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新보수 삼국지’

  • 입력 2008년 4월 11일 02시 59분


정치지형 바꾼 한나라-친박연대-선진당 ‘3각 구도’

‘MB 실용주의’ 유권자들 호응… 81석 석권

‘박근혜 바람’ 무섭게 번져… 親朴 대거 당선

‘昌의 위력’ 앞세운 ‘제2 자민련’ 탄생 눈앞

《18대 총선을 계기로 한국 정치 지형이 유력 인물 중심의 ‘신(新)보수 삼국지’로 급속히 재편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이명박 대통령을 내세운 한나라당이 휩쓸었지만 충청권, 특히 대전 충남은 이회창 총재의 자유선진당이 김종필 전 총재의 자민련을 연상케 하는 위력을 과시했다.

영남권은 표면적으로는 한나라당이 여전히 1당이지만 속내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등에 업은 친박연대 등 친박 성향 당선자들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그러나 ‘보수 삼각’ 구도는 이전 3김(金)이 주도했던 지역 분할 구도와는 사뭇 다르다.

무엇보다 지역감정을 기반으로 한 철옹성이라기보다는 ‘포스트 4·9’ 이후 정계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상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게 큰 특징이다.》




○ ‘이명박의 텃밭’으로 변한 수도권

수도권에서는 총 111석 중 한나라당이 81석을 차지해 사실상 싹쓸이했다. 민주당은 26석을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영남권에서 그토록 강했던 당외 ‘친박 바람’은 3곳(경기 용인 수지, 안산 상록을, 인천 서-강화을)에서 성과를 내는 데 그쳤다.

특히 서울 지역 당선자 대부분은 친(親)이명박계로 분류된다. 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정두언 의원을 비롯해 홍준표 나경원 공성진 진수희 전여옥 의원 등 이번 총선으로 재선 이상에 오른 인사 대부분은 지난해 대선에서 이 대통령을 적극 지지했다.

강승규 권택기 정태근 진성호 당선자 등 정치 신인들은 ‘MB 직계’로 통한다. 진성호 당선자는 선거 기간 중 자신의 가슴에 ‘MB맨’이라는 글자를 새긴 포스터로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이혜훈 이성헌 구상찬 김선동 당선자 등은 서울의 친박 계열로 분류되지만 ‘박근혜 마케팅’에는 덜 적극적이었다. 구상찬 당선자 정도가 박 전 대표의 지원 동영상을 활용했다.

경기에서도 민주당(17석)을 제치고 한나라당(32석)이 압도했다. 이 중 정치 신인들은 대부분 ‘이명박 브랜드’를 앞세웠다. 백성운 박준선 김영우 당선자 등은 대표적인 ‘MB 라인’이고 안상수 전재희 임태희 고흥길 의원 등 중진들도 대표적인 친이 계열이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3김 시대만 해도 야성(野性)이 강했던 수도권이 지난해 한나라당 경선 이후 급속히 ‘친이명박’ 성향을 띠고 있다”며 “새 정부의 실용주의에 호감을 갖고 있는 유권자들이 확산되고 있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 대통령은 박 전 대표에게 선거인단 투표에서는 6만4216표 대 6만4648표로 졌지만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박 전 대표를 눌러 경선 승리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당시 서울에서는 이 대통령이 1만6190표, 박 전 대표는 1만1113표를 얻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 지역의 표심은 새 정부에 대한 국정 평가 등에 따라 얼마든지 유동적일 수 있다. 이명박 정부의 각종 개혁 드라이브가 반작용을 가져올 경우 박 전 대표 또는 민주당의 세가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 이회창 적극 밀어준 충청권

지난해 대선에서 이회창 총재가 15% 이상의 득표율을 올려 선거 자금을 국고에서 지원받을 수 있었던 것은 충청권의 전폭적인 지지 때문이었다. 이 추세는 이번 총선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제2의 자민련 탄생’ ‘JP(김종필)의 재림’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자유선진당이 충청권의 24석 중 절반을 넘는 14석을 가져간 것은 당 인재풀의 대부분을 이 지역에 투입한 것과 더불어 이회창 총재의 ‘다걸기’에 따른 결과라는 데 별 이견은 없다.

특히 이용희 박상돈 이상민 등 당선자의 상당수가 통합민주당에서 이적한 데 따른 ‘철새 논란’을 잠재우고, 변웅전 전 의원 등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시절의 인사가 다시 부활한 것은 ‘이회창의 힘’이 결정적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충청권 공략을 위해 이 지역 최대 현안인 행정도시 건설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할 경우 한나라당행(行)을 망설이는 표심을 놓고 한나라당과 박 전 대표 진영, 자유선진당 간의 ‘3각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 ‘아직도 한나라당 경선 중’인 영남권

9일 오후 11시경 한나라당 부산시당 관계자들은 사무실에서 삼삼오오 개표방송을 지켜보며 “영남권은 아직 대통령 선거가 안 끝난 것 같다. 아직 당내 경선 중이다” “박근혜 바람이 이렇게 무서울 줄은 몰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영남권에서 한나라당이 68석 중 45석을 차지하며 명목상으로는 1당을 유지했지만, 당 내외를 망라한 ‘범(汎)친박 당선자’가 30명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특히 부산의 김무성(남을) 당선자를 진앙으로 시작된 ‘박풍(박근혜 바람)’은 인근 지역으로 번져 선거 운동 직전만 해도 낙승을 장담했던 친이 계열의 박형준(수영) 김희정(연제) 후보가 고배를 마시는 데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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