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北 “개성밖엔…”

  • 입력 2006년 9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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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개성지역을 통한 남북 경제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선,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함에 따라 7월 21일 남측이 쌀과 비료 지원을 유보한 데 대한 ‘보복’으로 철수시켰던 개성공단 내 남북 경협사무소의 북측 인원을 조만간 복귀시킬 것으로 보인다. 개성지역 상시출입증을 가진 남북경협 관계자는 18일 “8월 중순부터 북측 대북경협 차세대 실세인 정금철 씨가 거의 매일 이곳에 출퇴근하면서 사실상 상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내각참사(남측 국장급에 해당) 직책을 가지고 있는 정 씨는 대남 민간 경협기구인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소속의 경협사무소 직원들을 관리 감독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도 “빈도는 정확하지 않지만 정 씨가 자주 왕래하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보다 더 고위층이 이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승용차가 자주 눈에 띄는 것으로 봐서 북측이 개성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측은 또 북측 경협사무소가 교환을 거치지 않고 남측 기업에 직접 전화할 수 있는 라인을 개설해 달라는 요구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개성공단 내 경협사무소 2층과 3층에 각각 입주하고 있는 남북 당국자 간 핫라인은 있지만 북측 당국과 민간 기업과는 직통 라인이 없다.

하지만 통일부는 북측의 이런 요구에 대해 유관기관과의 대책회의를 연 결과 ‘일단 불가’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측의 ‘진짜 의도’를 알기 어렵고 아직까지는 남측 기업인을 포함한 불특정 다수 인사가 북측 경협사무소와 직접 통화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

북측과 경협을 하고 있는 한 기업인은 “북측이 남측 기업인과의 핫라인 개설에 대해 남측 당국이 싫다면 ‘우리가 직접 하겠다’며 적극적인 의사까지 밝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7월 1일부터 남측 인사들의 출입이 전면 금지되고 있는 개성 시내에 대한 출입도 26일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평안남도 남포의 용강석산과 황해남도 해주의 수양석산에서 화강석을 채취해 가공하는 태림산업은 26일 북한 개성지역에서 준공식을 열기로 했다.

개성공단 외곽지역에 위치한 이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는 남측 인사 300여 명은 개성시내에 위치한 선죽교와 개성고려민속박물관 등을 참관할 예정이다.

북측은 현대아산 대신 롯데관광과 개성시내 관광 사업을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자신들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의 표시로 남측 인사들의 개성시내 출입을 금지했었다.

북한이 개성지역을 통한 남북 경협에 다시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것은 미국의 금융 제재로 외국 은행을 통한 거래에 제약을 받는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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