) 그래픽이 행인의 시선을 잡아끄는 요즘 크리스마스 풍경을 생각하면, 프랑스 화가 폴 고갱(1848∼1903)이 그린 이 ‘크리스마스 밤’은 낯설 만큼 고요하게 느껴집니다. 이날 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걸까요? 수수께끼로 가득한 밤 이 그림은 고갱이 세상을 떠난 뒤 그가 살던 타히티의 작업실에서 발견됐습니다. 고갱이 프랑스 서북부 브르타뉴 지역의 마을인 퐁타벤에 머물 때인 1894년 그리기 시작해 1902∼1903년 완성된 유화입니다. 고갱의 서명이 그림 오른편 조각상 아래 단에 보입니다. 먼저 나란히 걸어가는 소의 모습이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이 그림이 아기 예수의 탄

    • 202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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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 미술가 경매 최고가를 기록한 그림[김민의 영감 한 스푼]

    소더비 뉴욕 경매에서 구스타프 클림트의 ‘엘리자베스 레더러 초상’이 근현대미술 최고가를 기록하고 난 3일 뒤. 이번엔 여성 미술가 최고가를 기록한 작품이 등장했습니다. 21일(현지 시간) 같은 경매에서 5470만 달러(약 806억 원)에 낙찰된 프리다 칼로의 작품 ‘엘 수에뇨(라 카마)’, 즉 ‘꿈(침대)’입니다. 이 기록은 2021년 세워진 라틴아메리카 작가의 작품 최고가도 넘어섰습니다. 이전 라틴아메리카 최고가 작품 역시 칼로가 그린 ‘디에고와 나’였습니다. 침대, 해골 그리고 나 ‘엘 수에뇨’에는 구름이 자욱한 하늘 위로 떠 있는 침대, 금색 이불을 덮고 있는 프리다, 그리고 캐노피 위에 놓인 해골이 보입니다. 해골은 꽃다발을 쥐고 있지만, 온몸에는 다이너마이트 전선이 칭칭 감겨 있습니다. 불길한 무언가가 일어날 듯한 분위기입니다. 이 그림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지붕을 사이에 두고 데칼코마니처럼 펼쳐진 닮은꼴의 프리다와 해골입니다. 두 사람의 옆으로 누운 자세부터 얼굴

    • 2025-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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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뮤지엄이 그리는 ‘오래된 미래’[김민의 영감 한 스푼]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37세의 젊은 이탈리아 큐레이터가 광주 비엔날레 감독을 맡아 ‘만인보’라는 제목의 전시를 열었습니다. 지금은 미국 뉴욕의 실험적 전시를 선보이기로 유명한 ‘뉴뮤지엄’ 예술 감독을 맡고 있는 이 사람. 리모델링을 마치고 다음 달 다시 문을 여는 뉴뮤지엄의 개관전 ‘뉴 휴먼스: 미래의 기억(New Humans: Memories of the Future)’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전시의 감독, 마시밀리아노 조니와 나눈 대화를 소개합니다. ―‘뉴 휴먼스’가 전시 제목이다. 인간을 새로 정의하려는 것인가. “아니다. 20세기부터 지금까지 기술의 영향 아래 달라진 인간의 정의를 살펴본다. 이를테면 우리가 어떤 웹사이트에 접속할 때 ‘나는 로봇이 아닙니다’라는 박스를 체크해야 하지 않는가? 그런 컴퓨터 기술의 발달로 생겨나는 이상한 경험, 감각의 혼돈에 대해 다룬다. 재밌는 건 현대미술뿐 아니라 20세기 미술도 함께 전시한다는 점이다. 100년 전인 1920년대에도

    • 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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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계인의 시선에서 미술관을 본다면? [영감 한 스푼]

    미술관 외벽엔 검은 현수막에 ‘The Language of the Enemy’(적군의 언어)라는 글귀만 적혀 있고, 입구는 흙으로 가로 막혀 있습니다.‘싹’ 전시를 기점으로 30주년을 맞은 아트선재센터가 해적에게 점령당한 것 같은 모습인데요.미술관 건물 전체를 재료로 입구부터 전시장은 물론 강당까지 전부 낯선 공간으로 만든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어떤 생각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했는지, 그에게 직접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내용을 소개합니다.전시장에서 만난 로하스와 기사를 위해 사진 촬영을 할 때의 에피소드입니다.로하스가 스위스 바젤 바이엘러 재단 미술관에서 전시했던 ‘세탁기 작품’ 앞이었는데, 작품과 좀 더 가까이 서서 포즈를 취하기 위해 흙 언덕에 서도 괜찮냐고 물었습니다. 로하스의 답입니다.“안돼요. 흙 위에 발자국부터 모든 흔적들은 다 컴퓨터로 계산해서 정확히 구현한 거예요. 아무렇게 쌓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사진을 위해 미소를 지어볼 수 있느냐는 주문에도 로하스

    • 2025-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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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완벽한 유토피아는 없다… 그래서 아름답다[김민의 영감 한 스푼]

    17세기 이탈리아 신학자 토마소 캄파넬라의 책 ‘태양의 도시’는 이상적 도시 국가를 그립니다. 이불 작가는 이 책에서 영감을 얻어 설치 작품 ‘태양의 도시 Ⅱ’를 제작하죠. 그가 만든 태양의 도시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받침대 삼은 지도 모양의 판자들이 바닥에 펼쳐진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발을 잘못 디뎌도 작품을 망가뜨릴까 봐 불안한 마음으로 감상하게 되죠. 또 벽면에는 거울이 부착돼 있지만, 그 표면이 일그러져 ‘예쁜 인증샷’을 찍을 순 없고 희미한 자신의 모습만 비칩니다. 이불 작가는 인류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수많은 ‘이상향’을 이처럼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지만 버티고 서 있는 아슬아슬한 모습으로 묘사해 왔습니다. 리움미술관에서 지난달 4일 개막한 ‘이불: 1998년 이후’전은 이런 이불 작가의 이상향에 관한 탐구를 담은 연작 ‘몽그랑레시(Mon gran recit)’를 중심으로 약 30년간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이 전시의 큐레이터인 곽준영 전시기획실장에게 전

    • 202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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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루이즈 부르주아의 내밀한 글에 담긴 이야기[김민의 영감 한 스푼]

    미국 뉴욕에 살고 있던 예술가 루이즈 부르주아(1911∼2010)가 93세이던 2004년. 그의 집 한구석에서 낱장의 종이 꾸러미가 가득한 상자가 발견됩니다. 그 속에는 부르주아가 정신분석을 받으며 적었던 메모가 가득했죠. 약 50년 전, 그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을 때의 기록입니다. 호암미술관에서 지난달 30일 개막한 25년 만의 부르주아 대규모 회고전 ‘덧없고 영원한’ 전시장에 가면 벽면에 핀셋으로 조심스럽게 고정된 메모를 볼 수 있습니다. 이 메모는 바로 상자 속에 들어 있던 종이의 일부입니다. 이 기록을 연구하고 책으로 출간했으며, 지금은 미국 뉴욕 이스턴재단의 큐레이터로 세계에 부르주아의 작품 세계를 알리는 필립 라랏스미스와 지난달 29일 만났습니다. ―부르주아의 메모는 어떻게 발견됐습니까.“제리 고로보이(부르주아의 조수)가 높은 곳에 있던 상자를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2004년 커다란 상자가 먼저 발견되고, 2010년엔 두 번째 상자가 발견됐죠. 루

    • 2025-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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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속 걸어라, 그리고 왕좌에 앉아라 [영감 한 스푼]

    마크 브래드포드의 개인전 ‘킵 워킹(Keep Walking)’이 열리는 서울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 가면, 전시장 바닥에 넓게 펼쳐진 작품 ‘Float’가 관객을 맞이합니다.이 작품 옆으로는 골목길을 당당하게 걷는 사람의 모습이 담긴 영상 작품 ‘나이아가라’가 상영되고 있고요.두 조합은 ‘망설이지 말고 어서 들어와, 그리고 계속 걸어‘라는 메시지로 저에게 다가왔습니다.작가의 초청에 따라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파마지와 길거리 전단지를 갈고 닦아 만든 아름다운 추상화들이 관객을 맞이합니다.그리고 마지막 방 ‘폭풍이 밀려온다’로 들어서면 휘몰아치는 허리케인을 느낄 수 있습니다.이 모든 경험에 대해 작가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브래드포드는 재료를 사용하게 된 과정부터, 미국 추상표현주의와 모더니즘에 대한 의견, 그리고 한국 전시를 준비하며 느꼈던 걱정까지 진솔하게 들려주었습니다. 인터뷰 전문을 뉴스레터로 보내드립니다.— 먼저 작가님이 ‘파마지’를 사용하게 된 계기를 물어보고 싶어요.

    • 2025-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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