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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하루 보내세요[관계의 재발견/고수리]

    좋은 하루 보내세요[관계의 재발견/고수리]

    ‘서로 존댓말을 하면 기분 좋은 하루가 시작됩니다.’ 이른 아침 집 앞 편의점에 들렀다가 주인이 붙여둔 손글씨를 읽었다. 머리 희끗한 편의점 주인은 평소 아이들에게도 존댓말을 사용하는 사람. 편의점을 나서는 손님에겐 어김없이 소리 내어 인사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출근 준비를 …

    • 202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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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기 전에 다시 태어나기[관계의 재발견/고수리]

    죽기 전에 다시 태어나기[관계의 재발견/고수리]

    작가는 어떻게 창의성을 단련할까. 책 읽고 글 쓰는 아침 리추얼(ritual)을 오래 해왔다. 효율성과 합리성은 따지지 않고 그저 마음 가는 대로 자유롭게 읽고 쓸 것. 날마다 시작되는 아침은 정직하고 성실했다. 고요한 아침에 기대어 나는 문장들에 몰입하고 감탄했다. 그리고 무엇이라도…

    • 2022-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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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픈 마음에는 노동과 사랑을[관계의 재발견/고수리]

    아픈 마음에는 노동과 사랑을[관계의 재발견/고수리]

    손글씨로 예술 작업을 하는 사람을 만났다. 그는 매일 책을 읽고 문장을 쓰고 식물을 돌본다. 창가에는 크고 작은 화분들이 모여 있고, 초록 잎들이 커튼과 벽을 만지며 뻗어나간다. 나무 책상에 쌓아둔 시집 더미 사이로 몬스테라가 자란다. 더듬어 만져봐야 알아채는 나무 책상의 옹이처럼 우…

    • 2022-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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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고리에 걸어두는 마음[관계의 재발견/고수리]

    문고리에 걸어두는 마음[관계의 재발견/고수리]

    아랫집 언니와는 8년째 이웃사촌이다. 우리 집에서 계단 한 층 내려가면 언니네 집. 서로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며 오래 의지하면서 지냈다. 미역국 한 솥 끓인 날이나 수육 삶은 날에는 그릇째 나눠 먹었다. 깨끗이 비운 그릇일랑 뭐라도 먹을 것들 다시 꽉 채워 돌려주었다…

    • 202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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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사람 찾기[관계의 재발견/고수리]

    좋은 사람 찾기[관계의 재발견/고수리]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누구와든 잘 지내려고 애쓰던 때가 있었다. 잘 웃고, 잘 들어주고, 손목시계를 힐끔거리며 싫은 사람과도 지루한 시간을 보냈다. 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더 마음을 쏟고, 불편한 대화에도 고갤 끄덕이곤 했다. 내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드러날까…

    • 2022-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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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꽃 구경[관계의 재발견/고수리]

    봄꽃 구경[관계의 재발견/고수리]

    봄. 꽃이 피었다. 산수유 피고 매화와 복사꽃 피었다. 담장에는 개나리 소담하고 돌 틈에는 민들레 움튼다. 길목에는 목련 흐드러지고 길가에는 벚꽃 만발했다. 바람 불면 꽃잎이 봄눈처럼 날린다. 그 사이 어떤 꽃들은 지고 어떤 꽃들은 핀다. 겨우내 앙상해서 죽은 줄만 알았는데 모두 살아…

    • 2022-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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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에 찾아뵙겠습니다[관계의 재발견/고수리]

    봄에 찾아뵙겠습니다[관계의 재발견/고수리]

    한동네에 산 지 8년쯤 됐다. 집 앞에는 오래된 가게 셋이 삼각형 꼭짓점처럼 마주하고 있다. 아이스크림 냉장고와 허름한 평상을 놓아둔 구멍가게, ‘옷의 생명은 세탁, 국가기능사의 집’이라고 써 붙인 세탁소, 그리고 털보 아저씨가 운영하는 털보네 고물상. 주인들은 늘 가게 문을 활짝 열…

    • 202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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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관계의 재발견/고수리]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관계의 재발견/고수리]

    단골 책방 근처에 편의점이 있다. 주인 남자는 커다랗고 험상궂은 곰 같은 인상을 가졌는데 어쩐지 말투도 무뚝뚝해서, 나는 편의점에 들를 때마다 공연히 주눅이 들곤 했다. 하루는 책방에 그 커다란 곰 같은 편의점 주인이 왔다. 일하던 틈에 잠시 달려왔는지 숨을 몰아쉬며 예의 무뚝뚝하고 …

    • 202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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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의 취미와 특기[관계의 재발견/고수리]

    엄마의 취미와 특기[관계의 재발견/고수리]

    엄마의 취미는 배우기다. 멀리에 혼자 사는 엄마가 마음 쓰여 자주 전화를 거는데 엄마는 그때마다 바쁘다. “엄마가 지금 뭐 배우고 있어”라며 대단히 중요한 비밀을 몰래 알려주는 사람처럼 속삭이곤 뚝 전화를 끊는 엄마. 대체 뭐하기에? 나는 안달이 나서 전화를 기다린다. 엄마는 붓글씨를…

    • 2022-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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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느리게 나아가는 사람들[관계의 재발견/고수리]

    느리게 나아가는 사람들[관계의 재발견/고수리]

    매일 지나다니는 길목에 휠체어 가게가 있다. 오가며 지나칠 뿐이지만 휠체어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고, 보이지 않았을 뿐 휠체어를 탄 사람이 많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자주 휠체어 탄 사람들을 마주쳤다. 그때마다 나는 무심한 듯 조심스럽게 지나가곤 했는데, 내가 커다란 쌍둥이 유아차를 끌…

    • 2022-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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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귤을 선물하는 마음[관계의 재발견/고수리]

    귤을 선물하는 마음[관계의 재발견/고수리]

    귤의 계절. 찬 바람이 불면 나는 귤을 선물하는 사람이 된다. 어쩌다 골목 어귀에서 마주친 귤 트럭은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누굴 만나러 가는 길엔 부러 동네 시장을 가로질러 귤을 사들고 간다. 앙상한 겨울 풍경 속에 빼꼼 보이는 말간 겨울 귤일랑 봄꽃송이만큼이나 예쁜 것이다. 귤. …

    • 2021-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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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토리 같은 날들[관계의 재발견/고수리]

    도토리 같은 날들[관계의 재발견/고수리]

    바닥을 닦는데 소파 밑에서 도토리가 굴러 나왔다. 떼구루루 반가운 기억과 함께. 지난가을엔 커다란 참나무가 있는 카페테라스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이따금 나무 바닥에 도토리가 떨어지는 자리였다. 똑 또르르르. 소리가 들리면 아이들이 달려가 도토리를 주워왔다. 큼지막한 내 외투 주…

    • 2021-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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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낯섦을 견디는 시간[관계의 재발견/고수리]

    낯섦을 견디는 시간[관계의 재발견/고수리]

    떠나고 싶을 땐 훌쩍 버스를 탔다. 밤새 원고를 마감한 어느 아침에도 나는 버스를 탔다. 무작정 처음 가는 미술관으로 향했다. 버스에서 내려 지도에 의지해 길을 찾아 들어간 미술관. 평일 한낮의 미술관은 고요했다. 음악도 없는 조용한 공간에 머문 적이 언제였더라. 이상하고 낯설고, 조…

    • 2021-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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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의 ‘저무는 마음’[관계의 재발견/고수리]

    아버지의 ‘저무는 마음’[관계의 재발견/고수리]

    해를 따라 생활하는 사람에게 늦가을은 쓸쓸한 계절이다. 해 뜰 때 일어나 부지런히 움직이다 보면 해질 때쯤에는 하루가 다 가버린 것 같은 피로와 쓸쓸함이 밀려오는데, 가을이 깊어질수록 해는 빨리 저물고 마음에도 바람이 불었다. 어릴 적 긴긴 밤은 이불 같아서 잠들지 않고도 품에 안고 …

    • 2021-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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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펭귄처럼, 우리들도 ‘허들링’[관계의 재발견/고수리]

    펭귄처럼, 우리들도 ‘허들링’[관계의 재발견/고수리]

    퇴근길 만원 전철을 타게 되었다. 두 정거장만 지나면 도착이었지만, 커다란 가방과 짐을 들고 다섯 살 쌍둥이 형제를 데리고 탄 터라 몹시 걱정되었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전철 한가운데 거의 끼인 상태가 되었을 때, 내려다보이는 아이들은 새삼 너무 작았다. 겨우 어른들 허리춤에…

    • 2021-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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