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육 이대론 안된다]<上>학교서도 시험서도 외면

  • 입력 2005년 2월 27일 18시 11분


코멘트
서울 남산의 일본신사일제강점기 서울 남산에 세워진 일본 신사(현재의 남산 식물원)에서 내려다본 1930년대 서울 시내 모습. 사진 제공 정성길 씨.
서울 남산의 일본신사
일제강점기 서울 남산에 세워진 일본 신사(현재의 남산 식물원)에서 내려다본 1930년대 서울 시내 모습. 사진 제공 정성길 씨.
《국민에게 투철한 민족의식과 역사의식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국사와 국어 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올해는 광복 60주년, 을사늑약 100주년,한일수교 40주년 등 근현대사의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이 일어난 해로 이들 사건에 대한 교육을 통해 역사적 교훈을 얻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더욱이 중국이 동북공정(東北工程)과 고구려 유적 정비를 통해, 일본은 우익 역사교과서의 채택 확대를 통해 ‘역사 침공’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하지만 한국의 역사교육은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다.

이에 본보는 3·1절을 맞아 한중일 3국의 역사교육 실태를 진단하는 한편 우리의 역사교육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시리즈를 3회에 걸쳐 마련한다.》

한국은 고대사 영역에서는 중국과, 근현대사에서는 일본과 치열한 ‘역사전쟁’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그러나 한국 중고교의 역사과목은 역사전쟁에 휩싸인 나라라고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푸대접받고 있다.

○ 학교 교과에 사회는 있어도 역사는 없다

군사정권시절, 국사는 국민윤리 교련과 함께 국책과목으로 집중 육성됐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군사문화 해체라는 이유로 교련은 폐지되고, 국민윤리는 윤리로 이름이 바뀌었으며, 국사는 사회과에 통합됐다.

광복 직후 미군정 때도 국사가 사회과로 통합된 적이 있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와 달리 역사가 200년 정도에 불과한 미국이 국사를 사회과에 통합해 가르치고 있는 것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이는 반만년 역사를 지닌 한국의 역사교육에는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1974년 국사가 독립과목이 됐다. 그러나 1992년 제6차 교육과정부터 다시 세계사와 함께 사회과목으로 통합된 것이다.

○ 줄어든 역사 수업시간

제7차 교육과정(중학교는 2001년, 고등학교는 2002년)부터 국사 수업시간은 주당 3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었다. 그러나 400쪽 안팎인 국사 교과서 분량은 이전과 거의 같다. 교사들은 “수업시간은 3분의 1이나 줄었는데 가르쳐야 할 분량은 같기 때문에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그나마 이런 수박 겉핥기식 역사수업도 고1이면 끝난다. 고2부터는 10개 사회과 선택과목 중 한국근현대사나 세계사를 선택한 학생들만 역사수업을 받기 때문이다. 10개 선택과목 중에서 일반사회 영역이 5개, 지리 영역이 3개이고, 역사 영역은 2개로 가장 적다.

2004년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10개 과목 중 한국근현대사를 선택한 학생은 전체 학생의 32.6%, 세계사를 고른 학생은 9.6%다.

○ 찢어진 역사교육

현행 교육과정이 통합교육을 강조하고 있지만 역사교육은 찢어져 있다. 국사와 세계사가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있는 미국과 유럽에 비해 한국의 역사교육은 분리돼 있다. 세계화시대에 세계사를 배우는 고교생이 전체의 10%에도 이르지 못하는 것은 그런 체계 때문이다.

고교 국사 교육도 고1 필수과목인 국사는 조선후기까지 전(前)근대사 중심이고, 한국근현대사는 고2 고3의 선택과목으로 분리돼 있다.

교육부는 이런 지적을 받고 2002년 고1 국사 교과서 마지막 단락에 근현대사 부분을 추가했지만 교사들은 수업시간이 부족해 대부분 이를 생략한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한국근현대사를 선택하지 않은 학생들은 사실상 근현대사 부분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있다.

○ 시험과목에서 외면 받는 국사

대입 수능시험에서 국사는 사회탐구 영역의 11개 선택과목 중 하나다. 2005년도 수능 응시자 중 국사를 선택한 학생은 26.1%에 불과하다. 한국근현대사 응시생이 오히려 더 많아 28.1%였고 세계사 응시생은 4.9%에 머물렀다.

공무원을 뽑는 각종 국가고시에서도 국사를 홀대하는 경향이 해가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1997년 사법시험에서 개별 시험과목으로 국사가 폐지된 이래 행정, 외무고시에서도 25일 치러진 2005년 시험을 마지막으로 국사시험이 빠졌다.

○ 역사 비전공 교원의 확산

국사 교육이 홀대받으면서 관련 교원의 전문성도 크게 약화되고 있다.

교육부의 비공식 통계에 따르면 경기지역 중2 국사 교사 중에서 역사 전공자는 57.9%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일반사회(19.3%), 공통사회(11.1%), 지리(10.7%) 전공 교사들이다.

‘전국 역사교사 모임’의 김육훈(金陸勳·서울 상계고) 교사는 “신입 교원을 뽑을 때 역사전공 교사보다는 여러 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 공통사회 전공자를 뽑는 현상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