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 인력양성 '위기경보' 발령

  • 입력 2003년 7월 2일 15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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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는 2일 '선진국의 과학기술인력 육성정책과 시사점' 보고서를 내고 "국내에서 '연구인력 공동화(空洞化)'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며 '위기경보'를 발령했다.

▽갈수록 줄어드는 이공계 지원자=보고서에 따르면 1997년까지만 해도 전체 수학능력시험에서 43.2%를 차지했던 자연계 지원자들이 99년 39.9%, 2000년 34.6%, 2001년 29.4%, 2002년 26.9%으로 급락했다. 이공계 분야의 대학원 진학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공계 기피현상과 함께 이공계에 진학한 학생들의 학력수준도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지적. 서울대가 2002년도 이공계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수학성취도를 평가해보니 전체의 13.9%가 낙제점을 받았다. 이는 2001년도의 낙제비율 8%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

▽시장(市場)의 선택=대한상의가 추산한 국내 자연대 교수의 평균 연봉은 5000만원 수준. 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의사의 연간 평균 수입은 2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향후 기대 소득이 4배 정도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고소득 직종으로 사람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

이공계 출신 대학생들이 주로 일하는 전자, 정보기술(IT), 석유 등의 업종은 상경계열 출신들이 많이 들어가는 금융업종에 비해 연간 대졸초임 기준으로 평균 200만~600만원 정도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대한상의는 밝혔다.

반면 미국의 직종별 시간당 소득은 엔지니어 34.87달러, 컴퓨터 과학자 30.52달러, 자연대교수 39.22달러, 변호사 39.12달러 등으로 이공계 전공 인력의 소득이 다른 전문직종과 비슷했다.

4급 이상 고위 공무원 중에서 이공계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이 2001년도 기준으로 11.4%, 30대 그룹 상장사 최고경영자 중에서 이공계 출신 비율은 22.8%에 그쳤다.

▽기업들은 이미 연구 인력난=삼성종합기술연구원 전체 연구인력 850명 중 외국인이 76명. LG전자도 이미 연구부문에 70명의 외국인을 채용하고 있다. 연구원 자격으로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은 2000년 763명, 2001년 901명, 2002년 1152명으로 증가추세다.

대한상의 이현석 조사본부장은 "기업들이 글로벌 경영전략 차원에서 외국인재를 많이 활용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초과학 분야에서 이미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는 연구 인력부족 현상을 반영하고 있는 결과"라며 "우수 이공계 인력확보를 위한 백년대계를 세워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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