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北HEU 실체 파악도 못한 통일장관

  • 입력 2007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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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21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에 고농축우라늄(HEU)이 있다고 하는 어떤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 계획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이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에 HEU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보고한 것과는 사뭇 다른 발언이다. 2002년 터진 북핵 2차 위기는 북한이 우라늄을 농축해 HEU를 확보하려 한다는 의혹에 따라 터진 것이다. 2차 북핵 위기 이후 국제사회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4년 넘게 북한과 줄다리기를 해 왔다.

그런데도 이 장관이 이 문제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통일부 당국자는 이 장관과 논의를 거친 뒤 “장관의 발언은 HEU의 존재 여부를 부인했다기보다는 실제 정보가 없다는 의미에 무게를 둔 것”이라고 해명했다. 쉽게 말하면 그런 정보가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고 한 얘기라는 뜻이었다.

통일부 장관이 이런 정도의 정보 파악과 상황 판단을 하고 있다면 문제가 아니냐는 의문은 가시지 않았다.

그러자 통일부는 “장관의 발언은 HEU 프로그램과 그 프로그램을 통해 생산 가능한 농축우라늄은 분명히 다르다는 것”이라며 “장관도 프로그램의 존재는 인정하지만 농축우라늄 생산 여부에 대해서는 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차원에서 발언한 것”이라고 다시 해명했다.

하지만 현재의 상황은 통일부 장관이 HEU와 HEU 프로그램을 구분해야 할 정도로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북한은 HEU 프로그램 자체가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정보 당국은 북한이 이미 우라늄 농축을 통해 핵무기 제조용 HEU를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대북문제 주무 장관인 통일부 장관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 특히 이 장관은 27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장관급 회담에 참석해 쌀과 비료를 북한에 지원하는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런데도 이 장관은 북핵 문제의 실상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핵 문제를 제대로 따질 수 있을까. 북한에 쌀과 비료 지원 약속만 하고 오는 것 아닌지 걱정이다.

하태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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