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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7월 14일 19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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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말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 신청중인 주택업체 ㈜청구는 분양을 촉진하기 위해 작년초부터 입주예정자들에게 보람은행 장기신용은행 등의 중도금 대출을 알선하는 상품을 개발했다.
청구는 입주예정자가 잔금납부 때까지 중도금 이자를 대납해주고 입주예정자는 잔금을 낼 때 중도금 원금과 이자를 갚으면 된다. 입주예정자가 물어야 할 대출금리가 직접 대출받을 때보다 1%포인트 정도 쌌다. 이렇게 유리한 조건 때문에 작년 한해 동안 4천여가구 2천4백여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청구는 입주예정자들이 대출받는 중도금을 한꺼번에 은행으로부터 넘겨받아 경영자금으로 전용한 후 부도를 냈다.
입주예정자들은 이 회사가 파산하면 남은 중도금을 자신들의 돈으로 내야 하고 이미 대출받은 중도금의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만 한다.
아파트와 오피스텔 입주예정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회사와 대출은행을 상대로 고소를 했거나 고소를 준비중이다.
일산지역 비대위 관계자는 “회사에서 한꺼번에 중도금을 일괄 대출받는 사실에 대해 시공사와 은행이 알려주지 않았고 공사가 시작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도금 전액이 시공사에 넘어갔다”고 말했다.
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도금 명목으로 대출된 자금은 모두 소액가계대출로 중도금 납입기일마다 줄 필요가 없어 한꺼번에 대출해줬다”면서 “법적인 하자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시공사가 파산하는 등 최악의 사태 발생시에는 입주예정자들의 재산을 압류하는 법적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한법률구조공단 상담부장 이대순(李大淳)변호사는 “시공사가 입주예정자에게 중도금 대출이 일괄적으로 회사에 넘어간다는 것을 충분히 숙지시켰다는 증거를 대지 못하면 이행각서가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없고 은행의 대출계약도 성립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변호사는 “이 사건의 경우 은행이 소비자에게 직접 원금과 이자를 돌려달라고 청구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
〈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