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비리수사 순풍] '몸통'주변인물 속속 검거

  • 입력 2000년 3월 26일 19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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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과 국방부의 병역비리 수사가 ‘순풍’을 타고 있다.

야당의 공식적인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치인 아들이 다수 소환에 응하고 있는데다가 사건의 ‘몸통’으로 알려진 박노항(朴魯恒)원사의 주변 인물들이 속속 검거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까지 검찰의 소환에 응한 정치인 아들은 모두 11명. 총 소환대상자 31명중 현재 국내에 있는 21명을 기준으로 하면 출석률은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여기에다 이번 주중 해외에서 2명이 소환에 응하기 위해 귀국하고 2명이 소환을 약속해 일단 15명에 대해서는 ‘신상공개’나 ‘검증영장’ 청구 등 강공없이 수사가 가능할 전망이다.

또 소환에 응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응하지 않는 사람들의 명분은 점점 더 약해져 최후의 불응자에 대해서는 ‘공개수사’를 해도 큰 저항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검찰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25일 구속된 신화병원 전 방사선실장 박홍기씨와 원장 이종출씨는 박원사의 여죄와 비리유형을 구체적으로 밝혀준 기대 이상의 수확이다.

박씨와 박원사와의 ‘거래’는 증거가 확보된 97년 10월부터 두 달 동안에만 무려 7건. 수사가 계속되면 두 박씨의 도움으로 병역 면제를 받은 비리자 수는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정치인 등 ‘거물’이 걸려들 가능성도 있다.

합수반이 원장 이씨와 박씨가 폐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CT촬영장부 및 필름 판독지를 찾는데 수사력을 쏟고 있는 것도 이같은 기대 때문이다.

합수반은 이씨와 박씨로부터는 박원사의 혐의를, 이미 구속된 승려 함월이나 내연의 여자 박씨 등으로부터는 박원사의 행방을 추궁하는 ‘양면작전’을 진행중이다.

25일 합수반 관계자는 “박원사를 잡지 못하면 합수반도 해체할 수 없다”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박원사 검거에는 경찰도 동참하고 있다.

이같은 호재(好材)들은 서울지검장 아들에 대한 병역의혹제기 등 잇따른 악재(惡材)에 뒤이은 것이어서 관계자들을 만족스럽게 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수사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 검사는 “지금은 여론의 지지에 힘입어 순조로운 수사를 하고 있지만 문제는 수사 결과”라고 말했다.

당당하게 소환에 응한 정치인 아들의 경우 무혐의가 될 가능성이 높고 정치인 아들 수사결과 혐의자보다 무혐의자가 더 많을 경우 ‘안될 일을 가지고 공연히 법석을 떨었다’는 비난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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