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식량돕기 「창구단일화」이견 팽팽

  • 입력 1997년 5월 10일 20시 17분


북한으로 가는 식량
북한으로 가는 식량
북한의 식량난 실태가 널리 알려지면서 북한동포돕기운동에 나서지 않는 사회단체가 거의 없을 정도로 북한돕기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가 최근 북한동포돕기운동의 과열분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나서 민간단체와 정부간 갈등이 노출되고 있다. 현재 민간단체의 북한동포돕기운동은 6개 교단 및 28개 사회단체가 공동으로 벌이는 「옥수수 10만t 보내기운동」과 전국연합 민주노총 전교조 등 35개 재야단체가 벌이는 「겨레사랑북녘동포돕기 범국민운동」이 주축. 현재 1만5천t의 옥수수를 북한에 전달할 준비를 끝낸 「옥수수보내기운동」본부는 2차로 옥수수 10만t에 해당하는 1백70억원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제까지 모금액은 20억여원. 지난달 10일부터 20억원을 목표로 북한동포돕기에 나선 「겨레사랑」본부는 오는 15일 우선 모금된 7억5천만원을 1차로 대한적십자사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들 민간단체는 대한적십자사로의 창구단일화라는 정부정책에 정면으로 반대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북한에 대한 민간의 직접지원이 허용돼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옥수수보내기운동의 한 관계자는 『작년부터 북한의 지방당국자들이 식량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해 보려고 중국을 부지런히 들락거리고 있다』며 『이들은 식량만 많이 받을 수 있다면 원산지표시 등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즉 북한의 지방당국을 직접 상대할 경우 한국에서 보낸 식량임을 북한동포들이 알기를 바라는 정부와 사회단체의 희망을 만족시킬 뿐 아니라 보다 신속하게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 이러한 이유로 알게 모르게 북한에 직접 식량을 지원하거나 제삼의 국제단체를 통해 식량을 보내는 사회단체들이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말 현재 한적에 북한식량난 돕기성금을 기탁한 단체는 총 80여개에 액수는 35억여원. 이외에도 북한동포돕기에 나선 단체는 정확한 파악이 어려울 정도로 많은 실정이다. 정부의 우려는 여기서 시작된다. 북한돕기운동의 과열과 난립은 정부를 배제하고 민간단체와 직거래하려는 북한의 의도에 역이용될 수 있고 북한을 4자회담에 끌어들이기 위한 정부의 식량카드 효력을 반감시킬 수 있다는 것. 전교조가 밝힌 학교에서의 모금과 민간단체의 옥외모금운동을 정부가 규제하고 나선 것도 이때문이다. 한적의 한 관계자는 『북한은 외부지원량을 파악한 후 배급지역과 양을 중앙에서 분배하는 중앙중심의 배급체제이기 때문에 직접지원만이 더 많은 주민을 도울 수 있다는 민간 사회단체의 주장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윤종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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