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굽어보지 못한 땅이 없는 셈이죠, 헛헛”

  • 입력 2007년 4월 13일 07시 03분


여든을 앞둔 나이에 국내 1000개 산을 등정한 ‘산 할아버지’가 있다.

선덕산악회장과 호남지리탐사회 고문을 맡고 있는 박영근(76·전주시 태평동) 씨.

1989년 위장병을 고치기 위해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 박 씨는 산행 18년 만인 지난달 18일 강원도 태백의 백병산에 올라 국내 1000개 산을 등정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는 “본격 산행 2년 만에 100번째 산을 오른 뒤 1000개 산 등정 목표를 세웠다”며 “한국전통지리지인 산경표와 국토정보원의 지형도를 참조해 국내의 특징 있는 산을 하나씩 등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가족 축하연에서 앞으로는 나이를 생각해 주1회만 산행을 하고 무박이나 나홀로 산행은 하지 않기로 약속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며 여전히 한 주에 2, 3차례의 본격 산행을 계속하고 있다.

500번째 고지인 백두산을 비롯해 국립공원 20개, 도립공원 21개, 5대 적멸보궁 등 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국내 산이 거의 없을 정도다.

1998년에 ‘선덕산악회’를 결성해 진안 덕태산과 선각산, 내동산, 성수산의 등산로를 개척하고 진안 선각산의 높이(1034m)가 잘못된 점을 발견하고 국토정보원에 건의해 1141.4m로 바로잡기도 했다.

2002년 3월에는 진안과 장수의 경계점인 서구치와 임실군 슬치에 야생동물 이동통로를 설치토록 전북도에 건의해 도로건설로 끊긴 호남정맥을 잇는 등 자연보호에도 앞장서고 있다.

다음 달 등정 일지를 엮어 보고서로 발간할 계획인 박 씨는 “온갖 고통을 이기고 정상에 올라 용틀임하는 산천을 내려다보는 기분은 산악인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도취”라며 “앞으로는 기록보다 즐기며 산행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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