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형 불법 과외방 기승… 부유층자제 은밀히 소개

  • 입력 2004년 5월 17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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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과외강사 A씨(45)는 다른 과목 강사들과 함께 서울 강남의 S아파트 한 채를 임대해 입주민 대학 수험생들을 상대로 학생 1명당 월 1000만원가량을 받는 고액과외방을 운영하고 있다.

A씨는 “국어 영어 수학 과학탐구 또는 사회탐구 등 4과목 강사와 매니저가 포함된 강사진이 학생 5∼10명의 전반적인 학사관리까지 책임지고 학생 1명당 한 달에 1000만원씩 받는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가장 작은 35평형의 전세가가 5억원에 이를 정도로 부유층이 사는 고급아파트. 역시 고층아파트인 인근 D아파트에서도 이 같은 고액과외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4월부터 오피스텔 과외방 신규 개설을 금지하고 불법과외방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고급아파트 입주과외 등 새로운 형태의 불법과외가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생겨나고 있다.

고액과외 강사들이 비싼 고급아파트 입주과외를 선호하는 것은 외부인의 출입이 철저히 차단돼 일반 아파트에 비해 단속요원의 접근이 훨씬 어렵기 때문.

이들 과외방은 평균 5∼10명의 학생들로 구성되며 불법과외인 만큼 3∼6개월치 과외비를 선불로 받기도 한다.

A씨 외에도 전직 학원장 출신의 B씨와 스타강사 C씨 등도 지난해 말부터 이들 아파트에서 고액 과외방을 운영하고 있다고 A씨가 전했다.

A씨는 “이런 고액과외는 극소수 알 만한 집안의 자제들을 상대로 이뤄지기 때문에 과외를 받고 싶어도 아무나 받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의 단과학원 논술강사 K씨(35)는 “강남의 초고층 고급아파트 2, 3곳에서 입주과외가 성업 중이라는 것을 들었지만 모두 몇 곳이나 되는지는 알 수가 없다”며 “단속 이후 ‘위험수당’까지 붙어 과외비가 계속 오르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들 과외방은 과목별 강사 외에 전직강사 출신의 매니저까지 따로 두고 있는 것이 특징. 매니저들은 방과 후 학교 앞에서 학생을 기다렸다가 과외방으로 데리고 오는 등 학생의 생활과 학사관리를 전담한다. 이들은 새로운 학생을 모집하는 ‘프로모션’ 역할도 담당한다.

서울의 유명 단과학원의 강사들이 지방 대도시로 ‘원정과외’를 가는 것도 불법과외의 새로운 양상.

강남 학원가의 유명 사탐강사 J씨(37)는 “지방 원정과외는 과목별 강사들 4명으로 구성된 한 팀에 비행기 티켓과 숙식이 추가로 제공된다”며 “한 번 내려갈 때마다 4, 5명의 학생을 사흘 정도 가르치고 3000만원 정도를 받아 나눠 갖는다”고 말했다.

J씨는 “서울에서 멀수록 과외비는 비싸진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강남교육청의 박모 계장은 “지난해 12월 경찰과 함께 S아파트로 불법과외방 단속을 나갔지만 아파트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입구에서 쫓겨났다”며 “이런 아파트의 경우 자체경비가 엄해 단속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들 고액과외방 이외에도 강남과 양천구 지역에 각각 3000여개와 1300여개의 학원 및 과외방이 성업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육부 평생학습정책과의 김영준 과장(44)은 “신고하지 않은 불법과외방은 사실상 실태 파악이 어렵다”며 “교육청 차원의 전반적인 대책이 수립돼야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학부모의 의식개혁이 없이는 근절되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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