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수씨 경리비서 연행…비자금 사용처 밤샘 추궁

  • 입력 1997년 5월 9일 08시 05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沈在淪·심재륜 검사장)는 8일 韓利憲(한이헌·신한국당의원)전 청와대경제수석이 한보그룹으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에 대해 집중 수사중이다. 심중수부장은 이날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한보사건 관련 은행장들을 형사처벌하기 위해서는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총회장의 진술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혀 한 전수석 등에 대한 수사가 재개될 것임을 시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한보사건 1차수사 당시 정총회장이 한 전수석에게 돈을 주었음을 내비치는 진술을 했다』면서 『최근 서울대병원에서 구치소로 재수감된 정총회장을 곧 소환, 이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전수석은 『정총회장을 만난 적도 없다』며 한보에서 돈을 받은 혐의에 대해 강력히 부인해왔다. 검찰은 정총회장이 청와대 및 정부부처 고위공무원들에게 로비자금을 주었을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계속 조사키로 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정총회장의 경리담당 비서였던 鄭粉順(정분순·29) 善熙(선희·25)씨 자매와 분순씨의 남편 정모씨(32)를 경기 양평의 한화콘도에서 연행, 정총회장의 비자금 사용처 등에 대해 밤샘조사했다. 정총회장의 조카딸인 이들 자매는 정총회장의 지시에 따라 금융기관에서 비자금을 인출해 정총회장과 한보그룹 핵심임원에게 전달하는 일을 맡아 한보의 로비 대상인물들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지목돼왔다. 한편 검찰은 7일 소환 조사한 동남유화 崔南浩(최남호·61)회장은 대구 경북고 출신으로 지난 대선과 지난해 4.11총선 당시 金賢哲(김현철)씨에게 돈을 준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종대·이호갑기자〉 ▼ 정분순-선희 자매 누구인가 ▼ 한보그룹 鄭泰守(정태수) 총회장의 조카딸인 鄭粉順(정분순) 善熙(선희)씨 자매는 비자금 등 자금출납업무를 맡았던 인물로 정총회장이 평소 『핏줄밖에 믿을 게 없다』고 말할 만큼 신임이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보사건 1차 수사가 착수된 직후인 지난 1월말 집을 나간 이들 자매는 정총회장이 로비자금을 전달할 때 실제로 돈을 회사금고에서 빼주는 역할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분순씨는 부산 모여상을 졸업한 뒤 87년 한보 직원으로 입사, 총회장 비서실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6월 결혼을 앞두고 회사를 그만뒀으며 한보사건이 불거진 후 임신한 몸으로 도피생활을 해왔다고 검찰관계자는 말했다. 분순씨는 국회 한보청문회의 증인으로 채택됐었으나 나가지 않았다. 동생 선희씨는 언니에 이어 92년 한보그룹 재정본부 출납직원으로 근무하면서 로비대상자를 직위에 따라 분류하고 정계 금융계 고위인사들과의 전화연락을 맡았던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공종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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