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횡령-탈세’ 규명이 첫단계… 檢 최종 목적지는 청와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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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檢 수사 방향
최순실 혐의 10여가지 적용 검토

 
현 정권 권력서열 1위라는 별칭이 생긴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60) 씨에 대한 검찰 수사는 ‘비선 실세’라는 국민적 의혹을 규명해야 하는 만큼 철저한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미르·K스포츠재단 재원 모금 과정에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의 지시가 있었다는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의 직접 진술까지 확보되면서 최 씨나 청와대 핵심 실세들이 얼마나, 어떻게 가담했는지를 규명하는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됐다.

 검찰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최 씨 관련 의혹의 실체를 우선 규명해 나가면서 적용 가능한 죄명을 하나하나 골라내는 수순으로 수사를 진척시키고 있다. 최 씨를 겨냥한 수사의 갈래는 크게 4갈래다. △대통령 연설문 등 정부 기밀문건을 열람한 의혹 △비선 실세로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 주요 인사 개입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기금 유용 의혹 △딸 정유라 씨(20)의 이화여대 입학과 독일 보유 재산의 출처가 집중 수사 대상이다.

 먼저 최 씨가 태블릿PC로 대통령 연설문과 청와대 문건을 열람한 부분의 경우 문건을 유출한 청와대 관계자들은 처벌 대상에 오를 수 있지만 최 씨를 형사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 현행 대법원 판례는 기밀을 유출한 인물은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이를 제공받아 열람한 인물을 공무상 기밀누설의 공범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최 씨가 열람한 문건 중에서는 기밀성이 있는 대학 입시 관련 자료, 국토교통부가 2013년 작성한 부동산 개발 문건, 외교통상부가 작성한 문건을 유출한 청와대 인사들이 처벌 대상이 된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청와대 실세를 동원하고 대기업에서 거액의 후원금을 얻어낸 부분에는 우선적으로 기부금 모집에 관한 법률 위반, 재단 승인 관련 문서 제출에서 허위 서류를 작성한 문서위조 혐의가 적용됐다. 검찰이 기업들로부터 “청와대가 배후에 있다는 생각이 들고 기업 현안에 직간접적인 도움을 받을 기대를 하고 돈을 줬다”는 진술이 나올 경우에는 배후로 지목된 안 전 수석 등에게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 씨에 대한 사법 처리가 생각만큼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 최 씨는 법적 지위가 사인(私人)이어서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적용이 어렵다. 또 공갈이나 강요 혐의도 ‘폭행 협박에 이르는 수준’이 아니라면 검토되기가 쉽지 않다. 최 씨가 문화체육관광부 등 인사와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이 수사로 확인되더라도 민간인인 최 씨에게 적용할 죄명이 마땅치 않다. 최 씨가 한국과 독일의 더블루케이 회사로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을 빼돌렸다면 횡령 배임 혐의가 검토될 수 있고, 이를 통해 탈세 혐의도 적용 가능하다.

 검찰이 최 씨 회사의 자금 흐름, 일가의 재산 증식 과정을 정밀 검토해 개인 비리 혐의까지 수사하는 것은 이런 법률상의 난점을 돌파해 나가려는 목적이 깔려 있다. 최 씨는 2013년 10월 국토교통부 장관이 청와대에 보고한 ‘복합생활체육시설 추가 대상지 검토안’이라는 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건에는 국토부가 경기 하남시 미사동 등 3곳에 대한 입지조건을 분석한 내용이 담겼는데, 최 씨는 해당 상가 건물과 토지를 2008년 6월 34억 원에 사들였으며, 7년 만인 2015년 4월 52억 원에 팔아 18억 원의 시세 차익을 남겼다.

 검찰은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와 관련해 정 씨 명의로 보유하고 있는 독일 내 시가 4억 원대 주택의 자금 출처도 수사하고 있다. 20세에 불과한 정 씨가 해외에 주택을 보유하는 데서 국외재산 도피나 외국환관리법 위반, 증여세 탈루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또 정 씨가 이화여대에 특혜를 받아 입학했다는 의혹과 정 씨의 지도교수에게 폭언과 협박을 했다는 진술이 확보될 경우에는 모욕과 협박 혐의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김민 kimmin@donga.com·장관석 기자
#최순실#정유라#안종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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