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K학부 시험 부정행위 논란

  • 입력 2000년 12월 27일 09시 49분


서울대 공과대학 K학부에서 실시한 기말시험 부정행위를 놓고 학생들 사이에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8일 이 학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글을 올린 한 학생(ID:X)은 "모 과목 기말고사 시험 중 학생들이 미리 준비해둔 '요점정리'를 보거나 옆 사람과 '의논'을 해가며 시험을 치렀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생(ID: 항공우주수강생)은 "H과목의 시험 때도 같은 광경을 목격했다"면서 "학생들이 아예 시험지를 걷을 때 한 곳에 시험지를 모으더니 서로 비교해 보며 답안지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이 게시판에는 지난 18일부터 26일까지 부정행위를 목격했다는 글이 8건, 이를 보고 반응을 나타낸 글이 37건 올랐으며 게시판 내용의 총 조회수가 무려 5000여건에 달했다.

국내 최고의 대학에서 벌어졌다는 시험부정행위를 지적한 글에 대해 네티즌들은 비난 일변도가 아닌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ID: 비주류)은 "시험이 있는 곳엔 컨닝이 따라다니기 마련"이라면서 "시험 점수 때문에 벌벌 떨지 말고 당신도 컨닝을 해보라"는 권유를 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다른 네티즌(ID: 대학원생)은 "컨닝도 다른 범죄와 다를 바 없이 하나의 범죄"라고 규정하고 "다른 사람과 정당하게 경쟁하지 않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지 생각해 보라"고 비판했다.

현재 문제가 된 서울대 K학부 교수와 H과목 담당 교수와는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다음은 K학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시험부정행위에 관한 격론들이다.

◆구역질 나는 인생(ID: X)

모 과목 기말고사 시간. 정말 가관이었다. 전공필수과목 -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말고사.

선생님은 그 넓은 대형강의실에 혼자 시험 감독하러 와서 교단 구석에 앉아계시고, 도저히 지성인이라고 할 수도 없는 인간들은

이게 '시험'을 보는 건지, '토론'을 하는 건지. 옆사람과 '의논'해가면서, 미리 준비해두신 '요점정리'를 보면서...그런 것들과 같이 학교를 다닌다는 사실이 너무나 싫다...

10년 전부터 전통을 자랑하며 글자하나 안 바뀌고 나오는 시험문제. 약삭빠른 자만이 살아남는 학교.

전에 기계요소설계를 들으면서 왜 설계프로젝트를 몇 년 전 것과 똑같이 내느냐, 선배들 소스를 돌려가며 베낀 사람들만 점수가 잘 나왔지 않느냐 항의를 했더니, 선생님 왈.

"그런 것 구하는 것도 능력이다."

여기가 공과대학인가, 로비스트 아카데미인가.

◆페이플레이를 망각한 허접인간들(ID: 항공우주수강생)

그런 광경(컨닝)을 항공우주공학입문 시간에 종종 목격하는데요.

아예 셤지 걷을 때 한 테이블에서 셤지를 다~모으더니 서로 비교해가며 최종완벽(?) 답안을 완성하더라구요? 정말 불쌍해보였죠..그런 사람들.

페어플레이는 없구 눈치작전으로 승부 보는 모랄해저드가 판을 치니... 사실 학교 다닐 때야 어떻게 해서든지 컨닝으로 셤을 잘 볼 순 있겠죠.

하지만 적어도 공학분야에서 그따위 자세로 사회에 나가면 그냥 버림받는 다는 거... 실력이 객관적으로 입증해 주게 되잖아요?

정정당당하게 공부 빡쎄게 해서 학점 잘 따고 나중에 각 분야에 나가 성공하게 되면 컨닝이나 치사한 방법으로 이익 본 사람들 잘 기억해 두었다가 아주 처절하게 지독하게 불이익 주자구요~!

◆그래 니들 잘났다(ID:비주류)

컨닝한 것에 대해 주저리 주저리 말들 열라 많네...

시험이라는 것이 생겨난 이래로 컨닝이 없어졌던 적이 있던가...

시험이 있는 곳이라면 항상 따라 붙는 게 컨닝이거늘....

그렇게 컨닝해서 점수 딴애들보다 점수 낮을까봐 겁나냐?

컨닝하는 애들 양심을 욕한 건지... 컨닝한 애들 때문에 피해볼 너의 학점이 걱정된 건지?...

너 같은 넘 볼 때마다 고딩때 머리 싸매고 공부만 한던 우리반 1등이 생각난다. 오로지 고딩 3년을 입시를 위해서만 쓰는 넘들...

점심시간에 혼자 밥먹구, 끽해야 공부 잘하는 비슷한 몇 넘들하고 열라 공부 얘기해 가면서...조금이라도 자신에게 피해 올까봐 벌벌 떨면서, 셤 문제 하나에 목숨거는...

자신들 세계 이외에 사람들은 열라 열등한 존재로 취급하는 넘들..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피해주는 인간을 쓰레기로 생각하는 넘들..

역겹다...서울대학교 주류인생...그렇게 백날 FM 인생으로 살아가지고 얻는 게 뭐냐? 컨닝한 게 그렇게 억울하냐?

넌 그래서 지금까지 그렇게 떳떳하게 살아왔냐?

서울대학교 총장한테라도 이르지 그러냐? 교육부 장관한테라도 이르지 그러냐? 엄마한테 이르던가...

아니면, 내글에 조금이라도 반성한다면, 너두 친구들하고 컨닝두 해보고, 컨닝하다 걸려두 보고, F도 맞아보고 수업도 제껴보고, 시험대포도 쏴보고, 보고서도 베껴보고,

여자도 사겨보고, 사랑도 해보고, 대학생활을 그렇게 빡빡하게 해야겠냐? 기름칠 좀 해라..

◆그래 니들 잘났다(ID: 대학원생)

비주류와 주류라는 게 도대체 뭐죠? 무슨 기준으로 나누는 겁니까? 컨닝 안하고 공부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주류고 컨닝 열심히 하고 공부안하고 맨날 놀러다니며 사는 사람이 비주류인가요?

공부 열심히 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을 열등생 취급하고 우습게 보던가요? 공부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여자도 안 사귀고 술도 안먹고 놀 줄도 모른다고 생각합니까? 당신이야 말로 한심하기 이를 데 없군요..

공부하는 사람들이 학점 하나에 벌벌 떤다고 생각합니까?? 공부를 얼마나 하셔봤는지 모르겠지만, 전공 공부라는 건 학점보다도 자기가 하고 싶은 분야를 하기 위한 준비단계입니다. 더 나은 연구나 공부를 하기 위한 과정이라는 거죠..학점은 거기에서 얻어지는 부산물입니다..자기의 꿈을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그렇게도 아니꼽습니까?

자신의 미래나 꿈을 위해 어떤 다른 노력을 하셨습니까? 아니면 단지 놀러다니며 시간을 낭비하면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

아무도 떳떳하지 못하니까 남이 양심을 속이는 짓을 해도 무슨 나쁜 짓을 해도 아무말도 하지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얘기이군요..이건 무슨 논리인지요...그럼 왜 범죄를 저지르면 처벌합니까..결국 누구나 떳떳한 사람은 없을 텐데..컨닝은 범죄가 아니니까 괜찮다고 말씀하시렵니까?

님의 말씀대로 결국엔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게 되겠지요..그게 범죄와 무엇이 다르지요?...

마지막으로 미국의 어떤 대학에서 시험때 붙어 있었던 말이 생각나는군요. 뒤통수에 대고 총을 쏘지마라. 컨닝을 하지 말라는 뜻이지요.

과연 다른 사람과 정당하게 경쟁하지 않고 남을 속여가며 남을 짖밟고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 잘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제발 컨닝하지 맙시다(ID: 98학번)

나는 아직 젊은 사람의 지성과 양심을 믿습니다..

그렇게 해서 학점 잘 맞으면 그거 무슨 이득이 얼마나 있습니까.

저 같으면 그냥 공부 안 했으면 재수강해서 다시 배우겠습니다...자신의 양심과 그깟 학점 바꾸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교수님들도 정당한 평가기준을 마련하시는 노력을 경주하셨으면... 99학번 학생입니다.

책을 밑에다 깔아놓구 축소복사까지 해가면서 시험지 밑에 깔아놓구...그런 친구들을 볼 때면 알량한 자존심 하나 지키려는 제 자신이 우스워지곤 합니다.....

남들이 소위 말하는 S대?(물론 저도 몸담고 있지만...) 우스운 생각이 들더군여....

그런 친구들한테 한 가지 묻고 싶더군여...

고등학교 때도 너희들이 그런 자세로 공부했었냐고...

안병률/동아닷컴기자 mokd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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