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실책 수사]강경식-김인호씨 검찰진술 내용

  • 입력 1998년 5월 7일 20시 05분


“우리는 취임 초부터 우리나라가 자칫 잘못하면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극도의 보안이 필요한 사안이어서 대통령과 함께 충분한 시간을 두고 비밀리에 검토했다. 그것이 일부 실무자들에게 IMF에 대해 반대하고 무관심한 것으로 보였을 뿐이다. 우리는 외부 인사들이 대통령에게 외환위기의 실상을 보고하기 이전에 이미 IMF체제로 가는 문제를 보고했으며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이후에는 단 이틀이라는 짧은 기간에 IMF와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강경식(姜慶植)전경제부총리와 김인호(金仁浩)전청와대경제수석은 7일 본보가 단독 입수한 검찰 진술서에서 이같은 논리로 자신들의 직무유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들은 “결과적으로 국가가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해서 관련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한 공무원들에게 사법적 책임을 지운다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항변했다.

▼ 강전부총리 진술요지 ▼

취임초부터 우리나라가 IMF의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지난해 4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의에서 캉드쉬 IMF총재를 만났을 때 이미 이에 대한 협조를 구했다.

한국은행과 재경원에서 IMF 구제금융의 필요성이 공식적으로 제기된 것은 감사원 감사결과와 달리 지난해 11월7일이었으며 이에 따라 11월8일 당시 김인호경제수석, 재정경제원 실무자들과 함께 IMF체제로 가는 방안을 검토했다.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홍재형전경제부총리 등에게서 외환위기 상황을 보고받기 이전인 11월 10일에 이미 IMF지원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고했고 대통령도 이를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내가 “어떻게 창피하게 IMF에 가느냐, 내 재임 중에는 안간다”고 말했다는 감사원 발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다만 IMF 지원문제는 극도의 보안을 요하는 사안이었기 때문에 대책회의나 공개석상에서는 이에 관한 논의를 회피했다.

이 때문에 일부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IMF체제를 꺼리는 것으로 비쳤을 수 있다.

▼ 김전수석 진술요지 ▼

개인적으로 지난해 11월초 외환위기의 징후를 감지했으며 같은달 8일 당시 강부총리와 만나 ‘IMF체제가 우리 경제에 많은 부담은 되지만 구조조정에 크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취지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이에 따라 당일 김전대통령에게 IMF와의 협조 가능성에 대해 보고했고 다시 이틀 후인 11월10일 강부총리가 공식 보고를 올렸으며 대통령은 이를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따라서 김전대통령이 11월10일 이후 다른 경로를 통해 IMF 지원요청의 필요성을 처음 알았다는 감사원의 지적은 어불성설이다.

당시 IMF 지원요청에 관한 문제는 극도의 보안 속에 진행됐는데 윤진식(尹鎭植)전청와대조세금융담당비서관 등이 이를 모르고 비공식 라인을 통해 자신들이 처음으로 김전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보고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정리〓이진녕·이수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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