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보다 심리치료가 재범률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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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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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년간 성범죄자 심리치료’ 방한 윌리엄 마셜 교수

윌리엄 마셜 교수는 “심리치료 등을 통해 성범죄자들이 앞으로 사회에서 제 기능을 하게 해 재범을 저지르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윌리엄 마셜 교수는 “심리치료 등을 통해 성범죄자들이 앞으로 사회에서 제 기능을 하게 해 재범을 저지르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전자발찌, 신상공개, 화학적 거세(약물치료제) 등 징벌적 대책은 성범죄를 막는 데 효과가 없다. 오히려 성범죄자의 재범률을 약간 증가시킨다. 심리치료를 통해 성범죄자가 성(性)이 아닌 다른 데서 만족감을 찾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

43년간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직접 심리치료를 해온 캐나다의 윌리엄 마셜 퀸스대 석좌교수(심리학과 및 의학과)는 “캐나다에선 모든 성범죄자가 사회에 복귀할 수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성범죄자 치료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법무부가 7월부터 시행한 약물치료제의 일부인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자문도 하고 있다. 19일 중독심리학회 창립 기념 워크숍 참석차 대전 충남대를 방문한 마셜 교수를 만났다.

―징벌적 대책이 왜 효과가 없나.

“성범죄자들이 강한 스트레스를 받고 출소 이후에도 구직의 기회나 거주의 자유 등을 박탈당함으로써 새 인생을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성범죄는 유전이나 호르몬 탓이 아니라 후천적 문제이므로 테스토스테론을 제어하는 화학적 거세는 어리석은 대책이다.”

―성범죄자들이 재범을 저지르는 이유는….

“성범죄자는 대개 다른 성인과 적절한 성관계를 맺지 못하며 성에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약자인 어린이나 장애인을 노린다. 또 이들은 삶의 만족감을 얻는 유일한 방법이 성관계라고 여기고 집착한다. 심리치료를 할 땐 이들에게 성관계가 아닌 여가활동, 일, 인간관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다.”

―심리치료의 효과는….

“내 연구소에서 심리치료를 받은 성범죄자 535명을 추적 연구한 결과 5년 뒤 재범률이 3.2%로 나타났다. 심리치료를 받지 않은 성범죄자들의 5년 뒤 재범률인 16.8%에 비해 훨씬 낮은 수치다. 심리치료에 열심히 참여할 경우 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다고 확신시켜주면 그들도 치료자를 믿고 치료 의지를 갖는다.”

―캐나다는 성범죄자 심리치료의 선진국으로 꼽힌다.

“캐나다에는 성범죄자 심리치료 프로그램만 105가지가 있고 한 해 1500여 명의 성범죄자가 심리치료를 받는다. 법적으로 심리치료를 강제한 건 아니지만 심리치료에 적극 참여할 경우 형량을 줄여주는 인센티브를 주기 때문에 성범죄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치료비는 정부가 전액 부담한다. 또 지역사회마다 잘 훈련된 보호관찰사들이 있어 출소 후 이들의 사회 복귀를 돕는다.”

―심리치료에 비용이 많이 들 텐데….

“오히려 막대한 정부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성범죄자가 재범을 일으킬 경우 다시 조사, 기소, 판결하고 감옥에 보내 식사, 옷, 난방, 관리자 등을 제공하는 비용을 따져 봐라. 성범죄 피해자들을 치료하는 비용도 든다. 이렇게 계산하면 성범죄자 한 명을 성공적으로 치료해 재범을 막을 경우 약 20만 달러(약 2억2800만 원)를 절약할 수 있다.”

―최근 잔인한 성범죄가 잇따르는 한국에 조언을 해 달라.

“한국이 이제라도 막 심리치료를 시작한 것은 잘한 결정이다. 성범죄자의 잘못을 비난하기보단 이들이 사회에서 제 기능을 하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

대전=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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