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징역271년 아들 호적 위조한 아버지 보석 허가

  • 입력 2001년 8월 28일 18시 34분


미국에서 징역 271년을 선고받은 아들을 살리려는 아버지의 필사적인 몸부림을 법원도 이해했다. 재미사업가인 아버지 강모씨(55)는 미국 법정에서 아들이 선고를 받기 직전 보석으로 빼낸 뒤 국내로 도피시키기 위해 국내 호적을 위조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 사건 항소심을 맡은 서울지법 형사항소 7부(양인석·梁仁錫 부장판사)는 “자식을 둔 아버지의 심정을 이해할 만하다”며 강씨가 낸 보석신청을 받아들여 보석금 1000만원에 21일 석방했다.

강씨는 아들(32)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집단 성폭행과 강도 등 45가지 혐의로 기소돼 99년 2월 배심원의 유죄 평결을 받자 보석금 220여만달러(약 25억여원)를 내고 아들을 국내로 빼돌렸다. 강씨는 이어 군청 공무원들을 매수해 아들을 친척의 호적에 입적시켜 전혀 다른 사람으로 위장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 아들이 다시 마약복용 혐의로 기소되는 바람에 아버지의 범죄 사실까지 들통나고 말았다.

아들은 현재 마약복용 혐의로 복역 중이며 미국과의 범죄인 인도조약 체결 후 첫 인도대상자로 선정돼 법원에서 범죄인 인도여부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

올 4월 징역 10월이 선고된 강씨는 항소심에서 “아들이 한인에 적대적인 지역경찰, 흑인 판검사와 배심원 등에 의해 인종차별적 재판을 받았는데 억울하게 평생 외국 감옥에서 썩는 것을 두고볼 수만은 없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강씨는 또 감옥에서 재판부에 편지를 보내 ‘잘못 키운 자식에 집착하다보니 모범적으로 살려던 노력마저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좌절감 속에서 인생이 무엇인지 돌아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현지 교포 1142명도 “마약과 총기사고가 빈번한 사회인 데다가 바쁜 이민생활에 쫓기는 부모들이 자식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 교포 2, 3세들이 비뚤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성공한 기업가로서 한인사회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온 강씨를 선처해 달라”고 탄원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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