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재신임 받아야”

  • 입력 2003년 10월 10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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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은 10일 노무현 대통령의 재신임 발언 직후 긴급 상임운영위원회의를 열고 노 대통령에 대해 ‘빠른 시일 내 국민투표를 실시하라’며 압박에 나섰다.

최병렬(崔秉烈) 대표는 이날 “빠른 시일 내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이 문제를 처리해 주기 바란다”며 “법 테두리 안에서 국민투표 외에 (재신임을 물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부에서는 내심 경계심도 적지 않게 확산되고 있다.

우선 노 대통령이 “아무리 늦어도 (내년) 총선 전후에는 (재신임을 묻도록) 하겠다”며 시기를 6개월 이상 늘려 잡은 데 함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게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한 당직자는 “시간을 두고 SK그룹 비자금 수사 등을 통해 한나라당에 타격을 입힌 뒤 유리한 입장에서 재신임을 묻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시간을 끌 경우 노 대통령 측근의 각종 비리 의혹이 묻히고 반대로 한나라당측에 불리한 악재가 만들어질 경우 정국의 흐름이 바뀔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 대표의 한 핵심 측근은 “노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정말로 내놓을 각오를 했다면 기자회견에서 재신임 방식과 시기를 구체적으로 밝혔을 것”이라며 “‘대통령의 재신임’이란 큰 이슈를 제기해 자신과 관련된 각종 비리 의혹을 덮기 위한 정략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당 내 일부에서는 노 대통령이 여론조사 결과를 재신임의 방식으로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방법도 강구 중이다.

홍사덕(洪思德) 원내 총무는 “노 대통령이 어떤 정략적 의도로 재신임 발언을 했든 간에 우리는 무조건 국민투표를 추진할 것”이라며 “만약 여론조사 방식을 택하면 전 세계 신문의 1면 톱을 장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한나라당 윤여준(尹汝雋·여의도 연구소장) 의원은 “대통령이 장기간 시간을 끌면서 구체적인 재신임 절차를 밝히지 않을 경우 정국은 더욱 꼬일 것”이라며“진정 국민들에게 재신임을 물으려면 먼저 초당적으로 각계 인사를 망라하는 거국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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