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돈 이젠 끊자]<上>대기업들 절규

  • 입력 2003년 10월 28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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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비자금 수사로 촉발된 대선자금 파문의 불길이 정치권 전체로 번지면서 이번에는 정치권과 기업간의 ‘검은돈 거래’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한 근본적인 수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위해 대선자금의 실체를 철저히 밝혀낸 뒤 부정한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미래지향적 대책’을 마련하자는 주장이 재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

SK비자금 수사로 촉발된 대선자금 파문의 불길이 정치권 전체로 번지면서 이번에는 정치권과 기업간의 ‘검은돈 거래’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한 근본적인 수술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위해 대선자금의 실체를 철저히 밝혀낸 뒤 부정한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미래지향적 대책’을 마련하자는 주장이 재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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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上>자사 재계위상 고려해 제공

대기업체 임원 A씨는 28일 “대통령만 바뀌면 정치개혁을 들먹이며 기업 자금줄을 들쑤시는 행태에 이제 진저리가 난다”며 “대선 때 정치권에 돈을 갖다 준 임원들은 언제 불려갈지 몰라 잠을 못 이루고 있는 형편이다”고 실토했다.

재계는 특히 여야 합의로 정치자금 관행을 획기적으로 바꾸기 위한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상태에서 무턱대고 대선자금이란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경우 외국인 자금의 이탈과 대외신인도 하락 등으로 주식시장이 붕괴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대선자금 수사의 형평성 문제도 재계가 우려하는 대목이다.

민주당 김영환(金榮煥) 정책위의장은 “검찰과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권력기관들이 겉으로는 독립성이 강화된 듯 보이지만 밉보인 기업은 정치자금 부분을 무차별 사정당할 수 있다는 공포에 기업들이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치권이 정쟁(政爭) 차원에서 주장하고 있는 무차별적인 수사보다는 대선자금의 당사자인 정치권과 기업의 자발적인 고백성사가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또 정치권과 기업간의 검은돈 거래가 단순히 제도적 보완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는 숙제라는 점에서 발본(拔本)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대기업체 임원 B씨는 “공짜 없는 정치자금은 없다. 기업들이 정치권에 ‘보험금’을 대는 것은 눈에 보이는 당장의 혜택보다는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쥔 권력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한 동기가 더 크다”며 “기업의 뒷돈 제공 행태에 대한 이벤트성 단속보다는 정치자금 순환구조의 근본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재계의 다른 관계자는 “선거자금 문제해결의 전제는 물론 철저한 진상규명”이라고 전제한 뒤 “선거자금을 아예 선거관리위원회에만 갖다 주는 식으로 근본적인 제도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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