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국회' 물건너 가나?…여야 입장차 못좁혀

  • 입력 2000년 8월 20일 18시 46분


지난달 ‘국회법 날치기 파동’ 이후 공전을 거듭해온 제214회 임시국회가 아무런 성과 없이 막을 내리게 될 전망이다. 여야가 그동안 몇 차례의 원내총무 접촉을 갖고 ‘휴업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한 돌파구를 모색했으나 전혀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국회법 개정 논의에 응하는 조건으로 추경예산안 등 다른 현안을 분리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이 ‘국회법 파동’에 대한 여당의 사과와 재발방지, 원천무효를 등원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며 양보의 여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내달 임기가 만료되는 헌법재판관 2명에 대한 국회 몫 추천권을 놓고 민주당이 1명의 추천을 요구하는 데 맞서 한나라당은 2명 모두 야당에게 추천권이 있다며 ‘자리다툼’까지 벌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민주당이 당초 21일경 임시국회를 재가동해 국회법 등 현안을 처리하겠다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갈 전망이다. 정균환(鄭均桓)원내총무도 20일 “한나라당이 국회법 처리의 원천 무효를 주장하는 등 완강한 입장이어서 8월 임시국회 재개는 사실상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8월 국회를 포기한 데는 한나라당의 강경한 입장 탓도 있지만 ‘8·30’ 전당대회를 앞둔 내부사정에도 있다. 이미 최고위원 경선을 위한 권역별 후보자 합동연설회에 돌입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단독국회 소집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만섭(李萬燮)국회의장과 김종호(金宗鎬)부의장이 각각 다음주 중 외국을 방문할 계획인 점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는 “정기국회가 내달 1일부터 시작되는데 이 달 중 임시국회를 재개하려고 무리수를 둘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나라당도 이런 여당의 분위기를 감지한 듯 “민주당이 임시국회에 관심이 없는데 굳이 우리 당이 제시한 ‘국회법처리 원천무효화 및 사과’ 요구를 철회할 이유가 있겠느냐”며 느긋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다만 여야는 의료계 폐업사태 등 현안이 있는 보건복지위 등 일부 상임위에 대해서는 간담회라도 열어 현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이도 ‘생색내기’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결국 여야는 국회공전 사태의 책임만 서로에게 떠넘긴 채 당초 예정된 각종 민생현안 처리를 뒷전으로 미뤄놓는 비생산적 국회상을 재연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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