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3남매 후원 최계월씨 輪禍… 독지가 찾아나서

  • 입력 2003년 6월 2일 21시 17분


코멘트
골반이 부서지는 전치 12주의 교통사고를 당했으면서도 이웃에 사는 초·중학생 3남매의 후원자를 찾아 나선 강원도 동해시 동해역 ‘삥꼬분식’ 주인 최계월(崔桂月·여·49·동해시 송정동)의 사연이 지역주민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지난달 10일 자신의 가게 앞에서 지나가는 승용차에 치여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중인 최씨는 최근 자신이 남몰래 도와온 박영지(가명·여·초교 6년·동해시 삼화동) 남매의 이야기를 주위 사람들에게 꺼냈다.

지난 2년간 주인이 없어도 24시간 문을 여는 ‘무인 분식점’을 운영해온 그가 영지 남매를 도운 까닭은 자신이 이웃으로부터 큰 은혜를 입었다고 생각했기 때문.

홀로 4남매를 키워온 최씨는 3년 전 분식가게를 인수한 후 악착같이 24시간 영업을 계속하다 결국 과로로 쓰러졌다. 지난 2001년 8월에는 병원에 입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씨를 감격케한 일은 그후 일어났다. 주인이 없는 늦은 밤과 새벽에 ‘삥꼬분식’을 찾은 단골손님들이 스스로 라면을 끓여먹고 어묵 국물을 데워먹은 후 음식값을 놓고 간 것이었다.

어묵 국물이 떨어지면 물을 다시 부어놓고 가스 불도 조정해놓았다. 청소를 하거나, 심지어 설거지를 하는 손님도 있었다. 평소 잠도 안 자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는 주인을 보아왔던 단골손님들이 ‘스스로 돕기’에 나선 것. 최씨는 감격했다. 그 후 그녀는 가게를 비워도 문을 걸지 않는 24시간 무인 분식점을 운영하기 시작해 지역에 화제를 뿌렸다.

이와 함께 최씨는 이웃의 애정에 감사하는 뜻으로 동해시 삼화동에 살고 있는 중1, 초교 5·6학년 등 어린 3남매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이들 남매의 어머니는 가출했고, 아버지는 청각장애,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한 상황. 최씨는 3남매에게 반찬을 해주고 가게로 불러 맛있는 음식을 해주는 등 정성을 쏟아왔다.

그러나 지난달 최씨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이들을 돌보기 어렵게 되자 최씨가 독지가를 찾아 나선 것이다.

동해=경인수기자 sunghyu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